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판다②] "혈관 찾을 때까지 주삿바늘로 헤집었다"..군 병원 실태

김종원 기자 입력 2018. 5. 30. 20:42 수정 2018. 5. 3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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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천 명 넘는 군 의무병 가운데 의료 관련 자격자 비율은 9%

<앵커>

저희 탐사 보도팀은 의무병 출신인 전역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봤습니다. 엑스레이를 잘못 찍어서 여러 번 찍는가 하면 주사 놓는 데도 혈관을 찾지 못해서 헤매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합니다.

위험천만한 군 병원의 실태는 이어서 김종원 기자가 전하겠습니다.

<기자>

의무병으로 복무하다 올해 초 전역한 예비역 병장을 만났습니다.

자신이 근무했던 의무대에는 의무병 60명 중 3명만 의료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합니다. 95%가 무자격자다 보니 의무병끼리도 환자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의무병 복무하면서 가장 위험해 보인다고 생각됐던 걸 꼽는다면?) 주사 놓는 행위가 위험하고 또 방사선(엑스레이)도 좀 위험하죠.]

근육이나 정맥에 주사를 놓을 때는 주사 부위가 부어오르거나 피멍이 드는 일도 많았다고 말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IV(정맥 주사)를 놓을 때 혈관이 안 보이잖아요. 느껴야 돼요, 이렇게 팔을 만지면서. 멸균이 다 유지된 상태에서. 그런데 바늘이 만약 잘못 들어가면, 혈관에 안 찌르고 다른 데 찌르면 다른 데를 계속 찔러봐요. 이렇게 휘저어봐요, 계속 이렇게. (바늘을 안에 넣은 채로요?) 네. 넣은 채로. 빼고 넣어보고, 빼고 넣어보고. 혈관 찌를 때까지.]

주사를 놓기 전에 반드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해야 하는 약품들도 있는데 이런 절차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증언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큰일이 날 수 있죠. 호흡 곤란이나 그런 거 올 수도 있으니까. (알레르기 검사라는) 의료 절차를 무시하고 (주사 놓기를) 한다는 게 확실히 자격증 있는 사람이랑 없는 사람이랑 차이가 큰 거죠.]

군의관이나 방사선사를 대신해서 엑스레이 촬영하는 일도 의무병의 업무인데 무자격자다 보니 찍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영상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의무병 출신 예비역 병장 (올 초 전역) : 찍는데 솔직히 잘 안 나오죠. 엑스레이가 잘 안 나와요. 폐를 본다고 하면 '숨 참으세요' 하고 다 찍긴 찍어요. 이론대로 배운 대로 찍긴 찍어요. 그런데 잘 안 보이죠. 오진 확률이 있어요.]

촬영 각도나 엑스레이 세기 같은 걸 정하는 '오더 입력'을 잘못하거나 촬영된 영상이 판독이 안 되면 여러 번 재촬영을 하기도 합니다.

[정승은/서울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 필요한 사진이 나오지 않아서 진단 오류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잘못 기기를 조절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과다한 X선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7천 명이 넘는 군 의무병 가운데 의료 관련 자격자 비율은 9%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무자격 의무병들은 4~5주간에 기본 교육을 받은 뒤 군 병원에 배속되는데 어깨너머로 배워 가며 일을 하는 실정입니다.

국방부는 탐사 보도팀의 이번 취재에 대해 지난해 5월부터는 의료 자격증 있는 전문 의무병을 적극 모집해서 현재는 무자격 의무병의 불법 진료행위가 근절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만난 전직 군의관과 의무병들의 증언은 올해까지도 계속된 불법 의료행위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 [끝까지판다①] 무자격 의무병이 복강경 수술 참여…軍, 불법진료 지시
▶ [끝까지판다③][단독] "군 병원 못 믿겠다"…민간병원 찾는 병사 더 많다
  

김종원 기자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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