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북-미 정상회담' 돌파구 연 2차 남북정상회담
남북 정상 격식 없는 수시 만남 의미
남-북-미 종전선언 시급히 추진해야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판문점 북쪽 통일각에서 2차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의 원상회복을 위한 중대한 전기를 마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뒤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남북 정상의 신속한 만남과 적극적인 대응이 위기에 봉착한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낸 것을 높이 평가한다. 이로써 북-미 관계의 길잡이로서 우리 정부의 입지도 더욱 단단해졌다고 할 것이다.
지난 며칠 사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요동쳤다. 절정은 24일 트럼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북-미 정상회담 취소 통보였다. 다행히 북한이 곧바로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밝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환영하면서 희망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이어 남북 정상이 사전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2차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정상회담 추진의 확고한 뜻을 밝힘으로써 결정적인 반전이 이루어졌다. 아직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는 공식 확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회담 개최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가장 큰 소득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지만, 더 큰 의미는 북-미 정상회담을 무산 위기에 빠뜨린 근본 원인을 놓고 허심탄회한 대화가 이루어졌다는 데 있다. 미국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 해법이 ‘완전한 비핵화’에 미치지 못하는 어설픈 결말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데 반해, 북한은 미국의 일괄타결식 해법이 북한 체제를 보장해주지 못할까 걱정해 왔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북-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을 전달함과 동시에, 김 위원장으로부터는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확약받은 것은 큰 성과다. 특히 문 대통령이 ‘미국을 확실히 신뢰할 수 있는가가 김위원장의 걱정’이라고 밝힌 대목은 사태의 핵심을 보여준다.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려면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미국도 이미 공유해 북-미 사이 쟁점과 김 위원장의 속마음을 한층 또렷하게 알게 됐으니만큼, 북-미는 남은 시간 동안 이 문제에 대한 분명한 해법을 도출하는 데 힘써야 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식 해법’을 부인한 이상, 접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개최가 알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도 북-미 정상회담의 복원과 성공에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각) <뉴욕 타임스>의 ‘6월12일 북-미 정상회담 불가능’ 보도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더 나아가 “북-미 정상회담 개최 검토는 변하지 않았다”고 밝혀 ‘6월12일 정상회담’ 복원 의사를 분명히 했다.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 사전준비팀이 27일 싱가포르로 떠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릴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차 남북정상회담은 개최 시기와 형식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채 안 돼 이루어졌다는 점, 격식을 차리지 않고 회담 제의 하루 만에 신속하게 열렸다는 점,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문제 해결형 회담이었다는 점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남북 정상의 만남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난관이 있을 때마다 이런 실용적이고 격의 없는 만남을 활용한다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남-북-미가 함께하는 종전선언’ 추진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면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이 추진되면 좋겠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북-미의 종전선언은 북한의 체제 보장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25일 ‘필요하다면 북-미 정상회담이 연장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남-북-미 3자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남-북-미 정상이 만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우리 정부는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남북 정상이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던 남북대화를 재가동하기로 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남북관계는 북-미 관계와 연동돼 있고 북-미 관계가 뚫리지 않는 한 남북관계의 획기적 발전에 장애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남북이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풀어감으로써 북-미 관계 진전의 동력을 키운다는 발상도 필요하다. 남북은 국면이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만날 필요가 있다.
북-미 협상 교착 국면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을 보여준 뜻깊은 사건이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리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남아 있다. 남북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지 말고 북-미 회담 성공이 한반도 평화의 새 장을 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들이 실리콘과 스티커를 가지고 다니는 이유
- [단독] 문 대통령 '깜짝 방북' 두시간..군 통수권은 누구에게 넘겼을까
- 홍준표, 2차 남북정상회담에 "한바탕 쇼..선거용일뿐" 혹평
- 문 대통령 "김정은, 만남 먼저 제안..북미회담 의지 피력"
-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 국민투표로 낙태 허용
- 5·26 정상회담 '서훈-김영철 소통 라인' 통해 성사됐다
- 퀘벡 흰고래 27%가 '암환자'..사람이야말로 '발암물질'
- [영상] 청와대, 2차 남북정상회담 머리·마무리 발언 영상 공개
- [화보] 판문점 통일각서 두번째 남북정상회담
- [화보] 다시, 김연아의 시간..4년 만의 아이스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