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정상회담, 3시간 뒤 공표·하루 뒤 결과 설명하는 이유

2018. 5. 2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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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최 사실 3시간 뒤 공표 왜?
미국쪽에 알려줄 시간 필요했을 듯

문 대통령 27일 회담결과 발표
문 대통령, 발표 전 트럼프와 통화하고
그 뒤 김정은 위원장과 '핫라인' 가능성

[한겨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판문점 통일각 2차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을 넘어 남·북·미 3국 정상 차원의 ‘3각 직접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예고없이 전격적으로 이뤄진 ‘원포인트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목적이 좌초 위기에 빠진 북-미 정상회담을 다시 살려내는 데 있다는 점과 연결돼 있다.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선 공개된 정보가 아직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하지만 그 ‘극히 제한된 공개 정보’에서 꽤 많은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이름으로 공개된 정보는 몇가지 안 된다. ① 회담 시간과 장소 = 26일 오후 3~5시 판문점 통일각 ② 논의 내용 = 4·27 판문점 선언 이행과 북-미 정상회담 성공적 개최를 위한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 ③ 결과 발표 = 27일 오전 10시 문재인 대통령. 이 세가지 내용을 담은 세 문장이 발표의 전부다.

청와대는 이 내용을 26일 오후 7시54분께 페이스북에 올렸다. 기자회견 등 별도의 발표 행사는 없었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아무리 전격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지만, 정상회담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관행은 물론 앞서 세 차례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도 다르다.

두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회담의 핵심 의제, 그리고 시간의 흐름.

회담은 26일 오후 3~5시 사이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회담은 예고되지 않았고, 개최 사실 공표도 회담이 끝나고 나서 3시간 가까이 흐른 저녁 7시54분에야 이뤄졌다. 이는 ‘통일각 2차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를 목적으로 전격 성사됐음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한테 사전 고지 없이 진행된 점과 무관하지 않다.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시각은 한국보다 13시간이 늦다. 한국의 26일 오후 3~5시는 워싱턴의 새벽 2~4시다.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미 행정부 고위인사들이 다들 침대에 있을 시간이다. 사정을 아는 소식통은 “미국 쪽에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과 개략적인 논의 내용 등 필요한 정보를 최소한이라도 알려주는 데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공표하기 전에 미국 쪽에 관련 정보를 통보해야 해 세시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앞서 백두산 그림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렇다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왜 즉각 발표되지 않고, 27일 오전 10시로 늦춰졌을까? 일부 언론에선 남북 사이 발표문 조율의 필요성을 거론하지만, 번짓수가 맞지 않는 거 같다. 이번 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에 핵심 목적이 있다. 더구나 윤영찬 수석이 밝힌 내용을 보면 “양쪽 합의에 따라 회담 결과는 내일 오전 10시 문 대통령께서 직접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빠지고 문재인 대통령이 단독으로 발표한다는 매우 이례적인 발표 형식은 이미 정해졌는데, 발표 내용 조율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상식적이지 않다.

이 또한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라는 회담의 핵심 목적, 한반도와 워싱턴의 시차를 고려해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6일 2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미 정상의 사전 협의 없이, 남북 정상의 결단으로 즉각적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2시간 동안 대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주제는 ‘북-미 정상회담 살리기’다. 문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회담 결과의 외부 공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충분한 교감을 통해 공감의 폭을 넓히는 게 관건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진행은 커녕 회담 개최조차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한 당사자가 트럼프 대통령이니 취소를 다시 취소할 수 있는 사람도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 위원장은 25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시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7일 오전 10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정을 아는 소식통은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시점이 27일 오전 10시로 미뤄진 것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를 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 과정에서 2차 정상회담 때 직접 확인한 김 위원장의 ‘비핵화’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전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번복하게 하거나, 최소한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에 필요한 정상 차원의 정치적 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 전개에 따라선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협의 뒤 김 위원장과 직통전화(핫라인)로 추가 대화를 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요컨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문 대통령이 ‘길잡이’ 노릇, 달리 말하면 ‘적극적 중재자’ 구실을 할 시간이 필요해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발표 시각이 27일 오전 10시로 미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요컨대 문 대통령이 27일 오전 10시 발표하기로 예고된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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