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먹어도 예쁜 접시에 담아서"..급성장하는 홈퍼니싱族

심나영 입력 2018. 5. 26.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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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맞벌이 가정 늘고, 소득수준 높아질수록 집 꾸미기에 투자
백화점, 가전·가구·주방용품 등 생활용품 두자릿수 매출 상승
온라인몰은 그림, 마트에선 수입그릇 열풍…안마의자 구입도 늘어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1인 가구와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밥은 안 해도 집은 꾸미는' 홈퍼니싱(Home Furnishing)족들이 늘고 있다. 과거 먹고 입는 소비 중심에서 개인의 삶의 질을 올리는데 중점을 둔 소비가 늘어남에 따라 주거 공간을 꾸미는데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 홈퍼니싱이란 집을 뜻하는 홈(Home)과 꾸민다는 가구나 비품을 뜻하는 퍼니싱(Furnishing)을 합친 말로, 소형가구와 조명, 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워킹맘(37) 이은지씨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그녀는 끼니는 주로 외식 이나 간편식으로 해결하지만, 집은 직접 꾸민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소파 쿠션과 커튼, 식탁보를 바꿔 달고 침실 분위기를 바꾼다. 화분을 사고, 예쁜 식기를 챙기는 게 그녀의 소소한 즐거움이다. 큰 가구는 때마다 새로 들이진 못하지만 비교적 가격이 디자인 수납장 정도는 구입한다. 이씨는 "40평 남짓한 공간은 나와 가족들이 편안하게 시간을 보내야 하는 안식처인 만큼 집 꾸미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진입을 코앞에 두고 이 씨처럼 집 꾸미기에 투자하는 이들이 늘며 유통업계 관련 매출도 껑충 뛰고 있다. 일본의 경우 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1992년부터 10여 년간 인테리어 산업이 두 자릿수로 성장했다. 한국도 올해 3만불 시대 진입이 예상되는 만큼 홈퍼니싱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6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생활부문(가전·가구·주방)의 매출 신장률은 매해 두자릿 수 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전년 대비 2016년엔 13.0%, 2017년 22.9% 올랐다. 올해 5월 20일까진 지난해 동기 대비 17.2% 성장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집에 돈을 들이는 홈 퍼니싱의 개념을 넓게 보면 가전까지 포함되는데, '예쁜 집' 뿐 아니라 '건강한 집'을 꾸미기 위한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공기청정기, 빨래 건조기, 무선 청소기까지 선택 가전들이 필수 가전이 되면서 많이 구매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같은 기간, 가전제품 매출 신장률이 23.3%, 33.1%, 25.1%씩 성장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들의 리빙페어도 단순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콘셉트까지 내세우고 있다. 올해 3월 신세계백화점 영국 대사관과 손잡고 '작은영국'을 주제로 리빙페어를 진행했다. 영국풍 라이프 스타일로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어 하는 고객들의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영국 유명 식품·생활 브랜드를 대거 참여하도록 해 리빙페어도 특화시킨 것이다.

온라인몰 역시 홈퍼니싱 바람이 불고 있다. 이진영 G마켓 리빙레저 실장은 “가족들은 물론 1인 가구들까지 최근 소파 커버나 띠 벽지, 그림 등 소품을 활용해 가격 부담 없이 인테리어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을 즐기는 추세”라며 “최근에는 집안에서 자연의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소품들이 인기인데 특히 여름을 앞두고 청량감을 줄 수 있는 라탄, 린넨 소재의 제품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G마켓이 최근 한달간(4월21일~5월20일)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홈퍼니싱 관련 매출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매출이 신장한 제품 중 하나는 팝아트 갤러리(그림)이다. 매출 신장율이 291% 뛰었다. 띠 벽지도 224%, 페인트 시공은 198% , 패브릭·캔버스(그림)도 182% 성장했다.

대형마트에선 수입 명품 식기 판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근사한 한 끼 식사를 위한다는 측면에선 음식을 담아내는 식기가 중요하기 때문. 수입 명푼 식기는 백화점에서 사지 않고 보기만 하는 '눈팅'의 대명사였지만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낮춰 판매하면서 중년 주부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이마트에선 포트메리온ㆍ빌레로이앤보흐ㆍ덴비 등 '브랜드 식기(32%)'가 지난해 처음으로 대형마트 식기 최강자인 '코렐(23%)'을 앞질렀다.

롯데마트 역시 2016년 연간 브랜드 식기 매출은 전년 대비 49% 늘었고, 지난해에는 16.7% 증가했다. 올해 1~4월까지 매출은 전년보다 9.6% 신장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최금희(59)씨 "요즘엔 마트에 장 보러 들를 때마다 주방코너에 들러 찜 해놨던 명품 식기를 하나씩 사 모으는 재미가 쏠쏠하다"며 "지난 30여년간 코렐 말고 다른 그릇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백화점에서만 보던 포트메리온를 필요한 사이즈로만 낱개로 구매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조금은 '사치스러운 휴식'을 위해서 집안에 안마의자를 마련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5월 20일 사이 안마의자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 늘어났다. 안마의자 전문생산업체 바디프랜드 고객 가운데 30대와 40대의 비중은 63%를 차지한다. 3040세대가 중심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어벤져스’ 캐릭터인 스파이더맨과 캡틴아메리카 디자인을 적용한 안마의자까지 등장했다. 1인 가구가 증가에 따라 업체들은 일반 안마의자보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소형 모델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세먼지, 워라벨과 같은 환경적, 사회적 요인들로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집에 투자하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작은 소품 하나부터 비싼 가전까지 홈퍼니싱의 영역도 점점 넓어지며 관련 산업도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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