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보병 갑옷 '면피갑' 100년 만에 독일서 귀환

도재기 선임기자 입력 2018. 5. 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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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선시대 후기 보병(보군)들이 입었던 면직물로 만든 갑옷인 ‘면피갑’. 1910~1920년대 독일로 나간 것으로 보이는 이 갑옷은 18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국내외에 10여 벌밖에 남아 있지 않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뮌헨 인근 수도원 선교박물관서 한국에 5번째로 유물 기증 18세기쯤 제작된 것으로 추정 국내외 10여벌밖에 안 남아 가치 조만간 민간에도 공개할 예정

조선시대 후기 보군(보병)들이 입은 갑옷인 면피갑(綿皮甲·면직물로 된 갑옷)이 100여년 만에 독일에서 고국으로 돌아왔다.

18세기쯤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면피갑은 현재 국내외에 10여벌밖에 남아 있지 않아 유물로서의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갑옷 안쪽에는 착용자 이름으로 보이는 ‘李○瑞’(이○서)라는 묵서도 있어 조선시대 갑옷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여겨진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 면피갑을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의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으로부터 기증받아 30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식과 더불어 공개했다.

면피갑은 길이 101㎝, 어깨너비 99㎝로, 겉감에는 앞뒤로 둥근 못을 촘촘하게 박았고 연화당초무늬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겉감 뒤쪽에는 안감과 같은 색상인 푸른색 띠가 세로로 길게 남아 있다. 안감에는 방어력을 높이기 위해 옻칠을 한 가죽 3겹으로 만든 갑찰들을 붙여놓기도 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차미애 팀장은 “현존하는 면피갑은 10여벌밖에 없는 실정이라 조선 갑옷이나 복식 연구 등에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차 팀장은 “면피갑은 1808년 편찬된 서적 <만기요람>(萬機要覽), 1813년 나온 <융원필비>(戎垣必備) 등에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며 “<만기요람>에는 ‘피갑 2892벌을 보군에게 나눠줬다’는 기록이 있으며, <융원필비>에는 면피갑이 그려져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돌아온 면피갑의 양쪽 겨드랑이 아래에는 삼각형 모양의 천을 덧붙인 ‘무’도 남아 있다. 무는 옷의 폭을 더 넓히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한 용도다. 차 팀장은 “무는 19세기에 이르면 거의 사라져 이 면피갑은 18세기경 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면피갑이 독일로 나간 시점은 명확히 규명되지 않지만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신부들이 한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1910~1920년대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면피갑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의 선교박물관 소장 유물을 조사하고 면피갑을 보존처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자 볼프강 왹슬러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총아파스(수도원장)와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이 “기증을 계기로 조선시대 갑옷에 대한 정밀 분석과 심층 연구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흔쾌히 기증을 결정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이 한국에 기증한 유물은 이번이 5번째여서 주목된다. 수도원 측은 2005년 경북 칠곡 왜관수도원에 ‘겸재 정선 화첩’을 영구 대여한 것을 시작으로, 2014년과 2016년에는 희귀한 식물 표본과 17세기 익산 지역 호적대장을 돌려줬다. 또 지난 1월에는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이 설립한 성 베네딕도회 오딜리아연합회 소속 뮌스터슈바르자흐수도원이 국내 최초의 양봉 교재로 알려진 ‘양봉요지’를 영구 대여 형식으로 반환했다.

이날 기증식과 유물 공개현장에서 김종진 문화재청장과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방한한 테오필 가우스 선교박물관장 등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측과 왜관수도원(아파스 박현동) 측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번에 반환된 갑옷은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되며, 국립고궁박물관은 조만간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선교박물관은 1911년에 건립돼 아프리카와 한국에 파견된 선교사들이 수집한 많은 문화재들이 소장돼 있다. 한국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과의 관계는 1909년 서울에 성 베네딕도수도원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선교사들이 수집한 한국 유물은 복식·도자기·회화·지도·서적 등 1700여점에 이른다. 선교박물관에는 한국실이 마련돼 다양한 문화재들이 전시 중이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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