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실태보고서] ⑤[르포] 쪽방촌 가봤더니.. 사람이 그리운 그들

강산 기자 2018. 5. 27.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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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지난해 노숙인과 노숙위기계층 1045명에게 2~6개월의 월세를 지원했다. 이 중 861명(82.4%)은 주거지원 종료 이후에도 거리로 다시 나오지 않고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생활비 등 지원제도를 마련했지만 서울역과 광화문, 시청역 일대는 여전히 많은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 거리노숙인은 1522명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따뜻한 잠자리를 거부하고 밖으로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머니S>는 이들과 관련해 정부와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직접 노숙인을 만났다. <편집자주>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강산 기자
◆사람 발길 없는 쪽방촌

삭막했다. 대화도 없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들에게 도움을 전하는 손길은 없었다. 지난 25일 오후 기자는 600여명의 노숙인이 거주하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을 찾았다. 수많은 호텔과 음식점이 있는 번화가 바로 옆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쪽방촌 골목을 들어서자 ‘쓸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쪽방촌 골목에서 10m만 걸으면 금은방·고깃집·술집·편의점·모텔 등 흔히 접할 수 있는 상점을 볼 수 있다. 총 800여가구가 거주한다는 돈의동 쪽방촌 골목은 사람이 많은 종로3가역 2번 출구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곳의 존재를 알지 못한 듯 보였다.

역 근처를 이동하던 A씨(35)는 ‘이 곳 옆에 쪽방촌이 있는 걸 아나’라는 기자의 물음에 “이 곳에 쪽방촌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B씨(40대 추정)는 “이 곳에는 노숙인이 많다. 쪽방촌이 있는 것은 몰랐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강산 기자
◆사람이 그리운 그들

기자가 골목을 들어서자 C씨(67)가 음료를 들고 있는 기자를 계속 쳐다봤다. '도움이 필요하나'라고 묻자 그는 "마실 것 좀 줄 수 있나"라고 말했다.

그에게 다가가 달걀과 음료수를 건넸다.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서 오랫동안 굶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 곳에서 2년간 거주했다는 C씨는 “가족에게 해가 되고 싶지 않아 이 곳에 살고 있다"며 "원래 보호시설에 있다가 기초생활수급비용과 주거급여를 받게 돼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쪽방촌의 월세는 어느 정도일까. C씨는 "월세는 20만~30만원 수준이다. 보증금이 500만원인 방도 있지만 대부분 보증금은 없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강산 기자
◆이들이 쪽방촌에 온 이유

지난해 기준 서울시 노숙인 지원 예산은 약 477억원이다. 예산에 비해 노숙인을 위한 주거 환경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서울시 자활지원과는 다시서기지원센터와 브릿지종합지원센터 2곳의 종합지원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옹달샘, 햇살 등의 노숙인 일시보호시설을 제외하면 대부분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자활시설이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0월 기준 노숙인 수는 1만1340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쪽방주민은 6192명으로 조사됐다. 노숙인의 54.6%가 쪽방촌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이 생활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단체생활과 규칙 때문(31.2%)이다. 21.1%는 ‘실내 공간이 답답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모습. /사진=강산 기자
올해로 89세가 됐다는 한 할머니는 기자의 사원증을 보더니 "기자야? 무슨 취재를 하러 왔어?"라고 물었다. 기자가 "어르신들의 목소리 좀 듣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더니 흥미를 보였다. 

할머니는 "자활시설에도 있어봤는데 쪽방촌이 가장 편하다"며 "내 방이 있어서 사람들도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는 "마실 거라도 마시고 가. 몸이 너무 아파서 직접 들기는 어렵네"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 곳에 처음 방문했지만 할머니는 사람이 그리운 듯 보였다. 준비한 간식을 나눠드리자 할머니는 "총각도 먹을 거 없을 텐데 고마워"라고 말했다. 작은 방에서 혼자 살지만 기자를 걱정하는 할머니의 태도에 코끝이 찡해졌다.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의 한 화장실 모습. /사진=강산 기자
◆어두운 방… 제대로 된 침낭 없어

쪽방촌 방 안으로 들어가봤다. 쪽방촌 10여곳의 방 대부분은 좁고 어두웠다. 특히 화장실은 스위치가 없어 더 어두웠다. 눈이 좋지 않은 어르신들이 생활하기에 힘들어 보였다.

더 가슴이 아팠던 것은 이불다운 이불이 없다는 점이다. 대부분 낡았거나 심하게 얼룩이 묻어 있는 상태였다. 서울시가 지난해 거리 노숙인에게 제공한 침낭이 1566개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침낭은 부족한 듯했다.

햇빛이 쨍쨍해 살짝 더위가 느껴지는 오후였지만 이들의 방은 쌀쌀했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 안에서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을지 느껴져 가슴이 답답했다.

2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골목 모습. 시민들이 많은 번화가지만 쪽방촌 골목은 텅 비어있다. /사진=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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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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