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부역자는 나가라" ..문화계 블랙리스트 후폭풍 몸살

이지영 입력 2018.05.31. 16:45 수정 2018.05.31.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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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단체, 정대경 이사장 탄핵 요구
소설가 오정희는 논란 일자 자진 사퇴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 매도" 반발도
지난 16일 전임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도종환 문체부 장관.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후폭풍으로 문화예술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른바 ‘블랙리스트 부역자’에 대한 퇴출 논란 때문이다.
정대경 이사장
600여 명의 연극ㆍ예술인이 참여한 ‘블랙리스트 타파와 공공성 확립을 위한 연극인회의’(이하 블랙타파)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정대경 한국연극협회 이사장을 탄핵하라고 요구했다. 블랙타파는 “정 이사장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던 기간 블랙리스트 실행에 깊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예위 위원으로서 문화예술계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공정한 심사를 감시해야 함에도 정 이사장은 검열을 묵인 방조했고 적극적으로 심의에 참여해 블랙리스트 피해자들을 배제했다”며 “연극협회 이사회는 정 이사장에 대한 탄핵 소추 절차를 개시하라”고 했다. 또 “정 이사장이 사퇴하지 않거나 연극협회 이사회가 책임 있는 조처를 하지 않을 경우, 정 이사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공범 및 직무유기죄 등으로 형사고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일로창고극장 대표와 한국소극장협회장을 역임했던 정 이사장은 블랙리스트에 따른 정부 지원 배제가 실행되던 2012년 12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문예위 위원을 지냈다.
블랙타파의 퇴출 요구에 정 이사장은 반발하고 나섰다.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매도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31일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문예위 위원으로서 제도권 안에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막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강력하게 이의제기를 했고, 하나라도 풀려고 노력했다. 당시 예술위 직원들에게 물어보라”면서 “블랙타파에서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하니 법적 진행에 따라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오정희 소설가
2015∼2017년 문예위원을 지낸 오정희 소설가 역시 블랙리스트 실행 논란에 휩싸였다. 24일 출범한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의 14명 위원 중 한 명이었던 오 소설가는 논란이 불거지자 29일 자진 사퇴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의 민간위원인 김미도 서울과기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정희는 블랙리스트 실행이 극심하던 시기에 문예위원을 지내면서 블랙리스트 실행을 방조했다. 특히 ‘2015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심의에서는 심사위원들이 배제조치에 끝내 반발하자 위원회가 직접 작가 30여 명을 무더기로 배제하는 일에 가담했다”면서 “도종환 장관은 정신이 있나 없나.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윤미경 전 사무국장
지난 10일에는 윤미경 예술경영지원센터 신임 대표의 임명이 하루 만에 철회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문체부는 9일 예경 대표로 윤미경 전 국립극단 사무국장을 임명한다고 발표했지만, 진상조사위와 블랙타파 등 문화예술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자 10일 “임명 결재를 취소한다. 개혁적 성향의 인사가 대표에 임명돼야 한다는 예술계 의견을 수용해 임명 절차를 새롭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진상조사위 등은 “윤 전 사무국장은 블랙리스트 실행기관인 국립극단에서 2014년 7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며 반복적ㆍ조직적인 예술 검열의 실무를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