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압약 540만원, 등산복 700만원..구의회 황당 업무추진비"

CBS 김현정의 뉴스쇼 입력 2018. 5. 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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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구의회 업무추진비 분석
직급 따라 월 110만~330만원 지급
황당 사례 1위 "고혈압약 540만원어치"
전국 돌며 특산품에 등산복까지 구입
업무추진비 규정 느슨..투명 공개부터 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민지(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

시 의회, 군 의회, 구 의회. 이런 기초의회 의원들에게는 업무추진비라는 게 주어집니다. 말 그대로 업무에 쓰라고 주는 월급 외의 돈이죠. 도대체 이 돈을 기초의원들은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을까요. 한 시민단체가 지난 4년간 서울시 25개 구의회에서 쓴 업무추진비 명세서를 분석해 봤답니다. 그랬더니 참으로 황당한, 헛웃음 나오는 사례들이 줄줄이 쏟아졌다는군요. 이번 조사를 진행한 분이세요. 조민지 활동가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좀 들어보죠.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활동가입니다. 조 선생님, 안녕하세요?

◆ 조민지>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이런 조사가 과거에도 있었어요?

◆ 조민지> 기초의원의 업무추진비에 대한 조사는 저희 단체로서는 이번에 처음 시도한 거고요. 이번 조사가 조금 의미가 있는 것이 시민단체가 일괄적으로 청구를 하고 분석한 게 아니라 시민들로 구성된 저희 회원들과 함께 분석한 내용들입니다.

◇ 김현정> 서울의 모든 구에 대해서 4년치를 다 조사.

◆ 조민지> 네.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 김현정> 제공을 잘 받으셨어요, 명세서는?

◆ 조민지> 서울시만 25개 구의회인데요. 25개 구의회마다 공개 수준이 다 달랐고 한 번에 제대로 공개해 주지 않아서 저희 알권리감시단원들이 몇 번의 통화 후에 공개하는 어떤 사례도 있었고 도봉구 같은 경우에는 아예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장소와 주소를 공개를 하지 않아서 어디서 어떻게 집행되었는지 아예 지금 조사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 김현정> 어디요, 도봉구요?

◆ 조민지> 네.

◇ 김현정> 아니, 왜 그걸 감추시려고 하죠? 허허. 들여다보겠습니다. 업무추진비. 일단 일반 회사로 따지자면 법인카드, 뭐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 조민지> 맞습니다. 직무수행에 필요한 어떤 예산이기 때문에 법인카드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구의원들 모두에게 주어집니까?

◆ 조민지> 그것은 아니고요. 구의원 중에도 의장과 부의장 그리고 각 상임위원장들에게 배분이 되는 것입니다.

◇ 김현정> 금액은 얼마나요?

◆ 조민지> 이게 의장의 경우에는 월 330만 원 사용이 가능하고요. 부의장 같은 경우에는 160만 원. 그리고 상임위원장 같은 경우에는 월 110만 원 정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 김현정> 적지 않네요.

◆ 조민지> 네. 하나의 자치구당 보통 3-4개 상임위원회가 있거든요. 그래서 월로 보시면 820만 원에서 930만 원 정도의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김현정> 말 그대로 업무에 써라. 업무추진비인데 대체 이 돈을 어디다가 썼는가. 부적절한 사용 가운데서도 가장 황당했던 사례부터 보죠. 가장 황당했던 사례 베스트 1, 2, 3라고 이런 거 붙여야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3위는 뭡니까?

◆ 조민지> 3위는 관악구 의회를 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관악구 의회 같은 경우에는 반기별로 타 지역에 방문해서 특산품. 그러니까 속초에 가서 건어물을 샀다거나 제주도에서 옥돔을 산 것들이 한 100만 원에서 200만 원 집행된 것들이 확인이 되었습니다.

◇ 김현정> 제주도 가서 옥돔을 100만 원, 200만 원어치, 속초 가서 오징어를 100만 원, 200만 원어치?

◆ 조민지>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왜요?

