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쁜누나' 윤종석 "안판석 감독님의 '넌 다르다'는 말에 오열"

2018. 5. 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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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유지혜 기자] 배우 윤종석이 드마라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촬영 후일담과 연기에 대한 열정을 전했다.

윤종석은 지난 19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누나’)에서 서준희(정해인 분)의 친구 김승철 역으로 열연을 펼쳐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종영 후 “시청자로서 이 드라마의 설렘을 느껴볼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드라마 전편을 다 돌려봤다”고 말했다. 다시 봐도 “내가 나오는 걸 생각하지 않아도 정말 좋은 작품이었다”고 ‘예쁜누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윤종석은 극중 친구로 나온 배우 정해인과의 호흡을 전했다.

“정해인 형은 첫인상에서 건강하고, 정말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네 살 위인 형이 먼저 다가와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먼저 건넸다. 우리 관계를 편안하고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부분에서 배우로서 배울 점이라고 생각했다. 환경을 편안하게 만드는 건 배우가 가진 큰 역량이라고 생각했고, 훗날 나도 저렇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형 덕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하고 친구 같은 케미를 잘 만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윤종석은 지난해 드라마 ‘구해줘’에서 이병석을 연기하고, 올해 ‘예쁜 누나’에서는 김승철을 연기했지만 브라운관 속 두 캐릭터는 같은 사람이 연기했나 싶을 정도로 다르게 느껴진다. 그는 “외형적인 것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라며 얼굴에 각이 있는데다 체중을 조절하면 각도에 따라 달라보인다고 말했다. ‘천의 얼굴’을 가져서 좋겠다는 말에 그는 “연기 폭의 제한이 더 적다는 장점이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단점도 있다”며 웃음을 지었다.

“‘구해줘’의 병석이와 ‘예쁜누나’의 김승철이 같은 사람이라는 걸 잘 모르더라. 관계자들도 다 놀랐다. ‘그 얼굴이 아닌데 고쳤니?’라는 말도 들었다.(웃음) ‘구해줘’에서는 신경질적이고 싶은 모습을 표현하려 평균 66kg인 체중을 3주간 5kg까지 뺐다. ‘매드독’에서는 생기발랄하고 엉뚱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70kg까지 찌웠다. 그리고 이번엔 평소의 체중으로 돌아갔다. 이번에는 ‘온전한 나, 기저에 있는 나’를 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김승철에 내 말투, 내 신체도 담으려 노력했다.”


 
질문을 하면 최대한 깊은 답을 내놓으려 차분하게 대답하는 윤종석은 확실히 ‘예쁜누나’ 속 김승철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어쩌다 이 캐릭터를 맡게 됐느냐 물으니 그는 “나 또한 처음엔 왜 내게 이 캐릭터를 주셨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작게 웃었다. 누구보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 김승철을 연기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건 오히려 ‘나’가 되는 길이었다. 자신의 실제 말투, 패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의 행동을 많이 따서 집어넣으니 어느 순간 김승철과 윤종석이 맞닿는 곳이 생겼다고. 윤종석도 몰랐던 ‘김승철스러운’ 모습을 안판석 감독은 한 눈에 알아본 걸까. 그에게 안판석 감독에 대해 물었다.

“안판석 감독님은 한국에 살고 있는 배우라면 꼭 한 번 옆에 있고 싶은 분이다. 저에게 있어서는 감독님은 제 인생의 지도 같은 분이었다. ‘밀회’를 스무 번 넘게 돌려봤다. 감독님께서 인물을 만들어가는 화면과 힘이 제게는 전율 같았다. 그런 감독님을 눈앞에서 보니 처음에 든 생각은 ‘나 이분을 실제로 보니 됐다’였고, 오디션 대사 받아본 후엔 ‘아, 욕심 좀 더 내서 기억에 남게 하고 싶다’로 바뀌었다. 그리고나서 감독님이 내게 말을 걸어주신 후에는 더 욕심이 나서 ‘나 이번에 감독님과 작품 못하면 목적성을 잃어버릴 거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초조하게 기다린 끝에 그는 ‘예쁜누나’에 합류했다. 윤종석은 “난 겁도 많고 무엇을 위해 연기를 하는지 아직 모르는 사람인데, 그런 나에게 지도처럼 길을 얘기하준 분”이라며 안판석 감독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살다보면 몇 명의 멘토를 만나는데 그 중의 한 분인 것 같고, ‘내 인생에 이렇게 든든한 멘토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다 됐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용기가 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저에게 용기를 주셨다. 감독님께서 ‘너는 남들과 다르니까 네가 지금 고민하고 네가 가려고 하는 길을 욕심내지 말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걸어가면 네 자신도 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을 거야’라고 말해주셨다. 그 말을 듣고 JTBC 앞에서 주저앉아서 울었다. 눈물이 나더라. 저한테는 그 말이 큰 힘이고, 배우를 그만두지 않아도 되는 이유였다. 그 말을 듣고 ‘나 지금 건강하고, 잘 가고 있구나’하는 확신이 들었다.”

2015년 군 제대 후 2년 동안 영화과 휴게실에서 살다시피 하며 연기를 할 수 있는 어디든 찾아갔다는 윤종석. 간절함이 넘쳤던 그는 ‘괴짜’로 통했다. 영화가 가진 영향력을 느낀 후 누군가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는 건 값진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그게 얼마나 섬세한 작업이고, 막중한 일인지도 모르고 닥치는 대로 했다”며 지금까지 거의 100편에 달하는 영화를 찍었다고 회상했다. 그 과정을 통해 윤종석은 연기가 주는 힘이 얼마나 위대하고, 위험한지를 배우게 됐다고.
 
“영화를 그렇게 찍으면서 영화의 구조도, 사람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 지금은 제 노력과 능력에 비해 좀 빠르게 온 것 같다. 넘어질까봐 겁도 난다. 내 손짓 하나가 보는 사람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고, 감동을 줄 수도 있는 공간에서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겁이 많이 났다. 난 나 자신을 잘 안다. 그런 내가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배우는 박종환이다. 그가 가진 연기와 영화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멋있다. 영화 ‘얼굴들’에서 만난 박종환이 제게 이렇게 큰 사람이 될 줄 몰랐다. 내겐 그가 우상이다.”

윤종석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윤종석은 “내가 내 기사를 모아서 보면 ‘얘는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것 저것 많이 말했더라”고 웃음을 지었다. 고민 끝에 그는 “멀리서 떨어져서 보니 결국 ‘조금이라도 발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결론이었다. 조금이라도 매순간 발전하는, 진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발전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을 전했다. / yjh030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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