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장기실종아동 실태-하]장기실종자 ‘몽타주’ 추진…“업무 일원화부터”

장기실종자 현재모습 예측 몽타주 제작 지속 필요성
예산-지원-수색 업무 일원화로 ‘책임 떠넘기기’ 없애야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2018-05-27 18:55 송고
편집자주 현행 실종아동보호법에 적시된 '보호자'와 '연고자' 테두리가 오히려 실종아동을 찾는데 걸림돌이 되고있다. 예산을 교부받아 관리하는 정부부처와 실종자를 찾는 수사기관, 실종자 또는 입양아동 정보를 관리하는 민간기관 등 관할 분야가 각기 달라 비효율성의 극을 달리는 구조속에 실종자 가족들은 답답함과 고통을 호소한다. 5월 25일 세계장기실종아동의 날을 맞아 실종아동 지원에 대한 구조적 문제점과 실태를 2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왼쪽)올해 5월 부산경찰청이 장기실종아동 홍봉수 군(현재나이 34)의 현재모습을 예측한 '몽타주' 사진과 (오른쪽)지난 2007년 미국 국립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가 모영광군이 만 5세로 성장한 모습을 얼굴변형 프로그램으로 예측한 사진.© News1
(왼쪽)올해 5월 부산경찰청이 장기실종아동 홍봉수 군(현재나이 34)의 현재모습을 예측한 '몽타주' 사진과 (오른쪽)지난 2007년 미국 국립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가 모영광군이 만 5세로 성장한 모습을 얼굴변형 프로그램으로 예측한 사진.© News1

장기실종아동의 현재 나이를 예측한 '몽타주(montage)' 사진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까.

몽타주는 '조립하다' '맞추다'라는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용어로 특정인의 얼굴형과 눈, 코, 입, 이미지 등을 조합해 제작한 얼굴 사진을 말한다.
실존 인물과 몽타주가 100%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기란 힘들지만 70~80% 정도는 흡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부산지방경찰청은 5월 한 달동안 장기실종아동을 발견하기 위해 '현재 예측모습 몽타주'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7일 부산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8년부터 현재까지 집계된 부산지역 장기실종자 수는 모두 49명으로 이 가운데 34명이 장기실종아동이다. 장애인은 7명, 치매환자는 8명으로 집계된다.
경찰은 최근 실종아동전문기관, 아동보호시설과 연계하고 SNS를 활용해 장기실종자 몽타주를 배포했다.

◇장기실종아동 ‘몽타주’ 어떻게 만들어질까

부산경찰청은 기존 피의자 몽타주를 그리는데 사용하던 '폴리스케치(Polisketch)' 프로그램으로 장기실종아동의 현재 모습을 예측하는 사진을 만들었다.

장기실종아동의 현재 모습을 예측하려면 어릴 적 사진 2~3장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얼굴이 선명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한 형태로 찍힌 사진일수록 도움이 된다.

특히 실종아동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되는 직계 가족이나 친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한 사진을 함께 첨부하면 훨씬 정확한 몽타주를 제작할 수 있다.

경찰이 폴리스케치(Polisketch) 프로그램을 이용해 몽타주를 만들어야 할 대상자의 얼굴형을 선택하는 모습.© News1 조아현 기자
경찰이 폴리스케치(Polisketch) 프로그램을 이용해 몽타주를 만들어야 할 대상자의 얼굴형을 선택하는 모습.© News1 조아현 기자

몽타주 이미지를 가장 많이 결정짓는 요소는 '눈'이다. 얼굴형을 다듬고 눈매와 코 모양으로 이미지 틀을 잡고나면 나이변환 기능으로 눈처짐과 팔자주름을 넣는다.

마지막 단계로는 실종 가족들과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얼굴 전체 가운데 부분 이미지를 다듬는 정교한 작업이 이어진다.

이현선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계 담당자는 "몽타주는 그 인물의 특징을 잡아서 조합끝에 형성하는 사진"이라며 "눈매와 얼굴형이 잘 잡힌다면 실존인물과 상당히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실종아동 현재모습 예측 몽타주 프로그램 도입 2년…전문가 ‘태부족’

경찰청은 2016년 상반기부터 몽타주 자체 제작 프로그램인 '폴리스케치'를 실종자 수색에 도입하도록 했다.

이같은 프로그램이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도입된 지는 불과 2년밖에 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얼굴변형 프로그램을 다루거나 얼굴 형태를 복원할 수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상태다.

지난 2003년 부산 성불사로 어린이집 소풍을 떠났다가 사라진 '모영광'군 가족은 만2세 사진으로만 영광이를 찾아다니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국립 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NCMEC, 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경찰청에서 제공하는 몽타주 제작 결과물과 2007년 미국 국립실종학대아동방지센터가 제작한 결과물을 놓고보면 기술력에 대한 차이를 체감할 수 밖에 없다.

