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수다②]손예진 "정해인 보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시절 내가 떠올랐다"

강선애 기자 2018. 5. 3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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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 강선애 기자] →스브수다①에서 계속.

손예진은 ‘이름값’이 확실한 배우다. ‘클래식’, ‘여름향기’,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연애시대’, 최근 개봉했던 ‘지금 만나러 갑니다’까지, 손예진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믿고 보는 멜로 여신’으로 대중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상어’ 이후 5년 만에 돌아온 안방극장에서도 손예진은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 역할을 소화한 손예진은 30대 여성의 사랑, 우정, 직장생활, 가족과의 갈등까지 섬세하고 현실적인 연기로 그려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조건 좋은 남자와 결혼시키려는 엄마의 반대에 맞서며 연하남 서준희와 예쁜 사랑을 나누는 35세의 윤진아가 왠지 세상 어딘가에 진짜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 손예진이 숨을 불어넣은 윤진아는 그런 깊은 공감대를 선사하며 시청자의 응원을 받았다.

‘이름값’을 꾸준히 유지하려면 그만큼의 노력이 뒤따른다. 손예진도 마찬가지다. ‘예쁜 누나’를 통해 다시 한번 ‘멜로=손예진’ 공식을 입증시킨 그녀는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캐릭터에 몰입했고 연기에 집중했다. 상대역으로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 정해인은 이런 손예진에 대해 “대기실에서 나와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링 위에 올라가는 권투선수처럼 보였다. 절대 가볍지 않았고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매 순간에 진지하게 임하는 게 보였다”라고 말했다. 데뷔한 지 18년이나 됐지만, 손예진의 연기 열정은 후배를 감탄시킬 만큼 여전히 뜨겁다.

손예진은 자기 또래의 이야기인 ‘예쁜 누나’를 통해 다양한 감정을 느꼈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여전히 사랑이 뭔지, 결혼을 꼭 해야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단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배우로서 반짝반짝 빛나는 손예진도, 그 안에는 윤진아와 같은 30대 여성의 고민을 함께 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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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는 안판석 감독과의 호흡은 어땠나.
손예진: 감독님은 원신 원컷을 좋아하셨다. 웬만하면 한 테이크로 다 찍었다. 인물이 화를 내는 극적인 상황에 놓여있을 때도, 감독님은 오히려 카메라를 뒤로 갖고 가셨다. 배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단, 상황에서 주는 느낌을 주고 싶어 하셨다. 과감한 선택이었고, 감독님이 보여주고자 하는 그런 그림이 좋았다. 우리한테 익숙한 건 다이내믹한 카메라 워킹인데, 감독님은 그걸 지향하지 않으셨다. 그게 이 드라마의 색깔이었다. 1회부터 16회까지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갔다. 그게 너무 멋있고 좋았다.

Q. 상대역인 정해인과는 커플케미가 너무 좋아서, 실제로 사귀면 좋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손예진: 저도 뭐가 달라 보이기에 그런건지 궁금해 둘이 함께 나오는 사진이나 영상을 유심히 봤다. 전 그동안 멜로를 많이 찍으며 상대 배우들과 다 좋은 케미라고 생각해왔는데, 이 정도의 반응은 처음이었다. 시청자가 우리에게 공감하고, 자연스럽게 보여 더 그런 반응이 나온 거 같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정해인의 인기가 어마어마해졌다. 곁에서 본 정해인은 어떤 배우였나?
손예진: 해인 씨가 데뷔한 지 4년 정도 됐고, 이번 작품이 첫 멜로주연작이었다. 제가 데뷔하고 4년쯤 됐을 때, 지금의 해인 씨만큼 연기를 못 했던 거 같다. 일단 준희랑 싱크로율이 너무 잘 맞았다.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준희 그 자체였다. 너무 자연스럽게 연기하다 보니 그거에 몰입이 확 되는 거다. 그리고 센스가 굉장히 뛰어나다. 보통 연기 경험이 적으면, 대본을 보고 엄청 고민하고 준비해서 촬영장에 간다. 근데 현장 요구로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해인 씨는 그걸 받아들이는 시간이 빠르고 유연했다. 감성이 풍부하고 똑똑한 친구다. 뭘 이야기하는지 잘 알아듣고 그걸 바로 소화해버린다. 이런 배우라면, 앞으로 어떤 연기를 보여줘도 잘 할 거다. 기대되는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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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해인을 보며 자신의 과거 비슷했던 시절을 떠올렸나 보다.
손예진: 제가 영화 ‘내 머리 속에 지우개’를 찍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가 저 데뷔하고 3~4년쯤 지나 찍은 멜로였다. 물론 해인 씨는 저보다 늦게 데뷔해 나이가 다르지만, 온전히 준희에 빠져있는 해인 씨의 모습을 보면서 그때의 제가 생각났다.