◆ 조민지> 여기에 대해서 한겨레 기자가 취재한 결과 답변이 반기별로 의장단들이 워크숍을 가는데 각 지역에 가서 지역의 특산품을 구매하여 직원들과 동료 의원들에게 나누어준다라고 당당하게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김현정> 워크숍 가서 업무추진비로 기념품 사온다? 누구랑 나눠 썼는지 이것은 별개의 문제고 일단 그것 갖고서 기념품 샀다는 거네요. 옥돔.

◆ 조민지> 그렇습니다.

◇ 김현정> 베스트 2는 뭡니까?

◆ 조민지> 두번째도 저는 관악구 의회를 뽑을 것 같은데요.

◇ 김현정> 또 관악구 의회예요?

◆ 조민지> 관악구 의회에서 또 특이한 점이 등산복 매장에서 700만 원가량의 집행 내역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어느 매장이요?

◆ 조민지> 등산복 매장이요.

◇ 김현정> 등산복이요? 700만 원이요?

◆ 조민지> 네.

◇ 김현정> 그게 무슨 업무일까요?

◆ 조민지> 여기에 대해서도 취재 결과, 단합대회를 할 때 의원들의 옷과 신발을 구매를 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 김현정> 단합대회.

◆ 조민지> 등산대회라든지 이런 것들을 할 때 의원들의 옷과 신발을 구매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그래서 취재 당시에 등산복과 의정 활동에 어떤 관련성이 있느냐.

◇ 김현정> 그게 설명이 되면 되는 거긴 한데. 뭐라고 얘기합니까?

◆ 조민지> 해당 옷을 꼭 단합대회나 등산대회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옷과 신발을 신고 의정 활동을 하러 다닌다는 황당한 답변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동대문 시장 같은 데 가서 티 딱 맞춰입는 것 정도면 돈 그렇게 많이 안 들거든요. 그런데 신발까지, 운동화까지 맞췄어요, 단합대회 가는 데?

◆ 조민지> 네, 그렇게 답변을 받았습니다.

◇ 김현정> 운동화를 똑같은 걸 맞춰 신어야지 단합이 잘되는 모양이죠, 그 의회는? (헛웃음)

◆ 조민지> 그 부분은 저도 의문입니다.

◇ 김현정> 국민들이 이해하시면 구 의회분들이 이해하시면 가능한 일이겠습니다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베스트 1은 뭡니까?

◇ 김현정> 베스트 1은 무엇보다 본인을 위해서 사용한 사례인데요. 용산구 의회 같은 경우에는 의장이 꾸준히 한 약국에서 지난 44개월 동안 총 73회. 총 540만 원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약국에서요?

◆ 조민지> 네.

◇ 김현정> 약을 샀어요?

◆ 조민지> 네.

◇ 김현정> 무슨 약?

◆ 조민지> 여기에 대한 답변은 의장님이 고령이셔서 본인 혈압약을 구매하셨다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업무추진비를 직무 수행에 사용을 해야 하는데 본인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거죠.

◇ 김현정> 조민지 활동가님, 제가 혈압이 오르네요. (헛웃음) 아니, 그러니까 의장님의 혈압약까지 업무추진비로 오백 얼마요?

◆ 조민지> 540만 원 가량.

◇ 김현정> 540만 원어치를 업무추진비 카드로 우리가 지원을 해 줘야 합니까? 그 정도로 건강이 안 좋으시면 이분, 내려놓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 조민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의장님 혈압약을 사줘야 될 게 아니라 지금 시민들 혈압이 오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청구해야 될 것 같아요.

◆ 조민지> 그렇습니다.

◇ 김현정> 가장 황당 사례 베스트 1. 가장 흔한 사례는 뭐였어요?

◆ 조민지> 가장 흔한 사례는 대부분의 업무추진비가 식당에서 집행이 되고 있는데요. 식당에서 집행한 내역들이 왜 사용했는지 무슨 사유로 사용했는지 공개를 하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공개를 해서 과연 어떤 간담회인지, 어떤 회의를 위해서 사용한 어떤 식당의 집행 내역인지 확인할 수 없었던 사례였습니다.

