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양파는 밭에서 썩어가는데 정부 대책은 고작.."

박진규 기자 2018. 5. 2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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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같이 키운 양파를 밭에 내팽개칠 수가 없어 손해보더라도 내다파는데, 정부는 수입양파만 쏟아냅니다."

그러면서 "3월부터 출하된 조생종 양파가 전년 대비 45% 가격이 하락해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산지 폐기에 나섰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가격 안정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수입산 양파 508톤을 시장에 방출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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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고온에 무안·신안 주산지 잎마름병 확산
가격 절반으로 떨어지고 중간도매상 발길도 끊겨
전남 무안군 해제면 농민 김양한씨(63)가 29일 뿌리가 썩어들어가는 양파를 들어 보이며 양파병해를 설명하고 있다. © News1 박진규 기자

(무안=뉴스1) 박진규 기자 = "자식같이 키운 양파를 밭에 내팽개칠 수가 없어 손해보더라도 내다파는데, 정부는 수입양파만 쏟아냅니다."

29일 오전 찾은 전남 무안군 해제면의 양파밭. 시커멓게 타들어간 잎사귀가 대부분의 양파밭을 뒤덮고 있었다.

본격적인 양파 수확철을 맞았지만 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만난 농민 김양한씨(63)는 "20년 양파 농사를 지었지만 양파가 이렇게 검게 탄 적은 처음"이라며 "원래는 이맘때가 수확철인데 작황이 좋지 않고 시세도 시원찮아 손을 놓고 있다"고 한탄했다.

양파는 이전 해 11월에 파종하고 이듬해 5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해 6월20일까지 마무리한다.

보통 4월이면 중간도매상에 의해 밭떼기 매매가 끝나지만, 올해는 잎마름병과 노균병 등으로 밑동이 크지 않아 상품가치가 떨어지면서 상인들의 발길이 끊겼다.

예년 20㎏에 1만5000원선이던 공판장 경매가도 올해는 20㎏에 6000~7000원에 낙찰된다. 최상 품질의 양파도 1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 가격이면 출하해도 빚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게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농민 임길호씨(62)는 "종자값에 비료대, 인건비, 화물차 대여료 등을 합치면 출하해도 손해만 본다"면서 "각종 병 때문에 출하량이 줄어도 수입이 많아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잦은 비와 고온의 날씨가 반복되면서 잎마름, 뿌리썩음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 무안군 해제면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출하 작업을 하고 있다. © News1 박진규 기자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안일한 대책에 불만을 토로했다.

양파 재배농 조영기씨(58)는 "지난해 종자 판매량을 보면 올해 출하량을 예측할 수 있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는데도, 정부는 늘 뒷북을 친다"고 원망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도 최근 성명서를 통해 "농식품부의 태만과 무능이 채소가격 폭락을 불러왔다"고 비난했다.

농민회는 "농식품부는 지난달 발표를 통해 양파의 생산면적은 전년대비 18% 늘고 생산량은 20%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면서 "하지만, 같은 달 통계청은 양파 생산면적은 전년대비 35% 증가하고, 양파 생산량은 40%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해 농식품부 발표와 2배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월부터 출하된 조생종 양파가 전년 대비 45% 가격이 하락해 농민들은 눈물을 머금고 산지 폐기에 나섰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가격 안정대책을 세우기는커녕, 수입산 양파 508톤을 시장에 방출했다"고 분개했다.

전국 양파 생산량의 56.9%를 차지하는 전남 양파농민들의 피해가 커지자, 농협 전남본부가 뒤늦게 대책마련에 나섰다.

농협은 서남해안권역을 중심으로 병 피해가 확산되면서 전체 생산량이 줄고, 더욱이 평년에 비해 중하품의 비중이 45%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판로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28일 무안과 신안지역 양파 수확 현장을 찾은 박태선 농협 전남지역본부장은 "피해 확산 방지와 피해농가의 중하품 판매를 위해 행정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04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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