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여성주의 광고 “민원 우려로 거절” 논란…“규정대로 심의”

입력 2018.05.30 (17:27) 수정 2018.05.3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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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꽃이 아니다. 불꽃이다."
"숙대 입구에서 하지 말아야 할 상식: 허락 없이 몸에 손대지 말 것, 몰래 촬영하지 말 것, 무리하게 번호 요구하지 말 것"
"다음 중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은? 정답-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 의사"
"이 일은 금세 끝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레베카 솔닛)"

숙명여자대학교 여성학 동아리 'SFA' 학생들의 서울 지하철에 게시하려 한 광고의 시안에 적힌 문구입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차별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은 이 광고들을 학교 축제가 시작되는 오늘(30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게시할 계획을 세우고, 지하철 광고 수주를 담당하는 대행사와 계약도 맺었습니다. 지난 16일 시작된 모금 활동에는 3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논란은 이 광고물이 계획대로 게시될 수 없게 되면서 터져 나왔습니다. 'SFA' 소속 학생들이 어제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양성 평등 관련 광고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걸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전화 통화로 전해 왔다"며 "제출한 광고 시안 8개의 게시를 모두 거절했다"고 밝힌 겁니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서울교통공사가 단순히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성평등 의식을 담은 광고를 반려한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자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사건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교통공사 담당 부서에는 오늘 오전부터 항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 참여 게시판에도 "광고를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 "서울메트로는 성평등에 반대하는 거냐" "광고 거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비판 글이 하루 만에 500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 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 캡처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 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 캡처

트위터 이용자들도 "'차별'을 담은 광고가 아니라 '민원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 내용이라 광고를 거부하다니" "성평등에 민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인데, 그 이유로 게재를 못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는 더 상식 이하"라는 멘션을 올리며 서울교통공사 측을 비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거절한 것 아냐, 오해 있었다…심의 거쳐 결정할 것"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광고 게시를 거절한 게 아니다"라며 "광고대행사 담당자가 학생 분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을 언급해 오해를 빚은 거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광고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주장이나 가치를 표현한 '사회적 광고'에 해당되는데, 이런 종류의 광고는 공사 내규인 '광고물 등 관리규정'에 따라 외부 심의기관인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심의를 의뢰한 뒤, 그 결과가 나오면 게시 여부를 판단한다는 설명입니다.

공사 측은 "예전에도 동물보호시민단체가 '개고기를 먹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담긴 사회적 광고를 게시하겠다고 해서 당시 심의를 의뢰했고, 내용이 자극적이라 내용상 수정을 하라는 의견이 와서 이를 반영해 수정된 광고가 지하철에 게시된 적이 있다"며 "숙명여대 학생들의 광고에 대해서는 빠르면 6월 초 심의를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성상품화 광고는 되는데 성평등 광고는 왜 안 되나"

한편 이번 논란으로 온라인에서는 서울 지하철에 게시됐던 일부 광고물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외모 평가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광고들입니다.

출처: 트위터, 인스타그램출처: 트위터, 인스타그램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모 씨는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게임 광고,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에게 외모 가꾸기의 강박을 불러일으키는 성형 광고 등은 잘만 게재하면서,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온건한 광고 몇 건은 게재할 수 없는 근거가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 모 씨는 "지하철 광고 중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음란물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이번 여성 관련 광고는 왜? 민원 제기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답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서울교통공사 측의 광고 게시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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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지하철, 여성주의 광고 “민원 우려로 거절” 논란…“규정대로 심의”
    • 입력 2018-05-30 17:27:07
    • 수정2018-05-30 18:20:06
    취재K
"우리는 꽃이 아니다. 불꽃이다."
"숙대 입구에서 하지 말아야 할 상식: 허락 없이 몸에 손대지 말 것, 몰래 촬영하지 말 것, 무리하게 번호 요구하지 말 것"
"다음 중 여자가 하기 좋은 직업은? 정답-대통령,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 경찰청장, 의사"
"이 일은 금세 끝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지도 않을 것이다(레베카 솔닛)"

숙명여자대학교 여성학 동아리 'SFA' 학생들의 서울 지하철에 게시하려 한 광고의 시안에 적힌 문구입니다. 여성에 대한 편견,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거나 차별하는 행태를 비판하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학생들은 이 광고들을 학교 축제가 시작되는 오늘(30일)부터 서울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에 게시할 계획을 세우고, 지하철 광고 수주를 담당하는 대행사와 계약도 맺었습니다. 지난 16일 시작된 모금 활동에는 3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했습니다.


논란은 이 광고물이 계획대로 게시될 수 없게 되면서 터져 나왔습니다. 'SFA' 소속 학생들이 어제 "서울교통공사 측에서 '양성 평등 관련 광고는 민원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걸어줄 수 없다'는 답변을 전화 통화로 전해 왔다"며 "제출한 광고 시안 8개의 게시를 모두 거절했다"고 밝힌 겁니다.

이들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서울교통공사가 단순히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는 이유로 성평등 의식을 담은 광고를 반려한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자 헌법에 위배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사건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서울교통공사 담당 부서에는 오늘 오전부터 항의 전화가 폭주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 참여 게시판에도 "광고를 거절한 이유가 무엇이냐" "서울메트로는 성평등에 반대하는 거냐" "광고 거부를 철회하라"는 내용의 비판 글이 하루 만에 500건 넘게 올라왔습니다.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시민 참여 게시판에 올라온 항의 글 캡처
트위터 이용자들도 "'차별'을 담은 광고가 아니라 '민원이 많이 들어올 것 같은' 내용이라 광고를 거부하다니" "성평등에 민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상식 이하인데, 그 이유로 게재를 못하겠다는 서울교통공사는 더 상식 이하"라는 멘션을 올리며 서울교통공사 측을 비판했습니다.

서울교통공사 "거절한 것 아냐, 오해 있었다…심의 거쳐 결정할 것"

이에 대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광고 게시를 거절한 게 아니다"라며 "광고대행사 담당자가 학생 분에게 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내용을 언급해 오해를 빚은 거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문제가 된 광고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주장이나 가치를 표현한 '사회적 광고'에 해당되는데, 이런 종류의 광고는 공사 내규인 '광고물 등 관리규정'에 따라 외부 심의기관인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 심의를 의뢰한 뒤, 그 결과가 나오면 게시 여부를 판단한다는 설명입니다.

공사 측은 "예전에도 동물보호시민단체가 '개고기를 먹지 맙시다'라는 문구가 담긴 사회적 광고를 게시하겠다고 해서 당시 심의를 의뢰했고, 내용이 자극적이라 내용상 수정을 하라는 의견이 와서 이를 반영해 수정된 광고가 지하철에 게시된 적이 있다"며 "숙명여대 학생들의 광고에 대해서는 빠르면 6월 초 심의를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성상품화 광고는 되는데 성평등 광고는 왜 안 되나"

한편 이번 논란으로 온라인에서는 서울 지하철에 게시됐던 일부 광고물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거나 여성에 대한 외모 평가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 광고들입니다.

출처: 트위터, 인스타그램
서울에 사는 20대 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박모 씨는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여성을 상품화하는 게임 광고,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에게 외모 가꾸기의 강박을 불러일으키는 성형 광고 등은 잘만 게재하면서, 성평등을 주제로 한 온건한 광고 몇 건은 게재할 수 없는 근거가 대체 무엇입니까?"라고 비판했습니다.

같은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 모 씨는 "지하철 광고 중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음란물을 연상시키는 것들을 수없이 많이 봐왔다. 이번 여성 관련 광고는 왜? 민원 제기가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답변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나"라며 서울교통공사 측의 광고 게시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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