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發 북미정상회담 재가동..제동 걸린 중국 역할론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8. 5. 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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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후' 의심 가시지 않은 채 북미 정상회담 다시 탄력.. 중국 역할 위축 가능성, 당분간 흐름 주시하며 반전 모색할 듯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청와대 제공)2018.5.2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에서 회담 재추진까지 최근의 드라마틱한 한반도 정세 변화 과정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처지에 있는 국가라면 중국이다. 취소 선언 계기가 된 북한의 태도 변화 배후에 중국이 있다는 의혹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협상 테이블이 북한과 미국, 그리고 한국을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배후설'이 완전히 가시지 않는 이상 중국이 북중 관계를 지렛대로 이전과 같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널 재가동한 남·북·미…'트럼프 경고'에 제동걸린 중국=27일 베이징 외교가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갑작스런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다시 협의하기 시작하면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감이 재차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촉박한 일정 등으로 6월12일 예정됐던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오보'로 일축하며 싱가포르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희망을 높였다. 26일 기습적으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판문점 2차 정상회담도 북미 정상회담 추진에 시동을 걸었던 '남북 채널'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북미 협의 궤도 복귀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당사자인 북한과 미국,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이 활발히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은 그동안의 적극적인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배후에 중국이 있을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북중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것이 결정타가 됐다. 중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미국은 물론 북한에도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들어 한국과 북한, 미국 주도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 국면으로 급속히 전환되자 '차이니 패싱' 우려를 지우기 위해 이례적으로 40여일 만에 두 번의 북중 정상회담을 갖는 등 북중 관계를 신속하게 복원시켰다. 이는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 북한의 혈맹이자 경제 의존도가 절대적인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는 '중국 역할론'이 부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정상 회담 후속으로 북한의 참관단이 중국을 방문해 10일 이상 체류하며 중국 경제를 둘러보기도 했다. 중국은 이후 '북한에 대한 체제 보장'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북한을 두둔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지만 전향적으로 협상에 임하던 북한이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북미간 사전 협상이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중국의 적극적인 행보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돌변의 배후로 '시진핑 배후설'을 직접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 시작 전 기자들에게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계적 해법' 지지 등에 대한 시 주석의 확답을 듣고 북한이 강경하게 돌변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다. 북미 회담을 계기로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 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려 했던 중국의 적극 행보가 일 자체를 그르친 '원흉'으로 물릴 위기에 처한 셈이다.




◇북한에도 부담…중국 역할 당분간 위축 가능성=이런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재추진되면서 중국이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 상태다. 무엇보다 북한 스스로가 미국의 의심스러운 시선을 자극할 수 있는 중국과의 밀착에 거리를 둘 필요성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6.12 북미 정사회담 성사 재거론 이후 몇 시간 만에 두번재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지며 중재자로 한국의 역할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도 중국의 입지를 줄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일정 단계를 지나면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이해관계국 중 하나인 중국의 역할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도 한반도 평화 정착의 긴 여정에서 체제 유지의 버팀목으로서 '중국 카드'를 쉽게 버리기 힘들다. 미국과 한국 등 다른 이해 당사자 입장에서도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 체제를 단단하게 구축하기 위해선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중국도 어떻게든 다시 한번 반전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북한 김정은 위원장 일가의 집사 격인 김창선 국무위원회 부장이 전날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평양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김 위원장의 3차 방중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아직은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뤄지더라도 이전 만남과 같은 '밀착 과시형' 회담이 되기는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정상회담 취소 선언 이후 판을 주도할 수 있는 미국의 영향력이 확인되고 있는 데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는 이상 중국의 부상이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공산이 크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이 배후설까지 제기한 상황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대화해결'이라는 원칙적인 언급을 하면서 당분간 흐름 변화를 주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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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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