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서 발견된 시신..'사고'일까 '사건'일까?"

이관주 입력 2018. 5. 2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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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월○일.

서울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잡기 위해 한발 더 나갔다.

경찰청 주최로 24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린 '과학수사 토크콘서트'에서는 경찰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요원 4명이 참석해 생생한 과학수사 현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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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 토크콘서트 개최..현장감식·검시·프로파일링 '과학수사'를 엿보다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2018년 ○월○일. 서울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거실과 주방, 작은 방이 하나 있는 집이었다. 출입문이 잠겨 있어 출동한 소방은 문을 강제로 개방해 내부에 진입했다. 거실과 주방 사이에는 한 여성이 숨진 채 쓰러져 있었다. 불길이 진압되고 현장은 경찰에 인계됐다.

경찰 과학수사 요원은 먼저 검시에 들어갔다. 화재로 인해 사망했을 경우는 대부분 연기흡입이 원인이 된다. 이 때 나타나는 증상은 코 안에 검은 '매'가 협착된다. 하지만 이러한 매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끔찍하게도 한쪽 귀가 절단돼 있었고, 목에는 매끈한 절단면이 있었다. 이를 토대로 검시관은 '화재로 숨진 것이 아니다. 살인을 감추기 위해 불을 지른 것 같다'는 소견을 냈다. 시신에 대한 부검도 의뢰했다.

한쪽에서는 화재 감식에 돌입했다. 거실은 연소됐지만, 방과 주방에는 불길이 크게 미치지 않았다. 조심스레 현장을 원래 있던 대로 복원하면서 타지 않은 부분의 '기울어진 경계'를 발견했다. 불길의 진행방향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다. 이를 토대로 작은 방에서 거실 방향,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불길과 연기가 지나갔음이 확인됐다. 발화 지점은 작은 방으로 좁혀졌다. 작은 방의 전선과 피복을 확인했더니 전기적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위적 착화를 통해 불이 났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과학수사 차량.


현장감식반은 또 다른 단서를 발견했다. 작은 방의 창문이 깨져 있었고, 외부 벽에는 신발 족적(발자국)과 장갑의 흔적이 발견됐다. 주방에서는 접시와 전자레인지가 떨어져 있었다. 화재의 충격이라 보기 어려운 모습들. 여러 상황을 종합한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은 "외부에서 창문을 깨고 들어온 범인이 주방에서 집주인과 충돌했고, 흉기를 이용해 살해한 다음 증거를 인멸하고자 방화를 저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의 과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 당시를 재구성해낸 것이다.

프로파일러는 범인을 잡기 위해 한발 더 나갔다. 사건 발생 지역에서는 3건의 연쇄 살인이 일어났다. 모두 여성을 대상으로 했고, 귀를 잘라갔다. 그런데 그간 노상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침입이 이뤄졌다. 범인이 더욱 충동적으로 변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신속히 용의자를 특정해 체포하는 일만 남았다.

24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린 '과학수사 토크콘서트'에서 경찰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교수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과학수사 요원들이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사진=이관주 기자)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겠지만, 실제 범인은 없다. 이 사건은 경찰 과학수사 요원들이 '과학수사'를 알기 쉽게 설명하고자 만든 '가상'의 사건이니 말이다. 경찰청 주최로 24일 서울 용산구 경찰청인권센터에서 열린 '과학수사 토크콘서트'에서는 경찰 1호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교수와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요원 4명이 참석해 생생한 과학수사 현장을 전했다.

이날 행사는 경찰 지망생을 비롯해 일반 시민과 학생 등으로 좌석이 꽉 찰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권 교수는 "과학수사는 퍼즐과 같다.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협업과 경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라며 "억울한 죽음이 없도록, 사람을 보는 것이 과학수사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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