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기자 김의겸'은 어디로 갔나

김진명 정치부 기자 2018. 5. 31.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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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정치부 기자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29일 조선일보에 대한 논평을 냈다. 본지가 28일자 A3면에 보도한 '한미 정상회담 끝난 날, 국정원팀이 평양으로 달려갔다'는 기사를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그 기사에는 본지만 보도한 내용이 두 가지 들어 있었다. 국가정보원 2차장이 평양을 방문해 북측과 비공식 면담을 했다는 것과, 서훈 국정원장이 25일 판문점에서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비공개 회동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2000자에 가까운 이 기사를 '오보(誤報)'라고 규정했지만 무엇이 틀렸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미·북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여러 언론에서 확인되지 않는 보도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김 대변인의 주장은 맞는다. 김 대변인이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한 신문은 '미·북 정상회담 평양 개최'부터 지난 주말의 2차 남북 정상회담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전화 통화를 하다가 즉석에서 회담으로 이어졌다는 등의 오보를 했다. 김 대변인이 이런 일들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유독 조선일보만을 문제 삼은 이유가 무엇일까.

김 대변인은 기자 시절인 2016년 9월 조선일보에 대한 칼럼을 썼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우병우·최순실 관련 취재·보도를 했다가 당시 청와대로부터 '부패·기득권 언론'이라는 비방까지 받던 때였다. 김 대변인은 칼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빠지기 전에 조선일보 캐비닛 속에 있는 '결정타'들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는 "취재를 하면 할수록 조선의 보도가 훌륭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조선 기자들이 얼마나 집요하게 달라붙었으면 그랬겠나"라고 했다.

지금도 조선일보 기자들의 취재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김 대변인이 문제 삼은 기사도 복수의 취재원들에게 확인에 확인을 거듭한 것이다. 만에 하나 기사에서 오류가 발견되면 즉각 정정하고 독자에게 사과할 것이다. '기자 김의겸'이 이런 언론의 고민과 기본 원칙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그는 조선일보 기사의 무엇이 사실과 다른지에 대한 이야기는 생략한 채 다짜고짜 "이제 잡고 있는 발목을 놓아주기 바란다"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논평에서 2014년부터 조선일보가 펼쳤던 '통일이 미래다'라는 기획까지 거론했다. 조선일보의 논조가 그때와 너무 달라졌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통일이 이뤄져 북한 주민들이 자유와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당시 기획을 시작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김 대변인은 이 부분 역시 조선일보의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설명 없이 일방적인 주장을 폈다. '기자 김의겸'은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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