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미회담 취소편지'에 담긴 '거래의 기술'

박승희 기자 입력 2018. 5. 26. 18:02 수정 2018. 5. 26.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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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저술 자서전에 꼽은 11가지 '협상 기술'
"외교 기술 마스터하려면 '거래의 기술' 넘어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작가 토니 슈왈츠가 공동 집필한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 (출처:유튜브)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스스로 협상의 달인이라고 자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본인이 40세 때 저술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내용을 그대로 북미 정상회담 협상에 옮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의 기술'은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 투자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바탕이 됐던 자신 특유의 협상 기술을 담은 책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강조했던 협상 전략을 정작 대북 협상에서는 적용하지 못해 난맥상을 보인다고 지적했지만, 근래 상황을 보면 다시 스스로의 협상 전략을 적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24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하는 서한 말미에 '마음이 바뀐다면 전화나 문자를 달라'며 일말의 여지를 남겨둔 데 집중, 그가 자신의 협상 전략을 직접 실행한 것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언급했던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흥정 테이블을 떠나야 한다'는 협상 전술을 직접 구사했을 수 있다는 것. 취소 발표를 하면서도 여지를 남겨뒀던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회담 재개 가능성을 짙게 내비쳤다.

'거래의 기술'에는 Δ크게 생각하라 Δ항상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Δ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Δ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Δ지렛대를 사용하라 Δ언론을 이용하라 Δ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Δ희망은 크게, 비용은 적당히 등 총 11가지 원칙이 담겼다.

너무 쉽게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해 지렛대를 잃었다는 비판을 들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신의 협상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해 북미 정상회담 취소 카드를 내놨다는 시각도 나온다.

◇크게 생각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사람들이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성사 시킨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규모를 축소해서 본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통 크게' 수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와 재선을 앞두고 있어 활로를 찾아야 했다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정'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을 논할 수 있게 됐다는 평도 함께 나왔다.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라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급작스럽게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최악을 예상할 경우 일이 닥치더라도 견딜 수 있다"고 전했다.

자신에게 '노벨상 업적'이 될 수도 있을 정상회담을 취소하며 '최악'일 수 있는 한 수를 뒀다.

◇신념을 위해 저항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저서에서 해당 전략을 언급하며 손해가 두려워서 싸우지 않는다면 상대방이 자신을 얕잡아 본다고 전했다.

회담 수락 초반부터 '실익을 얻지 못했다'는 미 언론의 비판을 받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취소 발표를 시작으로 북한과의 본격적인 기싸움을 시작했다는 풀이다.

◇지렛대를 사용하라

트럼프 대통령은 풍계리 폭파 직후라는 절묘한 타이밍에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는데, 이는 '지렛대를 사용하라'는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의 강력한 협상 카드였던 '핵 능력'이 실험장 폐기로 일부 상실된 상태에서 회담 취소를 발표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상황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했다는 해석이다.

◇언론을 이용하라

발표 타이밍에는 대담하고 논쟁거리가 되는 방식으로 '언론을 이용하라'는 전략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비핵화의 첫걸음을 뗐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 낸 풍계리 핵 실험장 폭파 직후, 오히려 취소를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언론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자서전에서는 언론을 이용할 때 허세와 과장을 일부 섞는 것을 추천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능력보다 미국의 것이 더욱 거대하고 강력하고 때문에 신께 이를 사용하지 않길 기도할 정도"라며 군사 옵션까지 거론했다.

'핵 능력' 언급 또한 언론의 집중을 받았다.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

이번 결정은 제일 좋은 입지의 땅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과도한 투자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지보다 전략에 주력하라'는 자서전 내용이 배경이 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냈다'는 엄청난 과실을 바라고는 있지만, 과실에 눈이 멀어 실익없이 과도한 양보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자서전에는 "좋은 곳의 땅에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쫄딱 망할 수 있다"며 상대방이 요구한 조건보다 훨씬 싼 값으로,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서 계약해야 만족스러운 결과라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북한에 '많은 것을 양보하고' '끌려가는' 모습으로 비쳤던 미국의 이미지를 타파하고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란 풀이다.

◇사업을 재미있는 게임으로 만들어라 트럼프 대통령은 "돈은 큰 자극이 되지 않는다. 성공의 수단일 뿐, 진정한 재미는 게임을 한다는 사실"이라고 자서전에 밝혔다.

'협상 자체를 즐긴다는' 트럼프는 북한과의 기싸움을 통해 미국에 더 나은 이익을 얻기 위한 의도로 이번 회담 취소를 감행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합의는 비핵화와 서로의 경제적 이익과 관련한 수년간 이어질 과정 중 시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공은 북한과 완전히 새로운 관계를 구축하면서 중국과 일본, 한국과 관계를 강화하는 것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관계의 기술'을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기술'을 넘어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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