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톡톡 플러스] 우리 사장 '꼰대'라던 김 대리, 부장되니 더 하네

김현주 2018. 5. 27.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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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우리나라 특유의 후진적인 조직문화는 수십년이 흘러도 변하지 않고 있다"며 "과거 꼰대라 칭하며 기성세대를 욕하던 이들이 중장년층이 되면 꼰대짓 똑같이 따라한다"고 꼬집었다.

B씨는 "내가 보기에 꼰대짓은 앞으로도 안 없어질 것 같다"면서도 "다만 최근 관리자가 되었을 때 꼰대짓 안 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C씨는 "결국 꼰대라는 것도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뒤떨어진 공감 능력에서 기인한다"며 "어느 나라나 세대가 다르니 어느 정도의 꼰대짓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D씨는 "나와 네가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 꼰대라는 단어가 사라질 것 같다"며 "사회가 변했으니 자기 스스로도 달라져야 한다. 옛날 이야기 한들 전혀 도움 안 된다"고 지적했다.

E씨는 "한국 특유의 주입식 교육이 사회문화를 기형적으로 만드는데 일조했다"며 "그런 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 학부모들도 여전히 이와 유사한 것을 자녀에게 가르치고 있다. 바꾸려 해도 쉽게 안 바뀌는 게 바로 교육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F씨는 "기업문화가, 세대가 달라져도 쉽게 바뀌지 않는 이유는 임원들이 아직도 자신이 젊었을 때 했던 방식을 고집하기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엔 야근하는 게 덕목이었는지 몰라도, 요즘 세대들은 적당히 일하고 여가를 즐기길 원한다"고 밝혔다.

G씨는 "나이 먹었으니 제발 좀 일찍 퇴근해라. 그래야 젊은 직원들도 눈치 안 보고 정시퇴근할 수 있다"며 "집에 가면 제대로 된 대접 받지 못하니 회사에 남아 부하 직원들에게 대접받으려고 하지 마라. 욕만 더 먹는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이 불통·비효율·불합리 등으로 요약되는 후진적인 조직문화에서 탈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변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개선 조짐이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여전히 '청바지 입은 꼰대' '무늬만 혁신' 등과 같은 냉소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글로벌 컨설팅 전문업체 '맥킨지'는 최근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를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2016년 1차 진단 후 2년간의 개선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업문화 진단 결과'와 주요 기업을 분석한 '조직건강도 심층진단 결과' 등을 담았다.

대기업 직장인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2년 전 후진적 기업문화 요소로 지적받았던 습관적인 야근, 비효율적 회의, 불통의 업무 방식 등이 다소 개선됐으나 여전히 낙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근본적인 개선이 됐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전체의 59.8%는 '일부 변화는 있으나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답했고, '이벤트성일 뿐 전혀 효과가 없다'는 응답도 28.0%에 달했다.

세부 항목별로는 '야근'이 31점에서 46점으로 개선됐으나 50점을 밑돌았다. 회의(39점→47점), 보고(41점→55점), 업무지시(55점→65점)도 모두 상승했지만 여전히 낙제 수준이었다. 회식은 77점에서 85점으로 유일하게 '우수'로 평가됐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무늬만 혁신, 보여주기식, 청바지 입은 꼰대 등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면서 "기업의 개선활동이 대증적 처방에 치우쳐 있어 조직원들의 피로와 냉소를 자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진적 기업문화 여전한 대한민국

대기업 3개, 중견기업 3개, 스타트업 2개 등 모두 8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 건강도 분석에서도 7곳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약체인 것으로 진단됐다.

조직건강도는 기업의 조직경쟁력을 종합평가하기 위해 맥킨지가 1991년 개발한 진단 방식으로, 9개 영역·37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된다. 지난해까지 글로벌기업 1800여 곳에 적용됐다.

이번 진단에서 책임소재, 동기부여 항목에서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평균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우위를 보였으나 리더십, 외부 지향성, 조율과 통제(시스템), 역량, 방향성 등 대다수 항목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대한상의는 조직 건강을 해치는 3대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 관리, 리더십 역량 부족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4대 개선 과제로 빠른 실행 업무프로세스, 권한·책임 부여된 가벼운 조직체계, 자율성 기반 인재육성, 플레잉 코치형 리더십 육성 등을 제안했다.

◆'비과학적 업무 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 관리, 리더십 역량 부족' 조직 건강 해치는 3대 원인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5일 오후 2시 경총회관 회의실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함께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을 위한 기업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단회에서 손경식 회장은 "젊은 세대들이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노사정이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며 "이제는 경총이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손 회장은 "경총 사무국을 대상으로 시차출퇴근, 정시퇴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가족돌봄휴가 등 다양한 저출산 지원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경총의 노력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돼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서는 KT&G 등이 일·생활 균형 제도를 잘 적용하고 있는 사례로 선정돼 발표를 했다.

KT&G 관계자는 "자사는 직원의 출산·육아기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회사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조화로운 직장을 조성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KT&G는 임신·출산기 직원에게 난임부부 시험관 아기 시술비(총 3회·연간 1000만원 한도내), 출산 휴직 등을 지원하고 있다. 육아기 직원을 대상으로 출산휴가 후 별도 절차없이 육아휴직으로 전환되는 '자동 육아휴직제' 시행, 육아휴직기간 2년까지 유급 확대 운영, 보육수당 지원·직장어린이집 운영 등 육아휴직자 업무 복귀 지원 등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乳)업계에도 워라밸 바람이 불고 있다. 매일유업도 2009년 식품기업 최초로 가족친화경영 인증기업으로 선정된 이후 2020년까지 재인증을 획득했다.

매일유업은 △자녀의 출산·양육 및 교육지원제도 실시 △사내근로복지기금 제도 운영 △매월 둘째, 넷째 금요일을 패밀리데이로 지정해 조기 퇴근 유도 △수유 편의시설을 갖춘 여직원 휴게실 운영 △근로시간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차 출퇴근제, 재택 근무제 도입 △다자녀 출산가구에게 축하금 제공 △직원 및 배우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직원의 임신을 축하해주는 ‘베이비샤워’ 파티, 태교여행 ‘베이비문’ 행사 등 다양한 가족친화 제도를 운영하면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을 가능하게 하는 직장환경을 조성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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