10년전 미국 비영리단체 NEMEC에서 모영광 군의 사연을 듣고 대가없이 제작해 준 사진 속 영광이는 마치 실물처럼 생생하다.

모영광 군의 어머니 박혜숙씨는 "미국 비영리단체인 NEMEC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이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종아동들을 수색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며 "2007년 영광이가 7세로 성장한 것으로 예측되는 사진을 받아들고 국내로 오자마자 우리도 이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관련 부처에서는 예산이 없고 인력이 없다는 핑계만 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인권위에도 글을 올리고 예산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에 얼굴변형 프로그램을 언제 도입해주는지 해마다 문의했지만 벌써 10여년이 지났다"며 "장기실종 부모님들은 이게 마지막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실종아동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로부터 2020년까지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실종아동 보호와 지원사업을 추진하고있지만 얼굴변형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은 장기실종아동의 현재 모습을 예측하는 관련 프로그램에 대해 문의하자 "얼굴 변형과 관련돼 현재 (진행)하고 있는 건 없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에도 몽타주 제작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경찰은 단 1명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진행한 '장기실종아동 몽타주 제작'을 두고 정부에서 추진하는 '5월 25일 한국 실종아동의 날'을 의식해 만든 보여주기식 행사로 그치는 게 아니냐는 냉소적인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해운대 바닷가서 잃어버린 '홍봉수'군 찾아헤멘 지 30년째…어머니는 다시 희망 품는다

1987년 해운대 바닷가에 가족 나들이를 갔다가 네살배기 '홍봉수'군을 잃어버린 모친 오승민씨(63·여)는 아들의 현재 얼굴을 예측해 몽타주를 제작해준다는 연락을 받고 대구에서 부산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는 취재진의 안부인사에 오씨는 '기차를 타고오면 금방'이라며 손사래와 함께 미소지었다.

훌쩍자란 아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마주하고 다시 찾아나설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렘이 얼굴에 가득 묻어있었다.

오씨는 '봉수'군이 실종되고 나서 처음 라디오에 실종아동찾기 광고를 내보낸 이후 '생김새가 비슷한 아이를 본 것 같다'는 제보를 받았다.

신고자가 알려준 목격 장소인 반여동까지 부리나케 달려가 골목마다 뒤졌지만 결국 봉수를 찾지 못했다.

얼마 뒤에는 '아이는 내가 키울테니 연락도 하지 말고 찾을 생각하지 마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같은 내용으로 자신에게 경고하는 전화가 2차례나 이어졌다. 오씨는 50대 여성 목소리로 기억했다. '계속 찾으러 다녔다가는 아들이 잘못될 수도 있겠다'는 주변의 우려에 결국 모든 것을 중단해야 했다.

오씨는 "실종자 가족은 수년 간 열심히 찾아 헤메다 몸도 마음도 지쳐 얼마동안 포기해버리기는 기간을 겪는다.그러다 또 희망을 품고 찾아 나선다"며 "우리 봉수도 그랬지만 기존 아동보호시설에 남아있는 서류 자료를 데이터화 하는 과정에서 누락된 실종아동이 상당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장기실종자아동 가족들은 경찰과 실종아동전문기관이 해외입양자료와 입출국기록을 토대로 실종아동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나서 주길 호소한다.

기존 1900년대 중반에 설립된 아동보호시설에 남아있는 오래된 자료가 아직 정부산하 기관으로 모두 이관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양자료와 실종아동정보가 상당수 누락됐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실종아동법 보완 시급…“실종자 지원·수색 정부국가기관 일원화해야

현재 실종아동지원과 관련된 예산은 보건복지부에서 관할한다. 하지만 실종신고를 접수하고 수색하는 과정은 모두 경찰이 현장에서 책임진다.

예산을 쥐고있는 보건복지부는 실종아동을 지원하고 정보 관리업무를 2020년까지 민간기관에 위탁해 놓은 상태다.

이같은 지나친 업무 분화로 장기실종아동 가족과 현장에서 뛰는 업무 담당자들은 '속터질 지경'이라는 말까지 내뱉을 정도다.

장기실종아동 가족들은 "업무 분담이 다르다 보니 진행상황을 문의하거나 요청을 할 때마다 '핑퐁게임' 하듯 책임을 서로 떠넘긴다"며 "실종아동 보호및 지원 법률이 처음 만들어질 때는 이젠 찾을 수 있겠다고 희망을 가졌는데 10년이 흐른 지금 돌이켜 보면 결국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건수 백석대 범죄학과 교수는 "실종사건은 범죄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에서 기관을 통합해 일원화해야 한다"며 "정부가 실종자 지원업무를 민간단체에 위탁하는 방식은 실종자를 찾는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실종자를 찾는데 얼굴변형 자료도 중요하지만 오랜기간 같이 지낸 양부모와 닮아가는 사례도 종종 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참고자료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choah4586@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