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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경선에서 본 관계의 역사…탐사예능 ‘선녀들’ 눈길가네
동화같은 佛 ‘스트라스부르그’
베토벤 ‘영웅교향곡’의 의미

獨 강제수용소·추모공원…
‘반성의 역사’ 들여다보기
탐구정신 이끄는 발상 신선


한국사만 공부하면 우리밖에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는 주변국과의 관계속에서 진행돼 왔다. 특히 고려와 조선의 결정적인 역사적 상황은 중국 왕조 교체와 일본의 역학과도 큰 관련을 맺고 있다.

하지만 국사 위주로 배운 우리는 중국 역사뿐 아니라 일본 역사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고인이 된 역사학자 남경태는 “조선 시대 진경산수화와 판소리 등 민족문화가 왜 나오는지는 중국 역사와 연관돼 있다. 명ㆍ청 교체기인 17세기 중국이 오랑캐 국가가 되자 우리의 것을 배우자는 것이었다. 소현 세자도 그런 선각자 중 한 사람이다. 서인과 남인이 상복을 몇 년 입자고 서로 싸운 것도 중국이 개입돼 있다”고 말한 바 있다. 

MBC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은 단순한 여행 예능을 넘어 지적 호기심을 키워주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있어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에게 주목받을 가능성을 더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사를 공부해야 한다. ‘(국경)선을 넘는 녀석들’에는 그런 지역사를 통해 양국간의 관계를 알게 해주는 경우가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사를 통해 한국사를 비교, 접목해 우리를 좀 더 객관적이고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하고 발상을 전환하게 하기도 하는 등의 탐구 정신을 유도하기도 한다. MBC 탐사 예능 ‘선을 넘는 녀석들’이 이런 식으로 점점 더 확장돼 간다면 가능성과 의미를 더욱 기대해볼 수 있는 예능이다.

지난 11일 방송된 6회는 ‘적국의 눈에도 너무 아름다워 차마 없앨 수 없었던 도시’ 파리 본격 투어에 이어 프랑스-독일 국경을 넘기 전 동화 같은 프랑스의 국경도시 ‘스트라스부르그’에서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설민석은 “베토벤은 독일인이지만 나폴레옹을 좋아했고, 프랑스대혁명을 동경했다. 혁명사상을 축하하고 싶다며 교향곡 ‘보나파르트’를 작곡했지만 향후 나폴레옹이 ‘사심’을 품고 황제에 등극했다는 소식에 악보를 찢고 제목을 바꾼 곡이 ‘영웅 교향곡’이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도시이자 유럽 전체 교통의 요지인 ‘스트라스부르그’는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 소설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된 곳이다. 프랑스와 독일이 여러 차례 교대로 차지했던 이곳 알사스로렌 지방에 있는 학교에서 독일에 지배당하자 프랑스어로 마지막 수업을 하는 소설의 배경을 설명해 현장감을 느끼게 했다.

웅장함과 정교함으로 무장한 고딕 양식의 대성당 앞에서는 건축 양식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민석은 “로마네스크와 고딕양식을 구분하는 것은 창문의 크기다. 로마네스크는 벽의 힘이 약해 창을 크게 낼 수 없지만, 고딕에 오면 창문이 훨씬 커진다”고 했다. 대성당 옆 총알이 박힌 건축물을 마주한 설민석이 “수원 화성에도 총알 자국이 많다”고 언급하자, 다니엘이 “6.25 전쟁 당시 흔적이 화성 남대문에 남아 총알 자국이 그대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단순한 여행 예능을 넘어서 지적 호기심을 200%로 충족시키고 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개인을 넘어 ‘가족 소장 방송’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 18일 방송에서는 600만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고통이 깃든 독일 곳곳의 장소를 방문하며 ‘반성의 역사’를 마주했다.

선녀들은 곧바로 베를린으로 이동,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건물과 터를 보존하며 추모공원, 박물관으로 어두운 역사를 박제한 ‘작센 하우젠 강제수용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용소 정문을 A라 칭하고, 마지막 사형의 공간인 ‘스테이션Z’에 이르는 작명까지 잔인한 이 곳은 걸어 들어왔던 수용자들이 한 줌의 재가 되고 나서야 자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강제 노동은 물론 생체실험까지 자행됐던 역사를 마주한 선녀들은 참담함에 고개를 떨궜다.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생체실험을 했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참혹했다.

“나이 제한 없이 어린 아이들도 들어왔느냐”는 차은우의 질문에 다니엘은 “어린아이들도 실험대상이었다”고 답했다. 설민석은 “이게 채 100년이 되지 않은 일이고, 피해자가 생존해 있기 때문에 더욱 와 닿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홀로코스트 추모공원’의 구조가 나치의 가스실을 떠올리게 한다는 다니엘의 설명에 차은우가 “히틀러는 왜 유대인을 싫어한 것이냐”고 묻자, 설민석은 “유대인에 대한 유럽인들의 증오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히틀러는 국민의 단합을 위해 독일 몰락 원인을 유대인에게 돌리고 인종청소라는 명목으로 600만명을 죽였다”고 설명했다.

추모공원은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의 실제 사연을 들어볼 수 있는 공간과 학살당한 유대인 가족의 사진과 편지 등이 전시돼 있어 당시 참상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설민석은 “이방인 입장에서도 가슴이 저미는데…”라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거와 교차되며 선녀들 여행 중 가장 어두운 과거로의 여행이었지만 희망을 발견했다. 설민석은 “독일 입장에서는 수치스러운 역사지만 이를 감추거나 부정하지 않고 널리 알리고 반성하는 모습에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발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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