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팀 220억 이적 제안 .. "난 대한민국 주장" 거절
기영옥씨 "한 수 아래 중국행 거절"
러시아 월드컵 후 대표 은퇴했으면
더 이상 잘할 수 없다 느낄 만큼 뛰길
축구대표팀 주장 기성용(29·스완지시티)의 아버지 기영옥(61) 광주FC 단장이 전한 이야기다. 2014년 10월 파라과이전부터 4년 째 대표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기성용이 주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설명이었다.
6월 1일 전주에서 열리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와의 평가전에 그가 출전한다면 한국축구 역사상 14번째로 센추리 클럽에 가입한다. 기성용은 “어느새 시간이 흘러 센추리 클럽까지 딱 한 경기가 남았다. 대표선수로 뛰는 건 가장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지난 26일 충주 탄금대 축구장에서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 단장을 만났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국가를 위해 100경기를 뛰다니 ‘행주 기씨’ 가문의 영광”이라며 웃었다.
기성용은 대표팀에서 ‘중원의 키(key·열쇠)’ 역할을 맡고 있다. 기 단장은 “광주 금호고 감독 시절 고종수(40)를 지도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여섯살이던 성용이에게 플레이메이커 고종수의 경기를 보여주며 ‘저 형처럼 왼발도 잘쓰고,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뛰어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 덕분인지 전라도 사투리로 ‘느꿨다, 땡겼다’를 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 단장은 축구에 대한 기성용의 근성을 보여주는 일화를 소개했다. 기성용은 2007년 7월 당시 프로축구 FC서울의 리그컵 출전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이미 FC서울의 우승이 확정돼 승리가 중요한 경기가 아니었는데도 끝내 그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당시 기성용은 눈물을 펑펑 쏟으며 “아빠! 독을 품을게”라고 말했다.
기성용은 이후 구리 훈련장에서 매일 밤 가로등 밑에서 개인훈련을 거듭했다. 그 덕분에 기성용은 이듬해 터키 출신 귀네슈 감독 밑에서 주전 자리를 꿰찼다.
기성용은 2009년 거칠기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셀틱FC에서도 살아남았다. 기 단장은 “성용이가 과거엔 볼을 예쁘게 찼는데, 체격과 수비력을 키운 뒤 거뜬히 주전으로 도약했다”고 말했다.
2012년 잉글랜드 스완지시티에 입단한 기성용은 이후 6시즌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194경기(16골)에 출전했다. 조제 모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이 첼시 사령탑 시절 기성용을 데려가길 원했다.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이적료 216억원을 제시했지만, 스완지시티가 287억원을 고집해 이적이 무산된 적도 있었다.
기성용은 부모님을 세심하게 챙기는 효자이기도 하다. 기 단장은 “내가 단장을 맡고 있는 광주 경기는 영국에서도 챙겨본다. 대표팀에 부상자가 속출해 고민이 많을텐데 힘든 내색 한 번 안한다”며 “2013년 결혼한 뒤 안정을 찾았다. 며느리(배우 한혜진)가 소탈한 성격이다. 난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하는 편인데 둘은 서로를 아끼는 모습이 참 보기 좋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기 단장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성용아! 주장으로서 엄청난 부담감을 느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더 이상 더 잘할 수 없다’고 느낄 정도로 뛰어라. 그러면 승패를 떠나서 국민들도 박수를 보내주실 거다.”
충주=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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