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라돈 노출 노동자도 전수조사 해야

강희태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2018. 5. 30.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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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어, 대규모 리콜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라돈은 지각에서 기체 상태로 방출되는 방사성물질로,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 사태는 음이온을 방출하는 효과를 낸다며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을 매트리스에 사용하면서 발생했다. 현재 확인된 바로는 모나자이트라는 광물은 1개 수입업체를 통해 66개 업체로 팔려나갔다. 지난 25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66개 업체 중 1개 업체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진침대로 매트리스를 납품했고, 9개 업체 제품은 라돈으로 인한 내부피폭선량이 연간 1mSv(밀리시버트)를 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고, 3개 업체의 제품들은 분석 중이며, 나머지 53개 업체는 사용 현황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보도자료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내부피폭이 1mSv를 넘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모나자이트를 통해 라돈에 노출되는 사람들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모나자이트를 취급해 제품을 만드는 노동자들 또한 라돈에 노출되었을 것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소비자들보다 라돈 노출의 정도가 더 심했을 가능성이 높다. 모나자이트의 취급량이 침대 매트리스에 포함되어 있는 양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을 수 있으며, 작업장 환기가 잘 안되는 구조였다면 라돈 노출이 더 많았을 것이고, 모나자이트 광물 분진이 날리는 작업 환경이었다면 분진을 흡입해 직접 폐에서 라돈이 뿜어져 나와 작용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라돈 노출 정도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우선 라돈 검출 침대 관련 대응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 고용노동부도 참여해야 한다. 노동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협조해 모나자이트가 유통된 사업체를 확인하고, 해당 사업체에서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기간 동안 일했던 노동자들의 전수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 이후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각 사업체별, 노동자별 라돈 노출 추정치를 확인해 문제의 심각성 정도를 확인하고 공표해야 한다. 문제가 심각한 정도라는 결론이 나오면 모나자이트 라돈 노출 노동자들에 대한 코호트를 구축하고, 향후 이들 노동자에게 폐암이 발생하지 않는지 추적하며, 폐암이 발생한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노동부는 이번 기회에 노동자들의 라돈 노출 관리방안을 마련하고 실제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과 그에 따른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노동자들의 라돈 노출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 다만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 제14조에 모나자이트와 같은 물질을 취급할 때 노동자들에게 취해야 할 조치들이 명시되어 있으나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문송면은 온도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수은에 중독되어 15세의 나이에 사망했다. 문송면은 노동자들이 일 때문에 죽거나 아프지 않는 세상을 만들자는 화두를 던졌다. 30년이 지난 지금 라돈 침대 사태를 겪으면서 문송면이 던진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다. 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의 적절한 대처를 기대한다.

<강희태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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