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머리 아프고 귀가 울린다".. 쿠바·中서 '음파공격' 미스터리

이철민 선임기자 2018. 5. 29.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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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해외공관에 비상 경계령.. 작년 쿠바땐 직원 24명 철수시켜
초음파, 무기로 사용 가능하지만 좁고 밀폐된 공간서만 위력 발휘.. 광선처럼 쏘는 무기는 아직 없어
일각 "감염 등 다른 원인일 수도"

지난 23일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의 미국 영사관에서 한 직원이 '음파 공격(sonic attacks)'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뇌 손상 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작년 9월 쿠바의 미국 대사관에서 처음으로 음파 공격 피해 사례가 불거진 데 이어 또다시 발생한 피해 사례라서 미국이 해외 공관에 비상 경계령을 내렸다.

작년 9월 쿠바 아바나의 미 대사관 직원들과 가족들은 2016년 말부터 지속적인 '음파 공격'에 시달린다고 호소했다. 진단 결과 귀의 통증과 두통, 방향감각 상실, 이명(耳鳴), 가벼운 뇌 손상 징후를 보였다. 미국은 직원 대부분인 24명을 철수시켰고, 쿠바 정부의 책임을 물어 쿠바 외교관 17명을 축출했다.

광저우 미 영사관의 한 직원도 작년 말부터 지난 4월까지 "미묘하고 비정상적인 소리와 압력을 감지했다"고 호소했다. 그도 지난 18일 "가벼운 뇌 손상"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 직원의 진단 결과는 쿠바 대사관 직원들과 매우 유사하고, 피해 경험이 전적으로 일치한다"고 말했다. 쿠바의 미 외교관들은 "종종 밤에 벌레가 고음으로 울거나 금속 표면이 긁히는 것 같은 소리를 되풀이해 들었다"고 미 상원 청문회에서 말했다.

쿠바의 음파 공격은 아직도 의문투성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아바나 미 대사관을 조사했지만 '음파 무기'도, 미스터리 질환의 원인도 찾지 못했다. 소리가 '비살상(非殺傷) 무기'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미군이 소말리아 해적과 이라크 반군 소탕에 사용한 '소리 대포(sound cannon)'와 같은 장거리 음향장치(LRAD)가 대표적이다. 고막이 상할 정도의 이 굉음에 노출되면 극도의 어지러움과 구역질이 일어난다. 미 외교관들의 음파 피해는 이런 종류가 아니었다.

그래서 떠오른 무기가 사람의 가청권(可聽圈)인 16~2만Hz(헤르츠) 밖에서 작동하는 초저주파 및 초음파 무기다. 그러나 음향전문가들은 "이 음파를 광선처럼 쏘는 총은 007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라고 말한다. 미군은 사람이 들을 수 없으면서 장애를 일으키는 음파 무기 개발에 끝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나마 2만Hz보다 높은 주파수대의 초음파 무기는 초저주파 무기보다는 개연성이 더 높다고 한다. 이미 초음파로 신장 결석을 쪼개기도 하고 근접한 거리에선 실험실 쥐를 죽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음파 무기도 현재로선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나 가능하다고 한다. 초음파는 멀리 갈수록 약해지고, 습도가 높은 쿠바에서 더욱 약해진다. 또 대사관 밖에서 강력한 초음파 빔을 쏴도 건물 외벽에 튕겨 나간다. 내부 곳곳에 이런 초음파 발음(發音) 장치가 설치됐어도 내벽에 대부분 차단된다.

하지만 외교관이 집단적으로 질환을 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 외교관들을 200여 일간 진료한 미 펜실베이니아대 뇌 손상·회복센터장인 더글러스 스미스는 "이들이 호소한 괴(怪)음파는 질환의 '원인'이 아니라 다른 원인에 노출돼 발생한 질환의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체 모를 어떤 질환 때문에 귀의 통증과 이명, 쇠를 긁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도 외교관들이 독성(毒性) 물질이나 박테리아·바이러스에 감염돼 청력이 손상되고, 일부의 우려가 집단으로 번지는 심인성(心因性) 요인도 공포가 더했을 수 있다고 말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번 주 쿠바 음파 피해 사건에 대한 종합 보고서를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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