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을 앞둔 신태용호가 최종 모의고사에 돌입했다. 첫 상대는 북중미의 복병 온두라스다. 축구대표팀은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피파랭킹 59위의 온두라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온두라스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호주에 패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총 세 차례 출전했으나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대표선수들 대부분이 자국리그 혹은 북중미 지역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어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세계적인 스타 선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보다 피파랭킹이 두 계단 높고 기술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만큼 만만하게 보기는 어렵다. 한국과 A매치에서는 두 번 맞붙어 두 번 모두 우리가 완승을 거뒀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리우올림픽에서는 8강에서 0-1로 쓰디쓴 패배를 안긴 악연도 있다. 특히 한국과 본선에서 만나게 될 멕시코 선수들과 체격조건이나 스타일이 다소 비슷하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온두라스를 멕시코전을 가상한 스파링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축구대표팀, 더 이상 부상선수가 나오면 안 된다

'센추리 클럽' 가입 앞둔 기성용 23일 오후 파주 NFC에서 기성용이 몸을 풀고 있다.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나선 기성용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 친선경기에 출전하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다.

▲ '센추리 클럽' 가입 앞둔 기성용 23일 오후 파주 NFC에서 기성용이 몸을 풀고 있다. 2008년 9월 요르단과의 친선경기부터 성인 국가대표로 나선 기성용은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온두라스와 친선경기에 출전하면 '센추리클럽'에 가입한다. ⓒ 연합뉴스


온두라스전에 임하는 신태용호의 당면과제는 역시 '대탐소실'이다. 현재 대표팀이 처한 상황은 복잡하다. 대표팀은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부상을 당하며 전력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권창훈-염기훈-이근호-김민재 등이 줄줄이 낙마했으며 1차명단에 포함된 선수들도 다수가 잔부상과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고 있다.

신태용 감독은 예비인원 5명을 포함한 28명을 발탁하며 향후 최종명단과 플랜A에 적지 않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독일-멕시코-스웨덴 등과 함께 죽음의 조에 배정되어 16강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에서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까지 겹쳐 월드컵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득세하고 있다.

대표팀에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부상 선수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신감독은 온두라스전에서 일단 선수 보호 차원에서 컨디션 회복 중인 김진수-장현수-기성용-이재성 등은 온두라스전에서 아예 기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표팀의 전력이 100%가 아닌 상황에서 굳이 무리하다가 또 부상선수라도 나오면 신태용호의 월드컵은 시작도 해보기 전에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

또한 신 감독은 월드컵 상대국들의 전력분석에 따른 정보 유출을 우려하여 일단 국내 평가전에서는 선수들의 임시 등번호 사용과 전술변화 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전 결과에 연연하기보다 월드컵 본선에 초점을 맞춘 내부 점검과 전력 손실 최소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앙수비의 활약과 '손흥민 파트너' 찾기, 이번 평가전의 과제

볼 다투는 손흥민-문선민 23일 오후 파주 NFC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미니게임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호는 28일 대구에서 온두라스, 다음달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치른 뒤 3일 사전캠프지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 볼 다투는 손흥민-문선민 23일 오후 파주 NFC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미니게임을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신태용호는 28일 대구에서 온두라스, 다음달 1일 전주에서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을 치른 뒤 3일 사전캠프지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 연합뉴스


그렇다고 해서 온두라스전이 그저 쉬어가는 경기는 아니다. 현재 대표팀 선수단 가운데 러시아에 갈 23명을 추리기 위한 마지막 시험대로서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특히 이승우, 문선민, 이청용, 오반석 등 이번에 새롭게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거나 오랜만에 복귀한 선수들은 월드컵 본선에 가기 위하여 신태용 감독의 눈도장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대표팀은 현재 2선 공격진이 부상으로 거의 붕괴된 상태에 가깝다. 권창훈-염기훈-이근호가 모두 부상으로 낙마하고 이재성도 온두라스전에 결장하는 상황에서 2선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는 이청용과 문선민, 이승우 등이 있다. 월드컵 본선 2회 출장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올시즌 1군경기에 거의 나서지 못하여 자격 논란이 일었던 이청용과, A대표팀에 첫 발탁된 신예 이승우가 얼마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크다.

대표팀이 투톱 전술을 구사할 경우, 누가 '손흥민의 파트너'로서 최전방에서 함께 호흡을 맞출지도 분명하지 않다. 기존의 황희찬-김신욱은 물론 구자철이나 이승우를 최전방에 끌어올리는 것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장현수와 김민재가 모두 빠진 수비라인에서 과연 누가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신감독은 온두라스전에서 일단 포백을 예고했지만 상황에 따라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잦은 수비실수로 도마에 올랐던 수비진의 경우 오반석-김영권-윤영선 등 온두라스전을 책임져야 할 센터백 라인의 활약이 중요하다.

또한 온두라스전 승패에 크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해도 팀 분위기 차원에서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경기력은 보여줘야 한다. 대표팀은 지난해 11월 세르비아 평가전까지 A매치 홈 15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역대 기록을 수립할만큼 안방에서는 매우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에 월드컵을 앞두고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야 할 필요도 있다.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열리는 국내 평가전은 사기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4년전 브라질월드컵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은 국내에서 열린 튀니지와의 출정식에서부터 졸전을 거듭하며 월드컵 참사의 복선을 예고한 바 있다. 가뜩이나 대표팀을 둘러싼 잇단 악재로 예전에 비하여 좀처럼 월드컵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는 우려를 감안할 때, 온두라스전마저 결과와 내용이 모두 좋지 못하다면 신태용호를 둘러싼 비관적인 평가는 더 악화될 수 있다. 가급적 선수들의 부상 같은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다가오는 월드컵 본선을 대비한 희망과 대안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가 온두라스전을 기다리고 있다.

답변 준비하는 온두라스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타보라 감독(오른쪽)과 도니스 에스코베르 골키퍼가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 답변 준비하는 온두라스 27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온두라스 축구대표팀 카를로스 타보라 감독(오른쪽)과 도니스 에스코베르 골키퍼가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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