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내시경]매번 흥미진진한 '맨 오브 라 만차'

2018. 5. 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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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도 그런 것처럼, 배우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 특히 뮤지컬 무대에 서는 남자배우라면 늘 손에 꼽는 작품이 있다. 바로 ‘지킬 앤 하이드’와 ‘맨 오브 라 만차’다. 상반된 두 가지 캐릭터를 모두 소화해내야 하는 어려움이 오히려 배우가 가진 역량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한 방을 멋지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의 성격이 은근한 도전의식을 불러낸다.

오디 뮤지컬 컴퍼니 제공

최근 ‘맨 오브 라 만차’가 앙코르 무대를 꾸미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진지한 주제와 연극적인 구성, 묵직한 교훈이 있는 이 작품은 온갖 자극적인 볼거리와 퍼포먼스가 넘쳐나는 대중문화 시장에서 오히려 각광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문화산업에서는 ‘대세’ 못지않게 ‘참신한 발상의 전환’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흥행 공식이 다시 한 번 증명된 것이다.

배우들이 좋아하는 작품답게 올해 앙코르 공연에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이 무대에 어떤 배우가 나올 것인가였다. 주요 배역이 거의 더블 캐스트로 꾸며진 이번 공연에서 돈키호테와 세르반테스 역으로 나온 배우는 홍광호와 오만석이다. 뮤지컬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통하는 홍광호의 연기와 노래는 이미 티켓 예약이 개시되면서 그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확인할 수 있었고, 오랜만에 뮤지컬로 돌아온 오만석은 영상과 무대를 넘나들며 사랑받는 배우인 본인의 매력을 십분 발휘해 박수를 받고 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재미는 젊은 세르반테스가 수염을 붙이고 가발을 쓰면 허리가 굽은 노인의 모습과 목소리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흥미진진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현장 예술의 날 것 그대로의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오디 뮤지컬 컴퍼니 제공

약방의 감초 같은 산초역의 이훈진과 김호영도 빼놓을 수 없다. 이훈진은 여러 차례의 무대를 통해 검증된 특유의 귀여운 연기를 훌륭하게 보여주고 있다. 요즘 대중매체에서 인기상한가를 기록 중인 김호영의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자칫 진지하게만 흐를 수 있는 극적 전개를 적절히 이완시키며 웃음을 자아내는 산초의 연기는 이 작품의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공연장을 나서며 돈키호테와 산초가 부르는 뮤지컬 넘버를 흥얼거리며 귀가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도 중독성 강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둘시네아로 불리는 알돈자 역으로는 최수진과 윤공주가 등장해 수려한 가창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해바라기 가득한 들녘 풍경이나 어두컴컴한 지하 동굴감옥을 재현한 무대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무대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린 요인을 꼽으라면 단연 음악이다. 무대를 쩌렁쩌렁 울리는 브라스의 선율과 간질이듯 이어지는 스페인풍의 기타 소리와 경쾌한 듯 애절한 리듬은 작품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끽하게 한다.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더엠씨가 구현해낸 재미다. 때로는 여유롭고, 때로는 감미로운 극의 정서적 전개를 효과적으로 완성해 내 많은 박수를 받는다. 막이 오르고 울리기 시작하는 서곡을 듣는 것만으로도 티켓 값의 본전을 뽑은 느낌이 들 정도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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