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적당히 사부작 '에코 라이프', '망원동 에코하우스' 저자 고금숙

조지현 기자 2018. 5. 28.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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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무것도 안 쓰고 사는 것 아니냐고요?

세 명이 살면서 TV도 보고 에어컨도 틀었답니다.
 
‘SDF2018’이 이번에 만난 사람은 ‘망원동 에코하우스’의 저자 고금숙 씨입니다. ‘친환경적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고금숙 씨는 전기와 물을 덜 쓰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삶을 삽니다.

26년된 다세대 주택을, 남들 같으면 ‘보기 좋게’ 고칠 돈으로 에너지를 덜 쓰도록 고쳤습니다. 미니 태양광을 베란다에 달고, 보일러와 전자제품을 효율 1등급으로 바꾸고 변기를 물 4.8리터를 쓰는 절수형 변기로 바꿨습니다(기존 12~16리터). 세면대와 변기를 이어, 세면대에서 쓴 물로 변기 수조를 채우도록 하는 ‘중수도’ 설비도 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는 흙, 효소와 섞어 퇴비로 만듭니다. ‘종량제 봉투값 아끼려고 그러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퇴비 만드는 데 드는 더 봉투값보다 더 많은 돈이 들고, 그 노력은 봉투값과 비교가 안됩니다.  

여기에, 늘 텀블러와 스테인리스 빨대를 챙겨 다니고, 보통은 자전거, 비가 올 땐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전기 없이 쓸 수 있는 비전력 스피커와 수동 비데, 비전력 정수기 등 웬만하면 전기를 쓰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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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에코 라이프'?

“사회적 충족감이 커요. 친환경 삶은 계속 몸을 움직여야 하고, 온몸으로 매 순간을 살게 되죠.”

고금숙씨는 자신의 책 <망원동 에코 하우스>에서 ‘전기는 눈물을 타고 흐른다’고 썼습니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멀리 떨어진 어딘가에 지어진 원전과 어딘가에 세워진 송전탑 덕에 전기를 공급받습니다. 에너지 자립도가 낮은 도시에 사는 개인으로서, 에너지를 덜 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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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수 있는 만큼만, 적당히, 사부작사부작"

‘그런데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요? 

“조금 힘들다 싶을 때는 약간 느슨하게 하고, 자기가 즐길 수 있는 만큼, 그러면서 하나하나씩 넓혀가면 되는 것 같아요. 사부작사부작 할 수 있는 것들.” 

어떤 사람은 물을 아끼기 위해 샤워를 하루 한 번 에서 사흘에 한 번으로 줄일 수 있지만, ‘난 절대 씻는 건 양보 못해’라는 사람이라면, 그것 대신 다른 부분에서 환경을 지키는 방법을 실행하면 된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하려다 ‘즐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발을 담그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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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친환경 삶'은 돈 많고 여유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 아니냐고요?

“제 통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는 대한민국 평균 노동자 수준보다 항상 잘 벌지 못했어요.” 시민단체에서 쭉 일했던 그녀의 한 달 평균 월급은 130만원 정도였습니다. 돈의 양보다는 ‘내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이냐’

선택하기에 달린 거라고 고금숙 씨는 말합니다. 

그런데 ‘시간’에 대해서는 고금숙씨도 한계를 지적합니다. 노동시간이 너무 긴 한국, 퇴근하면 녹초가 되는 시간빈곤자들에게 친환경은 무리라고 안타까워합니다.

“친환경도 친환경인데, 이런 것들은 다 시간이 있어야지, 자기 삶을 돌봐야지 가능한 일들 같아서, 한국 사회가 노동시간이 단축되는 게 전제조건”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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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혼자만 친환경 한들 세상이 바뀌나?

물론, 개인에겐 한계가 있습니다. 친환경을 강제하는 정책이 있어야 하고 제조업체들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은 그 변화의 중요한 불씨입니다. 같은 생각을 갖고 서로 지지해주는 개인들이 모여 세상은 조금씩 바뀐다고 고금숙씨는 강조합니다.

"처음엔 이렇게 개인적인 실천만 강조하는 것이 정작 바뀌어야 할 제도나 집단에 면죄부를 주면서 개인이 짊어져야 할 부담과 책임만 가중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 그러나 진심이 담긴 누군가의 행동이 매개되지 않는다면 규제와 대안이 자라날 토양도 생기지 않는다.
... (중략)…

개인적인 행동이 제도로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내 요구하는 것이 내가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 일을 '쭈욱' 하고 말테다. 개인적 실천과 구조적 변화가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얽혀야 조금이나마 세상이 바뀔 수 있다. "

- 고금숙 <망원동 에코라이프> 中   

조지현 기자fortun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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