Q. 진아와 준희가 보여준 수많은 사랑스러운 장면들 중 자신이 꼽는 명장면이 있나.
손예진: 마지막 엔딩신을 잊을 수가 없다. 그건 진아로서도, 저로서도 이 작품의 끝이었다. 진아와 준희가 같이 노을을 바라보며 끝이 나는데, 거기에서 주는 의미가 있다. 함께 놀러 가서 눈으로 뒤덮힌 자작나무 숲에서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안고 뽀뽀하던 신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추웠다.(웃음) 비 오는 날, 빨간 우산을 쓰고 같이 걸었던 장면도 기억난다. 그날도 정말 추웠다. 살수차가 다 얼 정도였다. 그렇게 춥게 촬영하다가 마지막엔 반팔을 입고 끝냈다. 그런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기억난다. 모든 순간들이 기억에 많이 남을 거 같다.

Q. ‘예쁜 누나’는 윤진아의 성장기를 그렸다.
손예진: 멜로가 큰 축이었지만, 부모와 자식, 직장 상사와 부하, 친구 간의 우정... 결국엔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였다. 이게 진아의 성장기라 해서, 다른 연애드라마들처럼 진아가 훌쩍 성장해 마지막에 모든 사람들을 다 아우르고 그러진 않았다. 드라마는 진아가 완벽하게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끝났다. 사실 진아는, 세상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진아는, 지금도 성장해가는 단계라고 생각한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가 성장할 수도 있는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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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후반부에 그려진 진아의 행동들이 답답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손예진: 진아가 좀 더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좋을 텐데, 왜 그런 선택을 하나 저도 답답했다. 진아란 캐릭터가 미성숙하고 너무 착한 사람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럼 저 사람이 상처받겠지, 하며 그걸 자기가 다 감수하고 다른 이야기를 해버린다. 결과적으로 오히려 그게 그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만, 진아의 마음은 누구에게든 피해를 안 끼치기 위해서였다. 총 16회 동안, 진아가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한 게 많지가 않다. 그게 슬프고 짠했다. 마지막에 제주도에서 준희를 다시 만날 때까지도, 진아는 완벽하게 성장하지 않았다. 인간이 어떻게 완벽하게 성장할 수 있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그런 거지. 어느 지점에선 제가 가지고 있기도 한, 저의 부끄러운 모습 같기도 했다.

Q. 이번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성장한 게 있다면?
손예진: 우선 배우로서 지금 제 나이에, 이런 작품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단 것에서 저도 많이 배웠다. 또 배우로서 앞으로 어떻게 시나리오를 봐야 하고, 어떻게 캐릭터를 봐야 하는지, 그 시야가 좀 더 넓혀졌다. 좋은 현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면서 제가 받은 게 많다.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한테 존중과 사랑을 정말 많이 받았다. 드라마 현장이란 게 많은 것을 포기하고 가야 하는데, 여기선 충분히 생각하고 인지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래서 너무 소중한 현장이었다. 나중에 또 작품을 했을 때, 이 작품에서 배운 걸 많은 사람들한테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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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상어’ 이후 5년 만의 드라마였다. 오랫동안 드라마를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손예진: 드라마를 한번 들어가려고 마음먹는 게 쉽지 않았다. 워낙 치열한 걸 아니까. 드라마에 들어가서 얼마나 잘 버틸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또 제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듣고 싶다. 또 다른 손예진 표 멜로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손예진: 일단 ‘협상’이란 영화가 추석에 개봉해서 올해는 그 영화까지 보여드릴 거 같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내년쯤에 뭔가를 보여드리지 않을까 싶다. 멜로는, 제가 너무 하고 싶은 멜로가 있다면 할 거다. 전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나 ‘화양연화’ 같은 작품을 꼭 찍고 싶다. 20대의 제 멜로 작품이 있고, 30대의 제 멜로 작품이 있다면, 40대 50대가 되어서도 그 나이에 맞는 멜로를 하고 싶다.

[사진제공=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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