◇ 김현정> 식당이라고 그러면 업무와 연결이 될 수는 있죠, 식당에서 쓴 것들은. 그런데 이게 업무에 정말 쓰인 건지 아니면 가족들이 식사한 건지 애인하고 간 건지 이건 알 수 없는 건데 옆에다 전혀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적어놓지 않았다는 거예요.

◆ 조민지> 적어놓지 않거나 아니면 단순히 의정 활동 관련. 이렇게만 공개를 해서 시민들이 일반적으로 이 공개 내역을 확인했을 때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수준으로 지금 공개가 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 김현정> 여러분, 이건요. 그러니까 일반 회사, 사기업이면 또 다를 수 있습니다마는 국민 돈입니다, 혈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꼼꼼하게 귀찮더라도 일일이 써야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볼 수 있도록 표시해 주는 게 맞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쓰였다는 건...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이 혈압 오르신다는 분이 저만 있는 건 아니었군요. (웃음) 지금 그분들 처음에는 보수도 안 받고 시작했다가 보수 드리잖아요, 기초의원분들.

◆ 조민지> 예, 맞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받으시죠?

◆ 조민지> 기초의원 같은 경우에는 개인 지급액이 월정 수당이랑 의정 활동비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서울기초의회 같은 경우에는 평균 연 4377만 원 정도. 그러니까 월로 보시면 364만 원 정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적지 않게 보수도 드리는데 거기다 업무추진비까지 이렇게 써서야 되겠습니까? 지금 청취자 여러분들이 "혹시 술집 가서 쓴 건 없었냐." 어떤 분은 "안마시술소 같은 거 적혀 있지 않았나 모르겠다. 심지어 그런 의심까지 든다." 보내시는데 그런 건 없었죠?

◆ 조민지> 그런 부분은 저희가 발견은 하지 못했지만 조금 더 특이한 점을 말씀드리자면 의원이 운영을 하거나 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어떤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이용한 케이스들도 발견되기는 했습니다.

◇ 김현정> (웃음) 그러니까 의원의 부인이 운영하는 식당 이런 데에서 집중적으로 그 카드를 썼어요, 긁었어요. 예를 들면?

◆ 조민지> 서초구 의회 같은 경우에는 직원 선물을 야쿠르트 판매업을 하는 배우자에게 698만 원 정도 집중적으로 구매를 한 내역들이 있었고요.

◇ 김현정> 그런 식으로.

◆ 조민지> 그리고 마포구 같은 경우에는 의장과 부의장을 역임한 의원의 아들 가게에서 한 320만 원 정도 사용한 내역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청취자 전은숙 님이 "식당이라고 써 있는 게 다 술집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자들도 지금 오고 있는데 알겠습니다. 씁쓸합니다. 쌈짓돈이 된 이 기초의원의 업무추진비 물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여러분. 저희가 황당한 사례만 모은 거니까 싸잡아서 전부 다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고 열심히 일하는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이런 구멍들 안 생기게 하려면 어떤 대책 필요합니까?

◆ 조민지>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업무추진비 집행 사유에 대해서 제대로 기재하고 투명하게 공개를 하는 건데요. 그것과 더불어서 지금 업무추진비 집행 사용 규정 자체가 매우 느슨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들이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이런 황당 사례들도 명백한 규정 위반이 안 되는 경우가 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업무추진비가 의원들의 어떤 쌈짓돈처럼 사용되고 있는 케이스들이 되게 많이 발견되는데 업무추진비 규정 자체를 항목별로 사용할 수 있는 장소와 금액 등으로 구체적으로 설정을 할 필요가 있고요. 이를 어겼을 경우에 처벌이나 징계를 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만들어져야 되고 또 시민들이 상시적으로 견제를 하더라도 이런 업무추진비 남용에 대한 신고나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창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싹 다 환수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런 의견이 쏟아진다는 것 기초의원님들 기억하시고요.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조민지> 네.

◇ 김현정>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조민지 활동가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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