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불의 마녀'로 변한 이자벨 위페르…영화 '미세스 하이드'

송고시간2018-05-30 13:52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미세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

[엣나인필름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고등학교 물리교사 지킬(이자벨 위페르 분)은 재미없고 따분한 수업으로 유명하다. 학생들과 교감은 전혀 없고, 실험보다는 이론 수업에만 치중한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들 사이에서도 왕따다.

개기월식이 있던 날, 실험실에서 홀로 실험하던 지킬은 벼락을 맞고 기절한다. 다시 깨어났을 때 지킬은 갑자기 에너지가 넘친다. 수업 방식도 달라진다. 학생들의 질문을 끌어내고 스스로 사고하도록 만든다.

골칫덩이 학생 말릭에게는 실험실 열쇠를 쥐여준다. 다리가 불편한 말릭은 친구들의 관심을 끌려고 매시간 지킬을 조롱하는 말로 수업 분위기를 해치곤 했다.

그의 퇴학을 건의한 지킬은 그를 실험실로 불러 차분하고 알아듣기 쉽게 이론을 설명해주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끌어낸다.

'미세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

[엣나인필름 제공]

3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세스 하이드'(세르쥬 보종 감독)는 세계적인 고전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서 착안했다. 변신이라는 소재를 가져왔지만, 전개 방식과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소심하고 존재감 없던 교사가 학생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치는 교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머와 엉뚱한 상상력이 곳곳에 녹아있는 블랙코미디다. 소설이 인간 본래의 양면성을 다룬다면, 영화는 자신이 은연중에 꿈꾼 모습으로 바뀌고 싶은 내적 욕망을 옮긴 듯하다.

시각적 묘사도 흥미롭다. 지킬이 '불의 마녀' 하이드로 돌변하는 순간을 온몸에서 빛이 나는 발광(發光)으로 표현했다. 지킬의 주체할 수 없는 에너지가 시각적으로 곧바로 체감된다.

'미세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

[엣나인필름 제공]

영화는 인문계와 기술계 차별,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교사 등 프랑스 학교 현장 모습을 담아냈다.

교장은 대놓고 "기술반 학생들은 조별과제를 할 (학습)능력이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지킬은 보란 듯이 기술반 학생들에게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하는 '패러데이 새장'을 만들도록 조별과제를 내준다. 지킬은 장학사 앞에서 새장을 놓고 수업을 하고, 학생들은 활발한 토론을 벌인다. 장학사의 눈이 휘둥그레졌음은 물론이다.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교사가 갑자기 참스승이 되고, 학교를 그만둘 생각이나 하던 문제아가 우등생으로 바뀌는 모습은 작위적이기는 하지만, 쾌감을 준다.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도 희망적이다.

'미세스 하이드'
'미세스 하이드'

[엣나인필름 제공]

지킬은 마지막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생물의 성장은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진다."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니, 꿈과 희망을 품고 노력을 하라는 응원의 메시지다.

변화가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남을 변화시킨 지킬은 에너지를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결국 희생자를 만든다.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도 소설과 다르다. 더구나 지킬의 남편은 가정주부다. 영화는 판타지 동화처럼 신선하고 낯설면서도 투박하지만, 명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연기가 판타지를 현실로 만든다.

fusionjc@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