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영철 오늘 방미]北 고위급으론 18년만에 美 찾아..트럼프에 金 친서 전할 수도

박효정 기자 입력 2018. 5. 29. 17:19 수정 2018. 5. 2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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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폼페이오 만남서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 판가름
北 한미군사훈련 또 문제 삼아..실무협상 여전히 살얼음판
美 대사관 직원 '샹그릴라호텔' 보안 상태 이틀 연속 확인
[서울경제] 미국과 북한이 판문점과 싱가포르·뉴욕 3중 채널을 동시에 ‘풀 가동’ 한 가운데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30일 직접 미국으로 향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두 차례 방북에 대한 답방 성격이 크지만 2000년 10월 이후 18년 만에 북한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김 부장의 방미 사실을 사전에 공표했다는 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특사로서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북한이 언론을 통해 다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나서 북미 협상이 막판까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김 부장은 29일 오전10시(현지시각)께 고려항공 JS151편을 타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김 부장은 애초 이날 오후 워싱턴행 항공편을 예약했으나 베이징에 도착한 뒤 다음 날인 30일 뉴욕행 항공편으로 예약을 변경했다. 김 부장은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중국 측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고위급 인사가 미국을 찾는 것은 2000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워싱턴 땅을 밟았던 조명록 당시 제1부위원장 이후 처음이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 빌 클린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일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 등과도 회동했다. 다만 당시 조 부위원장의 방북은 결과적으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이번에 미국으로 향하는 김 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외교 복심’이다. 한미 정보 라인의 물밑 접촉을 주도하면서 올해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시작된 한반도 정세 변화를 최일선에서 대신 이끌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 당시에는 직접 방남했을 뿐 아니라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북한을 찾았을 때도 김정은 위원장 옆에 배석했다. 또 2차례 남북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모두 김정은 위원장 옆에 배석, 북한 정상 외교의 핵심 인물임을 대외에 과시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은 김 부장이 과거 정찰총국장으로서 북한 핵 프로그램과 불법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재무부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돼 있음에도 ‘역할’의 중요성 때문에 그에 대한 제재 조치를 ‘면제’해 방미를 허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정부가 유엔본부에 파견된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서도 특별한 면제를 받지 않는 한 뉴욕 이외 지역으로 여행을 금지하고 있어 김 부장의 방미 공간이 뉴욕으로 한정될 지, 워싱턴까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북미 정상회담 의제 협상과 관련해 판문점에서 실무회담을 진행 중인 미국 측 협상팀은 29일 서울에서 숨 고르기를 했지만 30일부터 다시 북측과 만나 논의를 이어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앨리슨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보좌관은 27일부터 판문점 통일각에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등과 협상을 벌여왔다.

북미 정상회담의 의전·경호와 관련해서는 싱가포르에서 실무회담이 진행됐다.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김창선 북한 국무위원회 부장이 각각 이끄는 실무준비팀은 이날 싱가포르 시내 모처에서 회동해 정확한 회담 시간과 장소, 배석자, 회담 후 발표 형식 등 세부적인 부분까지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로는 샹그릴라호텔·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함께 이스타나 대통령궁이 거론된다. 특히 미국 대사관 직원들이 샹그릴라호텔의 보안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이 이틀 연속 목격되기도 했다.

이날 미국과 북한 양쪽에서는 잇따라 유화 제스처가 나오면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29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추가 대북제재 명단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미국을 실제로 움직이는 지배세력의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던 역대 대통령과는 다르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북한이 이날 또다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걸고넘어지면서 북미 실무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동신문은 매년 8월께 개최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을 겨냥해 “조미(북미)가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안고 대화를 향해 마주 가고 있는 때에 미국이 남조선과 함께 조선반도(한반도)에서 긴장을 격화시키고 핵 전쟁을 몰아오는 주된 화근인 합동군사연습을 벌일 필요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요구한 체제안전 보장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외교위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안전보장(CVIG) 방안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이 이에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안전보장이 공식화되지 않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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