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그것이 알고 싶다' 측이 故 염호석 시신 탈취 사건을 조명했다.

26일 밤 방송된 SBS 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故 염호석 시신 탈취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14년 5월 17일 강릉의 한 해안도로에 승용차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 밭 일을 하러 가던 노부부는 움직임이 없는 낯선 차 안 운전석에서 숨진 채 누워 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숨진 남자는 34살의 염호석 씨였다. 염호석 씨의 곁에서는 번개탄과 4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 사건은 타살의 정황이 없어 단순 자살로 종결됐다. 고인의 시신은 5월 18일 서울의 한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하지만 담당 경찰은 단순 자살 사건을 4년이 지난 뒤에도 기억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당시 강릉지청 검사가 직접 염호석 씨의 죽음을 주목했다고. 염호석 씨의 시신을 최초로 안치 했던 장례식장 직원 역시 기억하고 있었다. 장례식장 직원은 "시신이 딴 데로 갈까 봐 엄청 많이 그랬었다. 없어질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고 했다. 당시 염호석 씨의 지인이 시신을 탈취 당할까봐 안치실 문을 지키고 있었단다.

염호석 씨의 친어머니는 아직도 아들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28년 전 남편의 폭행에 견디지 못해 이혼을 선택했더는 친어머니는 염호석 씨가 마음에 걸려 늘 먼발치에서 지켜봤다고. 행여 아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여전히 염호석 씨가 자랐던 옛날 집을 지키고 있는 친어머니다.

단순 자살 사건으로 보였던 염호석 씨 사망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염호석 씨의 장례식장에 경찰 수백 명이 들이 닥친 것. 경찰은 방패와 최루액으로 조문객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류하경 변호사는 "계속 물어봤다. 경찰한테 출동 사유를 밝히라고 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친아버지도 현장에 달려왔지만, 경찰은 조문객들을 한쪽으로 밀기만 했다. 뿐만 아니라 조문객을 향해 경찰은 캡사이신 최루액을 뿌리기 시작했다. 경찰의 목적은 운구차 한대가 빠져나갔을 때 드러났다. 안치실에 있어야 할 염호석 씨의 시신이 사라진 것.

시신을 가져가고 빈소를 옮긴 이는 염호석 씨의 친아버지였다. 염호석 씨의 동료는 지금도 친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자 답답해했다. 또한 염호석 씨의 친아버지 외에 염호석 씨 유골 행방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대체 염호석 씨의 친아버지는 경찰을 투입해서라도 아들의 시신을 옮겨야 했던 걸까. 운구차가 장례식장을 빠져 나간 것은 2014년 5월 18일 저녁 7시경이었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 일이 또 발생했다. 그날 서둘러 강남의 장례식장을 빠져나간 염호석 씨의 아버지. 부산 구서동의 한 장례식장에 염호석 씨의 장례식장을 차리겠다는 친아버지. 정작 서울에서 이송되는 시신이 있다는 곳은 아버지가 알려준 것과 꽤 거리가 있는 부산 금사동의 한 장례식장이었다.

마치 일부러 조문객을 따돌리려고 하듯 숨바꼭질 끝에 구서동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졌다는 것을 알게된 동료들. 분명 경남 양산의 한 공원 묘지에 염호석 씨를 안치하겠다고 했던 친아버지다. 석연치 않은 기분에 안치실에 찾아갔다는 동료 직원들. 하지만 영안실에는 시신이 없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시신 없이 빈소를 차리는 경우는 있었지만, 2014년 5월 18일 저녁 아버지가 운구차에 싣고 나간 염호석 씨의 시신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인근 화장장을 수소문 하기 시작했다는 염호석 씨의 친어머니와 동료들. 그의 화장이 진행된 것은 2014년 5월 20일 밀양에 위치한 한 화장장이었다. 어쩐 일인지 아버지 염 씨만이 출입이 허락된 분골실, 이 곳을 경찰이 통제하고 있었다. 경찰은 350명의 인력을 화장장에 투입, 어머니 쪽 식구들을 분골실에서 먼 쪽으로 몰았다. 아버지 염 씨는 그때 분골실 뒤로 향했다. 너무도 순조롭게 현장을 빠져나온 염호석 씨의 아버지는 유골을 들고 있었다. 일사 분란한 지휘 하에 아버지는 태연하게 화장장을 나섰고, 이를 경찰이 호위했다. 그게 염호석 씨의 마지막이었다.

삼성전자 양산 서비스 센터에서 수리 기사로 일했던 염호석 씨는 "가족이 아닌 동료들에게 장례를 맡긴다"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했다. 유서에 따라 동료들에게 장례 절차를 위임하려 했던 염호석 씨의 친어머니. 아버지 염 씨 역시 염호석 씨의 동료들에게 장례를 맡기겠다며 위임장을 쓴 상황이었다.

장례 첫날 상주 완장을 몇차례나 떼고 어딘가 다녀왔던 염호석 씨의 친아버지는 돌연 마음을 바꿨다. 당시 염호석 씨의 아버지는 "나는 자식을 잃었고, '고깃값'이라도 받아야겠다"고 했다는 것. 염호석 씨의 동료들에게 돈도 요구 했단다. 아버지 염 씨가 만났던 사람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당시 상황을 기록했던 윤종선 씨는 수상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했다. 사건 당일 고인의 장례식장에 있던 운구차에는 수상한 쪽지 하나가 발견된 것. 직책만 적혀 있는 네 개의 연락처였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쪽지에 적혀진 번호 중 하나로 연락을 취했다. 해당 연락처의 주인은 상조회사 서부장으로 "왜 제 번호가 적혀있는지 모르겠다. 삼성 관련된 비투비 장례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염호석 씨의 직장 선배인 양 부장 역시 쪽지에 남겨진 연락처 중 하나의 주인이었다. 이에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양 부장을 찾아갔다. 양 부장은 당시 있었던 일을 말해달라는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종선 씨는 쪽지에 삼성 전자 서비스 본사 직원 연락처가 적혀있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본사에서 협력사 수리 기사의 죽음에 주목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

장례 운구 전무 업체 정 사장 역시 쪽지에 적힌 연락처 중 하나의 주인이었다. 정 사장은 상조회사의 서부장이 염호석 씨의 장례에 대해 모를리가 없다고 했다. 양팀장의 연락처가 정사장에게는 '상조위 부산 팀장'이라고 저장돼 있었다. 분명 염호석 씨의 장례에 연관 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부장과 양팀장은 시치미를 뗐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