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유연근무제 참여율 뚝 왜
눈치 문화, 민원 공백 우려로 하락
‘금요일 낮 12시 퇴근. 주말엔 2박 3일 가족 여행’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법한 근무제를 공직사회에 적용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6개월째 ‘집단유연근무제’를 시행 중인 충북 음성군 사정을 들어보면 아직 갈길이 멀다는 평가다. 경직된 공직사회 분위기와 부서장들의 눈치, 민원 공백을 우려한 직원들의 소극적 태도가 유연근무제 도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음성군 집단유연근무제는 부서(팀) 단위 운영이 원칙이다. 부서장 재량에 맡겨 월 단위로 이뤄진다. 팀원끼리 순번을 정해 매주 금요일에 한명씩 조기 퇴근하는 방식이다. 금요일 낮 12시까지 근무한 직원이 해당 주차 월요일~목요일까지 나흘간 추가 근무를 한다.
참여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이재옥 음성군 서무팀장은 “2월 나흘간의 설 연휴가 있어 휴식 여건이 보장됐고, 3월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으로 방역초소 근무에 전 직원들이 투입되는 바람에 참여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직원들은 “상급자와 민원인의 눈치가 보인다” “평일 야근을 해도 금요일에 퇴근을 못 한다” “대민업무가 많은 군청 여건상 어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A 주무관은 “서로 눈치만 보는데 부서 막내인 제가 어떻게 쉴 수 있겠냐”고 말했다. 한 직원은 “팀원 일부만 참여하면 대체근무자가 고생하기 때문에 쉬는 게 꺼려진다”고 했다. 직원 이모(49)씨는 “기초자치단체 업무는 대민업무가 많은 편이고, 민원을 받으면 바로 처리해야 싫은 소리를 안 듣는다”며 “나흘간 1~2시간씩 더 일해도 금요일 오후에 근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되레 근로가 연장되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원업무가 덜한 행정부서 외에 인허가와 지도점검 업무가 대부분인 산업개발과, 산림녹지과, 농정과, 환경위생과 등 부서가 집단유연근무제에 회의적이다. 축산과 직원 C씨(33)는 “지난해 10월부터 24시간 돌아가면서 거점소독소를 지켜야 해서 집단유연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재옥 팀장은 “유연근무제는 개인 선택의 문제라 참여를 강요할 수는 없다”며 “육아와 취미·여가 시간 활용을 위해 주말을 길게 쓰고 싶은 직원들에게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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