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는 '선진국 클럽'에.. 베네수엘라는 파탄 속으로

정지섭 기자 2018. 5. 30.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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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시장 vs 좌파'.. 국가노선이 가른 南美 두 나라 엇갈린 운명]
'우파·親서방' 콜롬비아, 시장친화·개방정책 꾸준히 추진
세계 각국과 FTA 잇따라 체결.. 외자유치 간소화법까지 마련
'좌파·反美' 베네수엘라, 석유기업 국유화·무상 포퓰리즘
저유가로 물가 폭등·재정 파탄.. 굶주린 국민들 몸무게 11kg 줄어

30일(현지 시각) 파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콜롬비아의 OECD 가입 서명식이 열린다. 콜롬비아는 이로써 OECD의 37번째 회원국이 된다. 중남미에서 멕시코(1994년), 칠레(2010년)에 이어 세 번째다. 남미 1·2위 경제 대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도 아직 들어가지 못했다.

인접국 베네수엘라는 갈수록 코너에 몰리고 있다. 28일 유럽연합(EU)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20일 치러진 베네수엘라 대선(大選)이 부정선거라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말 내린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기 판매와 여행 금지 제재는 그대로 유지됐다. 미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자산인 석유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는 1830년까지 한 나라(대콜롬비아·Gran Colombia)였다. 분리된 이후엔 베네수엘라가 잘살았다. 3000억배럴에 육박하는 석유 매장량 덕이 컸다. 콜롬비아의 매장량(24억배럴)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1인당 소득은 콜롬비아의 4배 정도였다.

지금 두 나라의 운명은 확연히 갈라졌다. 우파·친(親)서방의 길을 선택한 콜롬비아는 OECD 회원국이 되면서 '선진국 클럽'에 가입한 반면, 좌파·반미(反美) 노선을 걸어온 베네수엘라는 경제가 처참하게 몰락했고 정치는 혼란스럽다. 국가가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번영과 몰락이 엇갈린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콜롬비아는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가 휩쓴 중남미에서도 줄곧 우파·친서방 성향의 정권이 집권해 왔다. 2010년 집권한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은 시장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경제정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2012년 멕시코·페루·칠레와 개방적 경제 공동체인 '태평양 동맹'을 결성했고, 2014년에는 외자 유치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한 인프라법을 도입했다.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한국과의 FTA도 2016년 발효시켰다.

그는 2016년 콜롬비아 최대 반군 세력인 FARC(콜롬비아무장혁명군)를 설득해 50년간의 내전을 종식하는 평화협정 체결에도 성공했다. 국립외교원 손혜현 교수는 "무상 복지 등 국가가 경제정책에 개입하는 일이 잦았던 중남미 국가들과 달리 콜롬비아는 수출 증대와 기업 주도의 부(富)와 일자리 창출이라는 서구식 경제성장이 유지돼 왔다"고 했다.

베네수엘라는 1999년 이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현 대통령이 정권을 이어받으며 남미에서 가장 강경한 반미·좌파 국가가 됐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석유 기업들을 강제로 국유화하며 노골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추진했다. 고유가 시절 석유 판매로 벌어들인 돈을 무상 교육, 무상 의료 등 포퓰리즘 정책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석유에 의존한 포퓰리즘과 반미는 저(低)유가 직격탄을 맞았다. 유가 하락으로 국가 재정은 파탄 났다. 외국 기업과 자본은 앞다투어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생필품 공급이 끊기고 물가는 폭등했다. 지난해 4300%였던 인플레이션율은 올해 1만4000%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국민들이 얼마나 굶주렸는지 지난해에는 몸무게가 평균 11㎏ 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최근 수년간 굶주림에 못 견뎌 외국으로 탈출한 베네수엘라인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경을 맞댄 콜롬비아로 넘어간 난민만 60만명에 달한다.

두 나라 앞길도 지금까지와 많이 다르지 않아 보인다. 콜롬비아의 산토스 대통령은 퇴임을 코앞에 두고 있다. 그의 후임자를 뽑는 대선에서 "누가 당선돼도 환영한다"며 중립을 지켰다. 27일 나온 1차 투표에서 우파 정당인 민주중도당 후보(39%)와 좌파 연합 후보(25%)가 결선투표행을 결정지었다. 선거는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거의 되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진행됐다. 중남미 국가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은 대선을 예정보다 6개월 앞당겨 지난 20일 강행했다. 주요 야당들이 선거를 보이콧한 상황에서 치러져 투표율은 46%에 그쳤다. 마두로는 재선에 성공하면서 임기를 6년 더 연장했고, '대관식'이라는 비아냥거림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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