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방탄소년단의 군대 ARMY, 어떻게 세계 최강 팬덤 됐나

이재훈 입력 2018. 5. 3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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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미국 '빌보드'의 메인차트인 '빌보드 200' 1위와 '핫 100' 10위 데뷔 등으로 K팝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룹 '방탄 소년단'(BTS)이 주목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거대한 팬덤이다.방탄소년단이 항상 영광을 돌리고 감사를 표하는 팬클럽 '아미(Army)'의 지지와 응원이 한국을 넘어 세계에 방탄소년단을 알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200' 1위 소식이 전해진 날 트위터에 방탄소년단의 꿈을 응원한다며 "BTS와 함께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팬클럽 '아미'도 응원한다"고 언급할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아미, 어떻게 세계 최강 팬덤 됐나

아미는 '콘크리트 팬덤'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팬층이 두텁다. 팬클럽 이름 '아미'는 방탄복이 군대와 항상 함께하는 것처럼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언제나 같이 있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긴밀한 관계를 자랑한다. 우상(아이돌)과 팬의 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여서 가능하다. 비슷한 연령대의 가수와 팬이 공감하며 함께 유대감을 맺어왔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꾸준히 '학원 폭력' '입시' '등골 브레이커' 등 동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세대에 호소력을 갖춘 노래를 들려줬다. 자신들이 경험하고 고민한 것들을 기반으로 한 노래를 쓰고 불렀다. 그러자 점차 이들의 목소리와 메시지에 공감하는 팬들이 늘어갔다. 기초부터 다져진 강력한 팬덤 '아미'가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다. 방탄소년단과 팬들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아미가 친구를 뜻하는 프랑스어 '아미(Amie)'와 발음이 같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방탄소년단 프로듀서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지난해 말 기자회견에서 "방탄소년단은 팀으로서 성장이 기본적인 콘셉트다. 그래서 내가 기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곱 명이 함께 하며 놀라울 정도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아이돌 전문 웹진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대중음악평론가 문용민(필명 미묘)씨는 "방탄소년단의 콘텐츠가 자기 서사에 기반하다 보니 팬들도 더 가깝고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봤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의 적극적인 활용도 팬덤을 넓히는데 크게 한몫을 했다. 그간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의 대통령'으로 불리며 각급 이벤트를 통해 소셜에서 팬들과 꾸준히 교감해왔다.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제치고 70차례나 1위를 차지하며, 소셜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트위터에서 최다 리트윗된 그룹으로 기네스에 등재되기도 했다. 트위터 팔로워 숫자만 1500만명이다.

멤버 슈가 생일에 또 다른 멤버 정국이 만든 영상을 트위터에 게재한 것, 핼러윈데이에 멤버들이 각자 분장을 하고 노래한 영상을 올린 것 등이 소셜 미디어에서 크게 주목 받았다. 개별 멤버 계정이 아닌 한 소셜 미디어 계정을 일곱 멤버가 나눠서 쓰는 것도 소통을 강화했다.

문 편집장은 "멤버들의 소셜 미디어 콘텐츠 활용에는 친근함과 함께 자기 서사가 더해진다"면서 "팬들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저런 생각을 하다가 저런 곡을 만들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시혁 대표는 "팀 서사의 중심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다. 콘셉트를 먼저 기획하고 멤버들이 들어가는 방식은 옳지 않다. 멤버들하고 이야기를 나눌 때 성장, 고민, 행복 등에 대해 유의해서 듣는다"고 전했다.

아미가 단단해질 수 있었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초반에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점도 꼽힌다. SM·JYP·YG 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신인 그룹이 단숨에 주목을 끄는데 반해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은 약 2년 동안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특히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국내 미디어에서 크게 다루지도 않았다.

문 편집장은 "방탄소년단이 국내에선 상대적으로 저평가의 시간이 길었고 해외에선 한국 출신이란 것이 비주류이다 보니까, 밑에서부터 아미와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듯하다"고 짚었다.

'BTS 예술혁명: 방탄소년단과 들뢰즈가 만나다'를 펴낸 세종대 대양휴머니티칼리지에서 강의하는 이지영씨는 "방탄소년단의 소셜미디어 소통이 여타 아이돌 그룹과 다른 것은 수평적인 소통과 연대"라면서 "아미는 그 이름에 걸맞게 이들의 친구이자 방탄을 세계에 알리고 진출시키는 군대가 된다. 중요한 점은 방탄이 생산하는 수평적 판타지가 팬과 강력한 연대를 형성하면서 예상치 못한 화학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 신문은 "방탄소년단 성공은 '아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아미의 열정은 (저스틴 비버의 팬클럽) '빌리버스',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클럽) '스위프티스'와 필적한다"고 보도했다.

◇아미, 다른 팬덤과 차이점은?

국내 가수들의 팬덤 원류를 좇다보면 맨 위에 조용필이 있다. '오빠부대'의 원조로 통하는 조용필의 팬덤은 여전히 강력하다. 1997년 결성한 '이터널리', 1999년 출발한 '미지의 세계', 2001년 만들어진 '위대한 탄생' 등 활발히 활동 중인 대형 팬클럽만 3곳이다. 이들은 조용필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스스로 만들고, 50주년 콘서트가 성료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이후 눈에 띄는 팬덤을 꼽으라면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서도 다뤄진 그룹 'HOT'의 '클럽 HOT', 2000년대 '80만 대군'으로 통하며 강력한 팬덤을 자랑한 '동방신기'의 팬클럽 '카시오페아'가 있다. 이후 2010년대 들어 저마다 화력을 자랑하는 아이돌 팬덤이 존재한다.

아미가 국내 다른 아이돌 팬클럽 그리고 빌리버스, 스위프티스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일종의 '체험 팬덤'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서사를 공유하면서 팬 활동 역시 역동적인 체험과 놀이가 되는 것이다.특히 방탄소년단 팬들이 해외 팬과 사랑둥이라는 단어를 조합해 '외랑둥이'라고 칭하는 외국 팬들의 팬덤 유입을 보면, 이런 경향이 도드라진다.

예컨대,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방탄소년단의 해외 팬이 만든 게시물에는 한 남성이 옆에 있는 여성이 아닌 지나가는 여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모습이 나온다. 그런데 이 남성에게는 BTS라는 글자가 겹쳐 있고 한 여성에게는 빌보드, 다른 여성에게는 그래미라는 글이 겹쳐져 있다. 빌보드에 이어 그래미 무대가 목표라고 한 방탄소년단의 말을 유머러스한 사진으로 표현한 일종의 놀이다.

문 편집장은 "해외에 방탄소년단이란 콘텐츠가 '아미 체험'까지 포함한 액티비티로 소개되는 것 같다"면서 "방탄소년단을 100% 즐기려면 '아미가 돼 투표도 같이 하고 구호도 같이 외치는거래'라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한국 팬들이 트위터에 "외랑둥이들 사랑해요"라고 적으면, 외국팬들이 이에 호응하는 댓글을 수도 없이 연달아 달면서 함께 소통하는 등의 놀이를 즐긴다.

다국적 관객이 운집한 지난 20일(현지시간) '2018 빌보드 뮤직 어워드'의 방탄소년단 '페이크 러브' 무대에서는 객석 사이에서 이 한국어 노래 '떼창'이 울려퍼졌다. 멤버 제이홉의 본명인 "호석아" 등을 적은 한글 플래카드도 꽤 눈에 띄었다.

문 편집장은 "이 아미 체험단계에 있는 팬들도 있을 것이고 이것이 흥미로워서 눌러앉는 팬들도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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