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친회 서적 팔아달라"..전화 한 통에 언론사 사회부장도 속았다

배민영 입력 2018. 5. 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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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회부장 A씨는 지난해 10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언론사 사회부장을 속일 정도로 치밀한 범행을 구상한 건 서적 판매상 유모(63)씨와 박모(66)씨 등 일당 6명.

변 판사는 범행을 주도한 유씨에 대해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점,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사회 신뢰에 악영향을 미쳐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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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회부장 A씨는 지난해 10월 낯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수화기 너머 상대방은 자신을 A씨 종친회 관계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종친회에서 집안의 유래와 중요인물 등을 소개한 ‘유적보감’을 편찬했다”면서 “자식들 뿌리 교육을 하는 데 필요한 책자이고 종친회에도 도움이 되니 받아보시라”고 구입을 권유했다.

A씨는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그 자리에서 구입 의사를 밝혔다. 상대방이 불러주는 계좌로 20만원도 입금했다. 하지만 며칠 후 배송돼 온 서적 ‘A씨 유적보감’ 상·하권과 ‘한국인의 예절, 족보이야기’가 담고 있는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알고보니 배송된 서적 모두 출판 등록은커녕 저자가 누군지도 확인할 수 없는 정체불명의 출판물이었다.

강산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직접 사건·사고를 취재하며 사회 현상을 파악하는 데 잔뼈가 굵다고 자부하던 A씨는 정작 자신이 사기 범죄 피해자가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언론사 사회부장을 속일 정도로 치밀한 범행을 구상한 건 서적 판매상 유모(63)씨와 박모(66)씨 등 일당 6명. 일당은 2014년 9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빌딩 2곳에 각각 ‘종사편찬위원회’와 ‘한국문중역사편찬위원회’라는 그럴싸한 문패를 단 사무실을 각각 차렸다.

이어 서울 영등포구와 경기도 부천시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 총 7곳의 사무실을 차린 뒤 각각 ‘경일지사’와 ‘부천지사’, ‘해광팀’ 등으로 부르며 조직적 운영체계를 갖췄다. 아울러 일당은 각 사무실에 10명 내외 텔레마케터를 고용함으로써 범행에 필요한 인적·물적 기반을 모두 갖췄다.

일당의 범행에 결정적으로 활용된 도구는 지인을 통해 수집한 동창회 명부 등 각종 연락망이었다. 이들은 연락망에 기재된 연락처로 전화를 건 뒤 각 피해자 성씨 종친회를 사칭해 A씨를 속였던 것과 같은 수법으로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만5304명을 꿰어내 적게는 18억9500여만원에서 많게는 44억6249만원을 각각 받아 챙겼다. 일당이 받아 챙긴 돈은 도합 183억2140여만원에 달한다. 피해자 가운데는 의사와 교직원 등 다양한 직업 종사자가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변성환 부장판사는 26일 사기 및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박씨 등 5명에겐 징역 8월∼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변 판사는 범행을 주도한 유씨에 대해 “범행 수법이 치밀하고 계획적인 점, 불특정 다수인을 상대로 한 범행으로 사회 신뢰에 악영향을 미쳐 죄질이 좋지 않은 점을 종합하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또 공범들에 대해선 “범행 수법과 죄질이 좋지 않지만 실제 취득한 이익 액수,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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