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저씨' 오나라 "밤샘 촬영도 행복..4회 연장하고 싶었어요" [인터뷰]

문수연 2018. 5. 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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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나라 /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문수연 기자] 꾸준히 작품에 출연하며 늘 강렬한 캐릭터로 분해 임팩트 있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지만 매 작품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작위적인 연기가 아닌, 항상 캐릭터 그 자체로 녹아든 모습을 보면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배우를 떠올리기란 여간 쉽지가 않다. 배우 오나라 이야기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연출 김원석)'에서도 그러했다. 감정 기복이 큰, 기이하고도 유쾌한 술집 주인 정희 역을 맡은 오나라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희 그 자체였다. 내면에 감춰진 지독한 외로움과 슬픔까지 완벽히 표현해내며 주연을 뛰어넘는 존재감을 드러낸 오나라. 그는 깊은 애정을 쏟은 만큼 아직도 작품을 놓아주지 못하고 있었다.

"종영했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단톡방에서는 아직도 서로 배역 이름을 불러요. 아직 붙잡고 싶어요. 촬영했던 5개월 동안 모든 걸 쏟아냈던 작품이라 아쉬움이 커요. 작품을 하면서 오히려 제가 힐링을 많이 받았죠. 저는 개인 일정이 있어서 못 갔지만 나머지 분들은 얼마 전에 포상휴가를 갔다 왔거든요.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어요. (웃음)"

오나라는 운명처럼 '나의 아저씨'를 만났다고 했다. 시놉시스에 단 몇 마디 말로 적힌 정희에 대한 설명을 본 순간 마치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여기에 김원석 감독, 박해영 작가에 대한 믿음으로 그는 큰 고민 없이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감독님께서 제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미팅을 갔는데 오히려 감독님께서 '저희 작품에 출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하셔서 감동이었어요. 김원석 감독님은 대가이시고, 같이 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제가 선택받았다는 게 감사했어요. 처음 받아 본 시놉시스에는 정희에 대한 설명이 아주 짧았거든요. 그런데 몇 줄 안 되는 글귀에 매료되더라고요. '이번 캐릭터는 뭔가 나오겠구나' 싶었죠."

오나라는 정희가 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를 해 나갔다. 정희는 겉모습부터 남다른 인물. 빠글빠글한 파마머리에 화려한 옷차림까지 정희만의 스타일이 존재했다.

"머리가 빠글빠글해지는 순간부터 정희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아무나 소화할 수 없는 머리잖아요. 그런 머리를 한 여자의 마음은 어떨까 싶었어요. 겉은 화려하지만 내면에는 슬픔이 있겠다 싶었죠. 머리카락을 부풀릴수록 슬픔의 깊이는 깊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사실 정희의 외적인 모습은 감독님께서 요구하신 스타일이었거든요. 파마머리나 에스닉한 옷 스타일이 '정희네' 가게랑 정말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너무 튀지 않을까 싶었는데 세트 들어가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저도 용기를 얻었어요. 역시 감독님은 보는 눈이 있으시더라고요. 세트까지 다 생각하고 정희 캐릭터를 만드신 것 같아요."

오나라 /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제공

매 촬영 2시간에 걸쳐 고데기를 하며 힘들게 정희로 변신한 오나라. 하지만 성격적인 면에서는 정희와 닮은 부분이 많아 그를 이해하는 데 크게 어렵지 않았단다. "제가 사람을 좋아해요.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처음 본 사람과도 금방 친해지죠. 정희도 그럴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약자한테 선의를 베푸는 스타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약한 사람들한테 먼저 다가가서 안아주고 그랬어요. 저보다 부유한 친구들보다 조금은 소외된 친구들에게 눈이 많이 가더라고요. 그런 점이 정희랑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정희와 다른 점은 저는 술을 즐기지 않는다는 거. (웃음)"

하지만 오나라는 '정희네'라는 술집을 운영하는 정희에게 술이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만큼 그 또한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신의 주량을 모를 정도로 평소 술을 잘 마시지 않던 그가 연기를 위해 술의 맛과 술자리의 즐거움을 알아간 것이다.

"이 작품에서 유난히 술 취한 연기가 많았잖아요. 가짜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아서 실제로 술을 마셔봤어요. 전 그동안 제가 술이 약한 줄 알았는데 뒤늦게 재능을 발견했어요. 소주 2병은 거뜬하던데요? (웃음) 혼자도 먹고 친구들이랑 먹기도 했는데 사람들과 얘기하며 마시니까 끊임없이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작품이 끝나니까 술이 또 맛이 없더라고요. 그래도 이제 자신은 있어요. 술자리에 가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자신감이요."

