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모야모야병 남편 숨지게 한 아내 집행유예 선고

류인하 기자 2018. 5. 2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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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모야모야병을 앓으며 식물인간 상태로 있던 남편에게 삽입된 위루관(음식물 투여 관)을 제 때 연결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유기치사)로 기소된 아내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은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평결했다. 재판부는 배심원의 평결에 따라 집행유예 형을 선고했다.

28일 수원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김병찬)에서 열린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아내 전모씨에게 집행유예 평결을 내렸다. 앞서 검찰 역시 전씨에 대해 집행유예를 구형했다. 기소는 했으나 선처가 필요한 사항이라 판단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러스트/김상민 기자

검찰은 구형에 앞서 “피고인이 오랜 기간 숨진 남편을 간호해온 것 사정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 사람의 생명을 임의로 앗아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의료기관이 아닌 개인이 타인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며 “이번 사건에 무죄판결이 내려질 경우 향후 중증환자의 인권은 존중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그러나 뉴욕시장을 3연임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1930년대 초 대공항 시기 뉴욕치안 판사 재직 당시 배가 고파 빵을 훔친 노인에게 벌금 10달러 벌금형을 내리며 한 말을 소개하면서 “이번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해 국가가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집행유예 구형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기치사죄는 3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다.

검찰이 소개한 사연은 다음과 같다. 당시 피오렐로 라과디아 판사는 빵을 훔친 노인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도 “배고픈 사람이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나는 그동안 너무 좋은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 도시 시민 모두 책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벌금 10달러 벌금형을 선고하며, 방청객 모두에게 각 50센트 벌금형을 선고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걷힌 57달러 50센트는 노인에게 건네졌다. 노인은 벌금 10달러를 낸 나머지 47달러 50센트를 갖고 법정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이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011년 자신의 SNS에 사연을 올리며 화제가 됐었다.

아내 전씨는 지난 2004년 처음 만난 남편과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던 중 2005년 남편이 모야모야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도 혼인신고를 하고 12년간 간호를 해왔다. 그 사이 남편은 3차례의 뇌병변 쇼크로 쓰러졌었고 2010년부터 뇌출혈로 전신마비 상태로 생명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아내 전씨는 지난해 7월 남편의 복부에 연결된 음식물 섭취용 튜브가 빠진 사실을 발견하고도 병원 등에 알리지 않고 5일 간 방치해 남편이 숨지게 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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