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에너지전환정책 성공의 조건

허성욱 2018. 5. 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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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 북미회담 등의 이슈에 다소 가려진 면이 있지만, 현 정부의 정책 중 국민들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정책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공사중단여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어젠다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임을 분명히 했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문제와 겹치면서 에너지정책은 이제 가장 중요한 환경정책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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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회담, 북미회담 등의 이슈에 다소 가려진 면이 있지만, 현 정부의 정책 중 국민들의 삶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정책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정책이다.

정부는 출범 직후 신고리원전 5ㆍ6호기 공사중단여부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통해 이번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 어젠다 중 하나가 에너지전환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에너지전환은 기후변화의 문제와 맞물려서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이고, 우리나라에만 특유하거나 진보 혹은 좌파의 정파적인 주장만으로 이해될 것은 아니다. 문제는 어떤 에너지 전환을 할 것인가이다.

첫째는 안전한 에너지전환이다.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문제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중들이 심각하게 인식하는 위험의 요소로 이미 자리잡게 되었다. 불확실성 하에서의 선택이라는 위험의 본질적 속성으로 인해 이 문제는 과학적 검증가능의 영역, 정답으로서 바람직한 정책목표 선택의 영역을 벗어난 면이 있다. 정부가 발표한 탈원전 로드맵의 지속적인 추진여부, 관련해서 산업정책으로서 원자력발전 수출 진흥정책과의 상호관계 등에 관해 보다 정치한 고민과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깨끗한 에너지전환이다.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의 문제와 겹치면서 에너지정책은 이제 가장 중요한 환경정책의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신기후체제에서 대한민국은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의 온실가스감축목표를 설정하고 그 이행을 위한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미세먼지문제 또한 더 강조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우선순위의 정책목표가 되었다.

문제는 탄소배출저감, 미세먼지문제 대응을 위한 석탄화력발전 비중의 축소가 원자력발전의 지속여부와 같은 안전한 에너지전환과 미묘한 상충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충관계는 에너지전환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은 없거나 미미하다는 정책목표와 함께 추진되는 경우 더욱 민감해진다. 발전원가가 가장 저렴한 기저발전으로서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줄인다면 결국 상대적으로 발전원가가 비싼 가스발전,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의 비중을 늘려갈 수밖에 없는데, 변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서 전력가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는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지금 비용으로 잡히지 않고 있는 원자력 사고의 비용, 원자력발전 이후 나오는 방사성폐기물 처리비용, 재생에너지 관련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발전원가의 하락 추세 및 속도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공정한 에너지전환이다. 과거의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서는 산업성장 동력으로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였다. 에너지정책의 구체적인 내용과 집행은 정부 주도 하에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졌고 그 과정에서 시민사회 참여의 여지는 상대적으로 매우 좁았다. 밀양 송전탑 사건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에너지 정책은 더 이상 지속가능성을 가지기 어렵게 되었다. 에너지 시설 입지 계획단계는 물론이고 에너지전환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구체적인 내용이 설계되는 시점부터 국민들의 참여와 숙의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에너지전환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의 구축이다.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에너지법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조정이 긴요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쟁점이 있겠으나 현재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기본법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있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규범적 위상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지, 그 속에 담긴 ‘녹색성장’의 개념을 어떻게 재해석하고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하고 일관성 있는 에너지전환정책의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다.

허성욱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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