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부장 관리자급 "주 52시간 근무? 난감하네요"
[경향신문]
지휘 업무 특성상 ‘연속성’ 중요 IT업계 등은 하루 10시간 훌쩍 단순 인력 충원 방식으론 한계 권한 배분 등 시스템 개선해야
주 52시간제 도입을 앞두고 각 기업이 ‘워라밸’의 연착륙을 위해 근무제를 속속 개편하고 있지만 팀장급 이상의 중간관리자들은 업무 연속성을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부족한 인력을 적절하게 충원하는 동시에, 집중된 업무 권한 및 책임을 고르게 배분하는 평등한 시스템이 해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일 오후 4시30분 경기 판교테크노밸리. 일과 시간 내내 한산하기만 한 대왕판교로 주변으로 퇴근하는 직원들이 하나둘 눈에 띈다.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이미 일부 기업들이 유연근무제와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팀원들이 하루 8시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할 때 여전히 일부 중간관리자들은 퇴근하지 못한다. 일찍 출근하는 직원, 늦게 퇴근하는 직원과 업무를 모두 감독하려면 하루 10시간은 넘기기 일쑤다. 야근 다음날에도 일찍 출근하는 게 다반사다.
한 정보기술(IT) 업체의 팀장급 개발자 ㄱ씨는 “야근한 다음날 조금 늦게 출근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주 52시간 도입을 계기로 이젠 당연한 권리가 됐지만, 여전히 중간관리자들은 계속 쉬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자이면서도 사용자 성격을 갖는 특성 때문이다. 네이버의 경우 주 52시간 도입을 앞두고 재량근로시간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대안으로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노사 합의 결과에 따라 리더 직책자 일부를 초과근무수당 대상에서 제외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는 리더 직책자를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근로자의 경우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렵다면 고용을 늘리는 해법이 있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라는 취지에도 부합한다. 하지만 업무와 조직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팀장급의 경우 단순 충원만으로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
업계 최초로 ‘주 35시간 근무’를 도입한 이마트는 책임의 고른 배분으로 문제에 대응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점장이 퇴근했을 때는 부점장이 일반적인 의사결정을 도맡아 해결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배분했기 때문에 관리자급이 일이 많아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책임자가 부재 중일 때 ‘백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유통대기업 팀장은 “중간간부가 쉬지 않으면 밑의 직원들도 쉴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기 때문에 가급적 근로시간에 맞춰 일하려고 한다”며 “일단 주 52시간에 맞춰 근무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저녁 술자리 등으로 연장근무를 해야 할 경우에는 대휴를 쓰는 쪽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즌별 성수기가 있는 제조업계, 특히 여름 성수기를 맞은 식품업계의 고민은 크다. 빙과류의 경우 1년 중 가장 일이 많은 시기인데 주 52시간을 맞추려다 보니 중간관리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제과업체들은 노사 간 합의로 성수기 6개월과 비수기 6개월로 나누어 탄력근무를 시행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관리자급의 업무 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한 보험사 간부는 영업 목적으로 주말에 치는 골프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고객사와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함께하는 것을 업무의 연장선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업체 또는 직급마다 다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주영재·최민영·노정연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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