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인터뷰] 이천희 "연기·가구·예능..내 스타일 찾는중"

전형화 기자 / 입력 : 2018.05.31 15:21 / 조회 : 2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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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사진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태풍 태양'으로 스크린에서 첫 주연을 맡은 뒤, 이천희는 충무로 기대주로 꼽혔다. '뚝방전설'은 그를 어엿한 상업영화 주인공으로 자리매김시켰다. 그랬던 이천희는 어느 순간부터 마이너한 감성의 영화들을 선택했다. 선택을 했든, 선택을 당했든, 이천희의 선택이었다. '남영동 1985'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돌연변이' 등 예산은 작지만 다양한 감성의 영화를 선택했다.


TV에선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로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친동생과 같이 하는 가구 브랜드는 연예인들의 잇단 주문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이천희에게 한 우물을 파라고 조언한다. 그렇지만 이천희는 연기도, 예능도, 가구도,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천희는 30일 개봉한 영화 '데자뷰'(감독 고경민)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데자뷰'는 자신이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였다고 믿는 여인이 끔찍한 환각을 겪다가 경찰을 찾았지만 그런 사고는 없었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남규리가 환각으로 고통스러워 하는 여인을 맡았다. 이천희는 남규리에게 그런 사고가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경찰을 맡았다. '데자뷰'도 순제작비가 10억원 가량인 영화다. 이천희에게 그간 선택들에 대해 물었다.

-'데자뷰'는 왜 했나.

▶면목이 없다. 시나리오는 괜찮았다. 다만 이런 영화를 이 정도 예산으로 찍을 수 있단 말인가란 생각은 했다. 순제작비가 10억원 정도였다. 감독님이 자신있다고 해도 찍을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다. 결과물에 대한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시나리오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어서 선택했나.

▶설정 자체가 궁금증으로 시작한다. 사람을 죽였는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 것부터 시작되니. 난 내 캐릭터를 봤다. 그 캐릭터 입장에서 놓고 볼 때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그날의 진실이 무엇일지.

-스릴러 장르를 좋아하나.

▶아니요. 좋아하지 않는다. 잘 찾아보지도 않는다. 일본 드라마 같은 잔잔한 휴먼 드라마를 좋아한다. 마블 영화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들도 잘 못본다. 이해를 잘 못한다. 그런데 '데자뷰'는 스포일러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내가 맡은 캐릭터의 이야기들이 끌렸다. 그런데 영화를 본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더라. 내가 설명을 해주면 "아~"라고 하더라. 그런 것들이 원래 시나리오에는 다 있었고, 찍기도 했는데 편집이 많이 돼 잘 표현된 것 같지 않아 아쉬움이 있다.

-이천희가 스릴러 영화들을 그간 한 것도 아닌데 왜 캐스팅했다고 하던가.

▶나도 왜 나한테 시나리오를 줬지라고 생각했다. 내 선한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원래는 내 이미지를 차용해 캐릭터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간 상업영화보다는 다양한 저예산 영화들을 많이 했는데. 안 한 건가, 못한 건가.

▶그런 시나리오들이 안 들어온 것일 수도 있고, 내가 휴먼 드라마 같은 걸 더 선호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작은 예산 영화를 다른 배우들은 안 하는데 나는 한다고 해서 그럴 수도 있고. '돌연변이'도 그렇고, '남영동 1985'도 그렇고. 지금 찍고 있는 '도어락'도 순제작비가 30억원 정도다. 찍으면서 이야 30억원이 이 정도인데, 100억원이면 얼마나 대단할까, 이런 생각을 했다. '태풍태양'부터 마이너한 이미지를 갖게 된 것 같은데 그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는 것 같다.

사실 갈증이 있다. 더 큰 예산 영화에 대한 갈증이라기보다, 더 많은 돈이 들어가 완성도가 높은 영화를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갈증이 있다. 100억 짜리 영화나 10억 짜리 영화나, 홍보하는 건 똑같다. 그런데 똑같이 해도 아쉬움이 남고, 그럴듯 하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나도 큰 예산 영화에 감초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물론 있다. 한편으로는 내가 그런 큰 영화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다 감당할 수 있을까란 부담도 없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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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사진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환각 보는 여인으로 남규리, 동료 경찰 역으로 동현배와 호흡을 맞췄는데.

