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3명 사는데 한 달 전기료가 790원?!..적당히 사부작 '에코 라이프'

조지현 기자 입력 2018. 5. 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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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에코하우스' 저자 고금숙

파트마다 비닐이 쌓여가던 쓰레기 대란 이후, 플라스틱과 비닐, 스티로폼의 분리수거와 처리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덜 쓰려는 분들이 많습니다. 캐나다 밴쿠버시가 내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에서 일회용 빨대를 금지했습니다. 유럽연합도 플라스틱 빨대와 풍선막대 등 플라스틱 제품 10개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그저 '다급하지 않아 보여서', '나 하나 노력한다고 뭐 달라지겠어' 싶어서 외면했던 '환경 친화적 삶'은 이제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막 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셨거나, '나도 뭐 좀 해볼까' 싶으신 분들이라면, 오늘 제가 소개할 이 분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한 달 전기료가 790원, 한여름에도 6170원!

혼자 아무것도 안 쓰고 사는 것 아니냐고요? 세 명이 살면서 TV도 보고 에어컨도 틀었답니다.

'망원동 에코하우스'의 저자 고금숙 씨입니다. '친환경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고금숙 씨는 전기와 물을 덜 쓰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삶을 삽니다.

26년 된 다세대 주택을, 남들 같으면 '보기 좋게' 고칠 돈으로 에너지를 덜 쓰도록 고쳤습니다. 미니 태양광을 베란다에 달고, 보일러와 전자제품을 효율 1등급으로 바꾸고 변기를 물 4.8리터를 쓰는 절수형 변기로 바꿨습니다(기존 12~16리터). 세면대와 변기를 이어, 세면대에서 쓴 물로 변기 수조를 채우도록 하는 '중수도' 설비도 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흙, 효소와 섞어 퇴비로 만듭니다. '종량제 봉투값 아끼려고 그러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퇴비 만드는 데 드는 더 봉투값보다 더 많은 돈이 들고, 그 노력은 봉투값과 비교가 안됩니다.

늘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챙겨 다니고, 보통은 자전거, 비가 올 땐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전기 없이 쓸 수 있는 비전력 스피커와 수동 비데, 비전력 정수기 등 웬만하면 전기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 왜 '에코 라이프'?

"사회적 충족감이 커요. 친환경 삶은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고, 온몸으로 매 순간을 살게 되죠."

고금숙 씨는 자신의 책 <망원동 에코 하우스>에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썼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지어진 원전과 어딘가에 세워진 송전탑 덕에 전기를 공급받습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도시에 사는 개인으로서,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 "할 수 있는 만큼만, 적당히, 사부작사부작"

'그런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조금 힘들다 싶을 때는 약간 느슨하게 하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만큼, 그러면서 하나하나씩 넓혀가면 되는 것 같아요. 사부작사부작 할 수 있는 것들."

어떤 사람은 물을 아끼기 위해 샤워를 하루 한 번 에서 사흘에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지만, '난 절대 씻는 건 양보 못해'라는 사람이라면, 그것 대신 다른 부분에서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실행하면 된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다 '즐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발을 담그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친환경 삶'은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제 통장을 보여 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한민국 평균 노동자 수준보다 항상 잘 벌지 못했어요." 시민단체에서 쭉 일했던 그녀의 한 달 평균 월급은 130만 원 정도였습니다. 돈의 양보다는 '내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 선택하기에 달린 거라고 고금숙 씨는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에 대해서는 고금숙 씨도 한계를 지적합니다. 노동시간이 너무 긴 한국, 퇴근하면 녹초가 되는 시간빈곤자들에게 친환경은 무리라고 안타까워합니다.

"친환경도 친환경인데, 이런 것들은 다 시간이 있어야지, 자기 삶을 돌봐야지 가능한 일들 같아서, 한국 사회가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게 전제조건"이라고요.

나 혼자만 친환경 한들 세상이 바뀌나?

물론, 개인에겐 한계가 있습니다. 친환경을 강제하는 정책이 있어야 하고 제조업체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은 그 변화의 중요한 불씨입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서로 지지해주는 개인들이 모여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고 고금숙 씨는 강조합니다.

유별나고 까다로워 보이는 친환경주의자들에게 고금숙 씨는 '당신, 외롭지 않아요'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이렇게 개인적인 실천만 강조하는 것이
정작 바뀌어야 할 제도나 집단에 면죄부를 주면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과 책임만 가중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진심이 담긴 누군가의 행동이 매개되지 않는다면
규제와 대안이 자라날 토양도 생기지 않는다.
... (중략)…
개인적인 행동이 제도로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내 요구하는 것이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 일을 '쭈욱' 하고 말테다.
개인적 실천과 구조적 변화가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얽혀야
조금이나마 세상이 바뀔 수 있다. "
- 고금숙 <망원동 에코라이프> 中

[SBS 뉴스 사이트에서 해당 동영상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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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fortu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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