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31일 양상훈 조선일보 주필을 비판했다. 홍 대표는 양 주필이 조선일보 31일자에 쓴 ‘역사에 한국민은 ‘전략적 바보'로 기록될까’라는 칼럼을 문제 삼았다.
양 주필은 칼럼에서 북한의 완전한 핵무기 포기 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며 “이렇게 되면 한국민은 바보가 된다. 그런데 때로는 바보가 이기는 경우가 있다”며 “북한 땅 전역에서 국제사회 CVID팀이 체계적으로 활동하게 되면 그 자체로 커다란 억지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될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대놓고 ‘서울 핵폭발' 위협은 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홍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나는 30년 조선일보 애독자이지만 오늘 칼럼을 보니 조선일보 사주가 어쩌면 이 사람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선일보의 문제라기보다 조선일보의 그 사람이 항상 문제였다”고 꼬집었다.
홍 대표는 연이어 올린 페이스북 글에서는 “2006년 3월 서울시장 경선 당시 그 사람이 정치부장 할 때 자기 고교후배 편을 들어 조선일보를 만드는 것을 보고 내가 정론관에 가서 ‘조선일보가 오세훈이 찌라시냐’고 실명을 거론하며 극렬하게 항의한 일도 있었다”며 “참 끈질긴 악연”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낸 홍 대표의 비서실장 강효상 의원도 이날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께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협박에 굴복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양상훈 주필을 파면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 “오늘 양 주필은 칼럼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은 기적이니 북한 체제의 붕괴를 기다려보자는 주장을 폈지만 북한 체제가 붕괴하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일어나기 힘든 기적”이라며 “양상훈 칼럼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패배주의자들의 말장난이고 속임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칼럼이 나온 타이밍은 더할 수 없이 위험하다. 북미회담을 코앞에 앞두고 백악관 등 미국 정부는 한국 보수의 입장을 살펴보고 이를 협상에 감안한다”며 “미 당국자들이 이 칼럼을 보고 한국 보수의 한 축인 조선일보가 북한에 항복했다는 시그널로 인식하게 되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십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공교롭게도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조선일보를 협박한 이틀 뒤에 이런 칼럼이 실렸다”며 “이건 마치 조선일보가 청와대에 백기 투항을 한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양 주필은 지난달 5일에도 ‘공동묘지 같다는 어느 黨(당)’이란 칼럼에서 홍준표 지도부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지금 자유한국당의 진짜 문제는 당 대표나 지도부가 아니라 쇄신운동 하나 일으키지 못하는 초·재선의 ‘죽은’ 의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논밭을 내버려두면 황무지가 되고 세월이 흐르면 정말 공동묘지가 된다”고 썼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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