▶남규리는 굉장히 몰입하는 스타일이다. 환각을 보는 여자를 연기하면서 자신을 그렇게 몰아가는 것 같았다. 리딩 때 처음 만났는데 그때부터 말투와 표정, 감정 등이 그랬다. 현장에서 그런 몰입을 깨지 않으려 다들 굉장히 많은 신경을 썼다. 그러다보니 다들 남규리가 없을 때 제일 편하다고 했다.(웃음) 현장에 여배우라고는 남규리 밖에 없고, 그 감정을 유지하는 데 방해를 주지 않으려 다들 굉장히 조심했기 때문이다. 남규리는 굉장히 집중하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다.

동현배는 현장 분위기를 잡아줬다. 분위기를 이끌 사람이 너랑 나밖에 없다고 했다. 다혈질 형사로 연기도 잘했지만 분위기를 이끌려고 노력하는 게 눈에 확 띄었다. 계속 현배랑 술도 많이 마셨다. 나중에는 내가 태영형 같았다.

-예능 프로그램 나들이가 최근에는 많이 줄었는데. 예능을 많이 하다보니 배우보다는 예능 이미지도 크고.

▶안하려고 안하는 건 아니다. XTM '아드레날린'도 그렇고 즐겁게 했다. 그런데 예능은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패밀리가 떴다'를 할 때는 그냥 할머니 집에 가서 잤다. 그런 게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아하는 캠핑, 서핑, 이런 걸로 예능을 했다. 하다보니 내가 하는 게 진정성이 있는지 고민하게 되더라.. 그래서 '싱글 와이프'처럼 내가 여행을 가고 와이프가 스튜디오에서 보는 그런 예능이 더 진정성이 있지 않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아내인 전혜진이 '싱글 와이프'로 활동을 재개했다. '싱글 와이프' 이후 전혜진이 본업인 연기 활동을 재개하는 데 대화를 나눈 게 있나.

▶(전혜진이)작품에 대한 열망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싱글 와이프'에서 여행을 하는 걸 보고 저렇게 좋아하다니, 더 빨리 하도록 할 걸이란 생각을 했다.

-'싱글 와이프' 같은 프로그램을 하다보면 사생활 노출을 하게 되는데.

▶제작진과 못 보여드리는 부분에 대해선 미리 이야기를 나눴다. 사생활 노출 수위에 대해선 이야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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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희/사진제공=스톰픽쳐스 코리아


-가구 디자인도 하는데. 연기와 예능, 가구까지 다방면으로 일을 하는 데 부담은 없나.

▶연기를 행복하고 즐거우려고 하는 것처럼 예능도 가구도 마찬가지다. 가구는 목수가 본업이 아닌데 취미생활이 커졌다. 왜 한우물만 파지 않냐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한우물만 계속 파면 좋아서 하는 일이 너무 고통스러워질 것 같다. 내 인생을 모두 여기에 올인하면, 시청률에도 관객수에도 고통스러워질 것 같다. 그런 고통이 싫어서 내가 쉬고 싶을 때 집중하려 가구를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네가 끝까지 해봤어?라는 분들도 있다. 끝까지 안 해봤다. 그런데 내 모토는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다. 누구처럼 되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천만영화를 찍으려고 배우가 된 것도 아니고, 천만영화를 안했다고 배우가 아닌 것도 아니다. 내가 가고 있는 배우의 길은 행복하기 위해서다. 지금 충분히 행복하다.

-가구 사업은 잘 되나.

▶대박이 났다고들 하는데 그건 아니다. 그냥 왜 가구를 만드는 걸 어렵게 생각하지, 쉽게 만들 수 있는데, 이런 생각으로 시작했다. 처음 만든 게 우유박스에다 선반을 올린 것이었다. 우유박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바꾸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가구야? 라고들 했다. 가구 시장에서 내가 무슨 큰 브랜드를 내야겠다, 이런 게 아니다. 내 스타일대로 만들고 그걸 좋아하는 분들이 주문하고, 그런 것이다. 최근에는 이상순 형이 주문했었다. 가구든, 연기든, 나만의 스타일을 찾을 때까지 할 생각이다.

-다음 작품은?

▶아직 이야기가 진행 중이라 밝힐 단계는 아니다. 다만 코미디가 제안이 왔다는 건 이야기할 수 있다. 한 번도 코미디를 해본 적이 없다. 예능을 많이 해서 코미디를 한 줄 아는데, 연기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래서 도전이 될 것 같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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