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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코스타리카의 운명…나바스 손에 달렸다!

[취재파일-다시 뜨겁게!] 코스타리카의 운명…나바스 손에 달렸다!
‘공은 둥글다’지만 실제 축구공은 완벽한 구의 모양은 아닙니다. 공이 얼마나 완벽한 구형(球形)에 가까운지를 나타내는 수치가 바로 구상편차율입니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수치를 낮추려 애썼습니다. 구에 가까워야 하는 이유는 일관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공이 울퉁불퉁하면 회전할 때 주변 공기 흐름이 불규칙하게 변하고 정확히 원한 곳으로 날아가지 않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관련기사]  ▶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공격적으로 진화한 '텔스타18'

눈에 띄는 노력은 공을 싸는 겉면의 조각(패널) 수를 줄인 겁니다. 월드컵 최초의 공인구는 1970년 멕시코 대회 때 등장합니다. 최초로 위성 생중계된 대회입니다. 제조사인 아디다스는 ‘텔레비전 스타’라는 뜻으로 이 공의 이름을 ‘텔스타’로 짓습니다. 텔스타의 패널 수는 32개입니다. 오각형과 육각형이 조화를 이룬 형태로, 이 수는 2002년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까지 유지됩니다.
공인구는 꾸준히 진화했습니다. 더 공격적인 공이 됐죠.
2006년 독일월드컵 공인구 팀 가이스트(14개)부터 패널 수가 파격적으로 줄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패널을 공에 붙이는 방식도 손으로 일일이 꿰매던 방식에서 고열고압 접착 방식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패널 수는 현재의 6개로 줄었습니다. ‘반발력은 뛰어나지만 일관성이 떨어져 차는 사람도 어디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혹평을 받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자블라니’보다도 10% 이상 더 완벽한 구 모양을 띄게 됐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이번 공인구가 바로 ‘텔스타 18’입니다. 최초의 공인구이자 축구공의 상징인 ‘텔스타’에서 이름과 모양을 물려받았습니다. 그 언제보다 정확도가 높아졌습니다. 또 표면에 돌기가 있어 강한 회전을 주기도 유리해졌습니다.

반발력도 꾸준히 향상됐습니다. 새 공인구는 전보다 빠르고 강하게, 또 정확하게 날아가 골문 안에 꽂힙니다. 그래서 이번 텔스타 18은 역대 가장 공격적인 공이다는 평을 받습니다. 전문가들은 역대 최다골(171)이 터진 지난 대회보다 러시아에서 더 많은 골이 터질 거라 예상합니다.

● 공인구 진화의 역설

킥이 정확한 공격수가 골을 넣을 확률이 높아졌습니다. 또 탄력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잘만 맞으면 먼 거리에서도, 또 불안정한 자세에서도 위력적일 슛을 날릴 수 있습니다. 골키퍼 입장에선 애를 먹게 됐습니다. 스페인 대표팀 골키퍼 레이나는 "거리 판단이 어렵다. 러시아월드컵에선 중거리슛으로만 35골 넘게 터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렇다고 공인구 진화로 인해 단순히 공격수와 골키퍼의 희비가 엇갈린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공의 공격적인 진화 덕분에 순발력이 뛰어난 골키퍼는 더 돋보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공인구 진화의 역설입니다. 막기 어려운 공이 많아지며 골키퍼의 기량을 가늠할 변별력이 커진 겁니다. 그러니 공인구 진화가 각국 골키퍼 희비를 가른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절할 겁니다.

● 역대 최다골 브라질 월드컵, 가장 골키퍼가 돋보였던 대회

지난 대회가 좋은 예입니다. 역대 최다골이 터졌지만 그럴수록 골키퍼도 빛을 봤습니다. 대회가 끝난 뒤엔 ‘골키퍼들의 축제’였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64경기 가운데 12차례나 골키퍼가 경기 최우수 선수가 됐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 골키퍼였습니다.
나바스는 브라질 월드컵 눈부신 선방쇼로 약체로 평가받던 코스타리카를 사상 첫 8강으로 이끌었습니다.
나바스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골문 구석구석을 향해 빨랫줄처럼 뻗어가는 공을 걷어냈습니다. 덕분에 코스타리카는 이탈리아, 잉글랜드, 우루과이와 함께 ‘죽음의 D조’에 속하고도 당당히 1위로 16강에 올랐습니다. 득점은 3경기에서 4골에 불과했지만 실점이 단 한 점이었습니다. 특히 잉글랜드와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눈부신 선방쇼로 최우수선수로 꼽혔습니다. 그리스와 16강전에선 승부차기 승리를 이끌며 코스타리카 사상 첫 8강 진출에 앞장섰습니다. 여기서도 최우수선수는 단연 나바스였습니다. 네덜란드를 만나 준결승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나바스는 이 경기에서도 단 한 골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바스는 '국민 스타'가 됐습니다.
예선 E조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도 나바스는 돋보였습니다. 코스타리카는 최종 예선 10경기에서 득점이 14골에 그쳤지만 8골만 내주며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 야신의 나라, 러시아에서도 골키퍼들의 축제는 계속될까

러시아 축구 역대 최고의 축구 스타를 꼽으라면 야신입니다. 월드컵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골키퍼로도 손색이 없지요. 야신이 든든히 골문을 지킨 옛 소련은 1958년부터 1970년까지 4회 연속 월드컵 무대에 올랐고, 특히 1966년에는 사상 첫 4강에 올랐습니다. 1994년 미국월드컵부터 대회 최고 골키퍼에게 ‘야신상’을 주게 된 배경입니다.
월드컵 사상 최고의 골키퍼로 꼽히는 야신.
‘야신의 나라’ 러시아에서 골키퍼들은 또 빛날 겁니다. 나바스는 또 한 번 기적을 꿈꿉니다. 브라질, 스위스, 세르비아. 어느 한 팀도 만만치 않고 코스타리카가 객관적인 전력에선 가장 떨어집니다. 하지만 모든 경기가 결승전인 단기전, 월드컵 무대에서 골키퍼의 역량은 큰 변수가 됩니다.

이탈리아의 부폰, 독일의 노이어와 함께 이 시대 세계 3대 골키퍼로 꼽히는 나바스는 이미 월드컵에 앞서 유럽(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리버풀의 공세를 온몸으로 막아내 정상에 서며 예열을 마쳤습니다. 이탈리아가 60년 만에 월드컵 무대에 서지 못하고, 부상 회복 중인 노이어가 정상 컨디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바스로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입니다. 공은 전보다 더 둥글고, 한 번 일어난 기적이 두 번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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