[끝까지판다②] 뇌출혈인데 복부 X-레이.."살릴 기회 3번, 군 병원이 다 놓쳤다"

김종원 기자 입력 2018. 5. 31. 21:12 수정 2018. 5. 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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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숨진 홍 일병의 경우만 봐도 우리 군 의료 체계의 문제점은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의료 기록을 검토한 법의학 전문가는 홍정기 일병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3차례나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서 김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혈액암 가능성이 있다는 민간 의사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냥 부대로 돌려보내진 고 홍정기 일병은 그날 밤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습니다.

의무대로 급하게 옮겨졌지만 홍 일병을 맞은 건 당직 군의관이 아니라 의무병이었습니다.

의무병이 어디가 아픈지 물었고 또 다른 의무병을 오라고 해서 엑스레이까지 찍게 했습니다.

당시 홍 일병의 구토와 헛구역질은 뇌출혈에 따른 증세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의무병은 토하는 모습만 보고 배 부위를 엑스레이로 촬영했습니다.

그러고 나서야 당직 군의관이 나타났습니다.

군의관은 혈액학적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두통약만 처방해 홍 일병을 부대로 돌려보냈습니다.

[당시 당직 군의관 D씨 : 별거 아닌 걸로 만약 (상급 군 병원에) 이송 보냈다 그러면 또 이제 상부에서 안 좋은 피드백이 올 수도 있거든요. 뭐 이런걸로 (이송을) 보내느냐고.]

홍 일병은 뇌출혈이 진행되면서 밤새 구토를 하며 괴로워했지만 아무런 병원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이곳 자신의 부대로 돌아와 밤새 방치됐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돼서야 상급 군 병원으로 또다시 옮겨졌지만 군 병원은 그를 소생시키지 못했습니다.

탐사 보도팀은 법의학자에게 홍 일병의 의료 기록과 군 검찰의 조사 보고서를 보여주고 군 병원의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법의학자인 유성호 교수는 홍 일병이 처음 구토 증상을 보여 의무대를 찾았을 때 곧바로 백혈병을 의심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유호성 교수/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 (당시 기록을 보면) '부딪힌 적도 없는데 멍이 생긴다'라고 보여주고 이런 기록이 있단 말이에요. 의대 본과 3학년, 4학년 학생들이라면 딱 증 상만 얘기해 줘도 '일단 (혈액 관련) 검사해야 할 거야, 뭐 뭐 뭐' 이렇게 하는 건데.]

8일 뒤 홍 일병이 다시 의무대를 찾았을 때는 몸에 크고 작은 멍과 혈종이 선명했지만, 이때도 군의관도 혈소판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응급상황은 아니라며 감기약만 처방했습니다.

[유성호 교수/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 의사라면 이 정도의 꽤 오랫동안의 두통, 창백함, 여러 전신의 출혈, 그러면 굉장히 두려운 진단을 먼저 떠올리는 게 일반적인데 왜 (상급 병원에) 보내지 않았을까?]

당시 군의관을 찾아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는 오판을 인정했지만 간단한 혈액 검사 장비도 없고 무자격 의무병만 있는 의무대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군의관 E씨 : 혈액 검사를 했다면, 민간 병원에 갔다면 바로 (백혈병이라는 게) 나왔을 거예요. 사실 이 증상만 가지고도, 그날 밤 있었던 구토하고 어지럽고 정신 못 차리는 증상만 가지고도 홍 일병은 그때 사실 이미 진단이 됐어야 해요. (그러나) 저는 백혈병이란 진단이 뭔지 알았지만 (전공이 달라서) 직접 접해본 적은 거의 없었고 (검사 장비도 없어서 판단하지 못했어요.)]

유성호 교수는 홍 일병을 살릴 기회가 3번 있었지만 군 병원이 모두 놓쳤다고 판단했습니다.

[유성호 교수/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 (민간 병원이었다면) "갑자기 멍이 들어요." 이러면 병원에서 식겁하죠. 빨리 큰 병원에 가라. 갔으면 지금쯤 항암 치료를 받고 있겠죠.]

당시 군의관 2명은 각각 감봉 1개월과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았고 부대 지휘관 징계는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진, VJ : 김준호)      

▶ [끝까지판다①] 뇌출혈 병사한테 '감기약'…국가의 부름 뒤 억울한 죽음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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