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토에 올인하는 親文, 왜?
더불어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친문 성향 당원들이 지난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혜경궁김씨 수사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말부터 광화문과 여의도 당사를 중심으로 시작된 이 촛불집회엔 매번 200여명 이상이 참석, 6.13 지방선거의 같은 당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비토’(거부)하고 있다.
이중 핵심 인사들이 운영하는 SNS 계정은 일찍부터 이 전 시장에 대한 의혹 제기와 비난의 장이 됐다. 이 전 시장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혜경궁김씨' 의혹은 물론, 광주 5.18 전야제 당시 술파티 논란과 이 전 시장의 조직폭력배 연루설, 일베(일간베스트) 사용 논란, 형수에 대한 욕설 녹음파일 문제제기 등도 모두 이들 계정에서 불이 붙었다. 광화문 집회를 독려하거나 '혜경궁김씨'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신문광고를 소개한 다수 글에는 백여개가 넘는 추천도 달렸다.
특히 이 전 시장이 경기지사 경선 승리 후 경쟁후보였던 전해철 의원에게 “우리는 원팀”이라며 선대위 참여를 독려한 것과 관련, 전 의원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절대 안된다”는 의견과 함께 “중앙당에 항의 서한을 보내자”는 글도 쏟아졌다. 최근에는 이 전 시장 관련 의혹을 모은 자료집과 친문 당원 8000여명의 ‘이재명 지지 거부’ 서명이 지도부에 전달되기도 했다. 일부는 남경필 자유한국당 후보에 투표하자는 독려 움직임도 일었다.
왜 친문 핵심 당원들은 이 전 시장을 강하게 비토하는 걸까?
①대선 후보 경선 ‘업보’?
민주당 관계자는 친문 당원들의 비토 집회와 관련 “(이 전 시장측의)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이 전 시장이 문재인 당시 후보와 각을 세운 것이 친문 비토의 계기가 됐고, 이번 경기지사 선거를 치르면서 친문 지지자들이 이 전 시장에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도 했다. 이 전 시장 측 관계자도 “대선 경선 과정의 ‘업보’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 “우리는 문 대통령에 대한 ‘경쟁’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에게는 ‘전쟁’을 치르고 난 뒤의 상처로 남아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②‘미래권력’에 대한 견제구?
당내에선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민주당 지지층이 상당 부분 분화할 것으로 보고있다. 이 전 시장이 당선되면 사실상 대권후보로 올라서게 되지만, 현재 상황으로 봤을 때 친문 핵심 당원들로부터 대선주자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전 시장도 강성 친문 당원들을 능가할 만큼의 지지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여당 지지층의 분화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 전 시장이 차기 주자로 몸집을 키울수록, 친문계의 견제는 강력해진다는 것이다.
③소수 당원들의 무조건 비판?
최근 당 지도부에 전달된 '이재명 비토' 자료집에 서명한 권리당원은 6724명, 일반당원은 1276명이다. 현재 민주당 당원(약 170만명)의 0.5%정도다. 대부분이 지난 2015년 문재인 당시 당 대표 재임 시절 입당한 온라인 권리당원들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들 중 일부에 대해 ‘문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모두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지지자’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SNS상에서 추미애 대표를 비롯해 표창원 의원, 최민희 전 의원 등 통상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들도 공격하는 글을 게재한다. 이 관계자는 “대선 때 문 대통령과 경쟁한 사람이 당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를 원치 않는 것 같다”며 “다만 수치로 따지면 소수인 걸로
파악된다"고 했다.
일단 이 전 시장 측은 “지지자와 비지지자 모두 각자의 의견이 있을 것이고, 우리에게는 모두 소중한 의견”이라며 “하루 아침에 달라질수 없기 때문에 우리 후보의 진정성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강경 비토 세력은 민주당 내 소수 그룹이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소수가 여론을 좌우하지 않고, 집단지성을 갖춘 유기체로서 일반 유권자들의 판단을 믿고 가지 않으면 우리는 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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