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우 유이 "공개 연애? 이제 안 할래요"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2018. 5. 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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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이에게 ‘걸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어색해졌다. 아이를 두고 떠나야 하는 시한부 미혼모의 아픔을 표현한 MBC <결혼계약>, 겉으로는 강하지만 상처받은 영혼을 섬세한 감정으로 표현한 SBS <상류사회> 그리고 수많은 시련과 유리천장을 꿋꿋하게 헤쳐나가는 여성 캐릭터를 그린 MBC <데릴남편 오작두> 등 다양한 역할을 통해 그는 미사여구 필요없는 ‘배우 유이’로 우뚝 설 수 있었다.

실제로 만나본 유이는 언제나 당당하고 똑부러지는 ‘군기반장’ 같지만 생각도, 고민도 많은 청춘이었다. 그의 내면 연기 속 원천을 발견한 시간이었다.

‘데릴남편 오작두’에서 최강 멘탈 프리랜서 PD ‘승주’ 역을 소화해낸 배우 유이. 사진제공 열음엔터테인먼트

■“꿀벅지 유이 시절, 내가봐도 예뻤다”

걸그룹 멤버에서 배우로 전향하며 유이의 가장 큰 변화는 ‘꿀벅지 실종’이다. 다양한 역할의 옷을 맞춰야 하는 배우에게 체중 조절은 어쩌면 필수였는지 모른다. 남성팬들의 깊은 탄식을 뒤로 하고라도 말이다.

“과거에는 ‘만두’라는 별명도 있을 정도로 통통한 볼살이 컴플렉스였던 것 같아요. 억지로 빼려고 할 때는 안 빠지던 살들이 이젠 작품을 시작하면 저절로 빠질 정도로 체질이 바꼈어요. 남성팬들의 아쉬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저도 아쉬워요. 가끔 옛날 영상들을 보는데 예뻤고, 귀엽고 풋풋했더군요(웃음). 외모를 떠나서 인상도 변했다고 해요. 옛날에는 그런 게 없었는데 요즘은 무표정을 하고 있으면 ‘무섭다’며 다가오기 힘들다는 분들에 계세요.”

‘천하의 유이’도 세월의 흐름을 느낀다고 털어놓는다. “옛날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마음대로 안 되잖아요. 평생 관리해야 하는 게 있어요”라는 한숨을 쉬는 그의 모습이 생경하다.

“엄마, 아빠를 닮아서 피부와 머릿결은 자신있었는데 요즘은 제 피부 트러블을 커버해주시느라 노력하신 조명, 카메라 감독님들에게 그저 죄송할 따름이에요. 어린 팬들을 만나면 언니, 누나에서 ‘이모’로 바꼈어요. 드라마 촬영을 함께 하는 남자 배우들이 종종 ‘옛날 유이 장난 아니었는데”하고 놀리면 “과거 얘기 그만하라”고 쏘아붙여요.“

배우로 전향한지 10년. 시간의 흐름이 앗아가기만 한 건 아니다. 유이는 꿀벅지에 비할 수 없는 더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

“어떤 역할이든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구요. 지금까지 ‘남자 주인공과의 케미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는데 이번 <데릴남편 오작두>에서는 ‘김강우 선배와 잘 어울린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겁이 없이 도전해왔다는 점인 것 같아요. 35살 노처녀 역할도, 애엄마 역할도 제가 겪어보지 않았던 인물이라고 거절했다면 지금처럼 좋은 감독님도 못 만났을 거예요.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란 감독님들의 제안을 받으면 도전의식이 막 생겨요.”

본인 표현대로 ‘운이 좋게’ 주인공을 맞아왔지만 유이는 아직 목이 마르다. 대선배들의 기운을 받고 싶어 다음에는 주말 드라마에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희망도 전한다.

배우 유이. 사진제공 열음엔터테인먼트

■“공개연애? 이제 안해요”

낯가림이 심한 김강우도, 불친절한 이서진도 유이 앞에서는 무장해제 됐다.

“두 분이 저에 대해 같은 이야기를 하셨어요. ‘자기한테 이렇게 막 대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김강우 선배는 낯가림이 심하고 여배우들과 대화를 하지 않은 걸로 유명해요. 그래서 저도 별말 없이 그저 작품에 몰두하자는 마음으로 액션을 모두 스스로 소화했어요. 그런 모습에 김강우 선배가 좀 안타까워보였나봐요. 매니저 통해 ‘쟤 저렇게 하면 다치니까 조심하라고 해’라는 말을 전해오셨더라구요. 제가 직접 가서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세요’라고 했더니 ‘내가 왜 알려줘야 하는데?’ 하셔서 ‘그럼 말을 하지 마시던가요’하면서 티격태격하다가 김강우 선배와 친해졌어요.”

누구에게나 거리낌없이 다가갈 수 있는 유이의 저돌성, 어떤 멋진 남성과 연애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매력의 소유자다. 그가 이상형에 대해 털어놓는다.

“오작두 같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요. 제가 뭔가 하려고 하면 ‘하지 마소. 내가 하면 되지’하는 든든한 남자요. 사실 저희 부모님이 일찍 결혼하셔서 31살에는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을 줄 알았어요. 계획대로 안 되는 게 사람 인생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운명까지는 아니더라도 결혼할 상대는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하더라구요. 기다리고 있어요.”

본의에, 혹은 타의에 의해 유이는 두번의 공개 연애를 했다. 그는 “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다.

“누군가와 만나서 자유롭게 영화를 본다거나 맛집에 가는 건 저와 남친 둘만 좋은 것이지 공개 연애는 대중들은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요. 헤어진 후에도 ‘저 사람 누군가의 전 남친인데? 또 상대역하고 사귀는 거 아니야?’라는 오해나 헷갈림을 줄 수 있죠. 누구의 탓도 아니지만 배우로서 공개연애는 신중하게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유이는 걸그룹 멤버로 20대를 앞만 보며 치열하게 달려왔다. 30대를 한발짝 뗀 그는 “나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20대를 열심히 달려왔는데 어느 순간 제가 없더라구요. 그저 스스로를 못살게 굴었어요. 30대에는 한 템포 쉬면서 저를 더 아끼고 사랑하고 칭찬할 수 있는 나날을 보내고 싶어요. 그래야 즐거운 4,50대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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