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임용시험중 빼앗아가버린 수험표와 신분증.."시험망친 수험생의 분노"

호남취재본부 문승용 입력 2018. 5. 28. 10:58 수정 2018. 5.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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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광주광역시교육청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문승용 기자] 지방공무원 임용 시험 중 영문도 모른 채 감독관이 수험표와 신분증을 빼앗아 가버린다면 수험생의 심리상태는 어땠을까?

“왜 내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말 그대로 집중력이 떨어진 채 온통 분노에 휩싸여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5월 19일 지방공무원 광주광역시교육청 교육행정직 임용 필기시험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수험생 A(여·44)씨는 이날 오전 10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장인 광주광역시 북구 광주공업고등학교 시험장으로 들어섰다. 오전 10시에 시험이 시작되고 5분쯤 지나 감독관은 수험생의 부본(응시원서)과 신분증, 수험표 등 확인절차를 마치고 지나갔다.

이 감독관은 수험생이 지니고 있는 OMR카드에 도장이나 사인도 하지 않고 지나갔고 재차 한 바퀴 더 돌면서 사인했다. 두 번에 걸쳐 확인절차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확인절차가 끝난 뒤 한참 시험을 치르던 오전 10시 50분께 A씨 앞으로 감독관이 들이닥쳤다. 감독관은 A씨의 신원확인을 해야 한다며 신분증과 수험표를 가져가 버렸다. 다른 수험생들도 있지만 A씨에게만 벌어진 일이다.

A씨는 “내가 공무원 시험을 보는 게 뭐가 어때서, 왜 뭣 때문에 나만, 시험보고 있는데, 신원확인을 해야 한다며 가져가 버리나?, 이상했다. 대체 저 감독이 왜 저러나, 싶은 생각에 시험에 집중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A씨의 신분증과 수험표를 가져간 감독관은 다른 감독관과 함께 A씨를 두고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A씨는 “이 사람들 뭐야. 저 감독 왜 저러지?”라는 감독관들의 행태에 불만을 갖기 시작했고 시험문제는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9급 공무원 시험은 10시부터 11시40분까지 100분 동안 5과목, 각 과목별 20문항, 총 100문항을 푸는 시험으로 100분 안에 100문항을 풀고 마킹까지 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며 “주어진 시간 안에 집중해서 정확하게 풀어내느냐를 경쟁하는 시험인데 감독관들의 어처구니없는 행동 때문에 집중력과 평정심이 깨져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A씨는 감정이 더욱 심화됐다. 감독관이 몸을 좌우로, 엉덩이를 좌우로 내밀면서 스트레칭 하고 있는 모습도 신경 에 거슬렸고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A씨는 그렇게 시험을 마치고 나서 감독에게 항의했다. A씨는 감독관을 따라 3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면서 “의심받을 행동을 한 것도 아닌데, 왜 나만 신원확인을 한다고 한 거냐”고 따져 물었다.

분에 못이겨 감독관을 따라간 A씨는 감독관이 시험 책임자라고 가르킨 30대 중반 쯤 돼 보이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시험 총 책임자이고 교육청 소속 직원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총 책임자라는 사람은 A씨에게 따라오라고 했다.

‘이리 오십시오’도 아니고 따라오라는 감독관, 자신을 마치 징징거리는 초등학생처럼 윽박지르고 오히려 큰 소리를 치고 함부로 대응한 것에 A씨는 또 다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총 감독관은 A씨에게 주민번호가 95년생으로 된 수험표를 보여줬다. A씨의 수험표에 완전 엉뚱한 주민번호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공무원 시험은 접수 중에 공인인증서를 이용해 접수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잘못 됐을 리가 없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그리고 A씨는 접수단계마다 다 출력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접수증과 수험표는 모두다 틀리지 않고 정확히 기재돼 있었다.

A씨는 “시험 총괄 감독관이라는 사람이 문제가 터진 거라는 인식도, 수험생이 피해를 입었다는 생각도 없었다”며 “어떻게 이런 자가 이 시험의 책임자인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한탄했다.

이어 “접수서버 오류, 서버회사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게시판에 질의응답 써놨다는 답변과 미안하다는 말을 한 채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어버렸다”며 “이번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서버오류로 문제가 발생했다. A씨에게 벌어진 일에 대해서는 충분히 사과했다”며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교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를 일으킨 감독관에게는 시험장 감독관으로 배치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호남취재본부 문승용 기자 msy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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