실제로 술을 마시며 술자리의 즐거움을 깨닫게 된 오나라지만 촬영장에서는 물론 술을 마실 수 없었다. 하지만 '정희네'를 찾는 후계동 아저씨들, 일명 '후벤저스' 이선균 박호산 송새벽의 수다 덕분에 마치 술자리에 있는 듯 몽환적인 느낌을 받으며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어요. '정희네'서 촬영할 때는 연기라는 걸 잊을 만큼, 놀다 갔다고 했을 만큼 재밌게 촬영했어요. '후벤저스' 아저씨들 대사는 90%가 애드리브였거든요. 정말 수다가 끊이질 않더라고요. 보통 한 신을 여러 각도에서 여러 번 찍잖아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새로운 얘기가 계속 나와요. 시간이 금방 지나가더라고요. '정희네' 신은 찍어야 할 게 많아서 한번 시작하면 밤새 촬영하거든요. 또 정희는 서빙하느라 앉지도 못하고요. 그런데 새벽 5시까지 촬영해도 집에 갈 때는 행복했어요. 이상하게 힘들다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런데 스태프들은 밤새 쉬지 못하잖아요. 제가 농담으로 4회 연장하죠'라고 했다가 묻힐 뻔했어요. (웃음)"
오나라 / 사진=뽀빠이엔터테인먼트 제공

1997년 뮤지컬 '심청'으로 데뷔한 오나라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무대를 넓혀 매체 연기를 시작했다. 2008년 SBS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시작으로 꾸준히 달려오다 보니 어느덧 10년. "이왕 왔으니까 자리 잡고 승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쉬지 않고 달려온 오나라는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열정을 불태웠다.

"저는 일하는 게 행복해요. 사실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에요. 사람들이 '배우 오나라'를 조금씩 찾아준다는 게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10년의 법칙'이라는 게 있잖아요. 제가 매체 연기를 한 지 올해가 딱 10년이 되는 해거든요. 많은 분들이 오나라를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고, 관계자분들도 이제서야 '오나라'라는 이름을 알기 시작하셨어요. 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 만날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커요."

10년 동안 오나라는 수많은 인물로 분하며 그들의 삶을 그려내 왔다. 독특하고 강렬한 캐릭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매 작품 색다르게 소화한 오나라. 그에게 작품 선택 기준이 있는지 묻자 그는 "저는 선택한 적이 없고 주어진 작품에 최선을 다해왔다"고 입을 뗐다.

"관계자분들께서 저한테서 독특한 캐릭터를 보기 원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특이한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저만의 무기가 있다는 생각도 들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느껴지는 희열도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류의 캐릭터는 쉽게 공감을 얻기 어렵잖아요. 정희는 인간미 넘치는 역할이다 보니 시청자분들과 소통이 더 잘 되더라고요.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그동안의 작품들은 무대의 연장선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무대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반면, 이번 작품은 시청자분들과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됐죠. 전부 의미 있는 배역들이어서 앞으로는 어떤 캐릭터를 만날지 궁금해요."

'나의 아저씨'를 통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역할을 소화해내며 오나라의 연기 인생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정희를 연기하며 호평받은 만큼 각오를 더욱 다지게 됐다는 오나라는 "'나의 아저씨'를 하면서 자리매김을 제대로 한 것 같고, 이제부터 만나는 작품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희를 뛰어넘는 역을 맡아서 더 잘 해내야겠다는 각오가 생겼다"고 전했다.

오랜 연기 경력에도 마치 신인과 같은 뜨거운 열정을 가진 오나라. 10년이라는 꽤 긴 시간 브라운관에서 그를 봐 왔지만 앞으로 10년, 20년 더 보고 싶고 궁금해지는 배우였다.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에게 "이미 꿈이 이루어진 것 같다"고 답하자 손사래를 치며 "안 돼요. 앞으로 30년은 더 해야 하는데"라며 웃어 보였다. 그의 모습을 보니 30년은 물론 40년, 50년도 가능할 것 같았다.

"10년을 하다 보니 책임감이 생기고 어깨가 무거워졌어요. 그동안 놀이터에 놀러 가듯 현장에 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제 '오나라'라는 이름을 많이 사람들이 알게 되면서 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 같아서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받은 사랑 만큼 이름값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이제부터는 놀러 가듯이 하지 말고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청자분들이 작품에서 어떤 역할을 봤을 때 '이 사람이 했으면 더 잘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실 때가 있잖아요. 저는 '이 배우여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듣는 게 꿈이에요."

문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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