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고용쇼크' 현실화..일자리가 메마르고 있다

김현주 입력 2018. 5. 26.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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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고용여건이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간 증가세를 유지했던 제조업 취업자마저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고용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민들의 소득을 끌어올려 소비를 늘리고, 그 결과로 생산을 촉진하는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등이 이런 정책들입니다. 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진 못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새로운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항변해 왔습니다.

다만 취임 후 1년 넘게 추진해온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면, 최저임금제 등 관련 정책 전반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정부 쪽에서도 경기 진단과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변화의 조짐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경제부처가 정확한 진단을 해보고, 기존 정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며 처방과 치료가 늦으면 돌이키기가 어렵고, 그 고통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올해 2∼4월 취업자 증가폭이 15세 이상 인구 증가 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으로 생산가능연령층 증가가 둔화하고 있지만, 일자리 상황은 그보다도 더 악화했다는 뜻이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취업자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올해 4월 12만3000명, 3월 11만2000명, 2월 10만4000명 각각 증가했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대를 유지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2008년 8월∼2010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이른바 '고용쇼크'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다만 저출산으로 인구증가 속도가 감소하면서 취업자 증가폭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5년까지만 해도 매달 40만명 이상 증가하던 15세 이상 인구는 2016∼2017년 매달 30만명대로 감소했다. 올해는 1∼4월 연속 20만명대로 떨어졌다.

일자리 시장에 새로 공급되는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취업자 증가폭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3개월 연속 취업자 증가폭 10만명대 유지…'고용쇼크' 어쩌나

이러한 의견을 십분 고려해도 올 1분기 취업자 증가폭 둔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취업자가 11만2000명 늘었던 3월에 15세 이상 인구는 25만4000명 증가했다. 이에 따른 15세 이상 인구 증가폭 대비 취업자 증가 수의 비율은 44.1%였다.

2월에는 37.8%로 더 낮았다. 인구가 27만5000명 늘었는데 취업자 증가폭은 10만4000명에 그쳤다.

이런 통계는 37.2%(인구 41만5000명, 취업자 25만4000명↑)를 기록한 2016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발표된 4월 고용동향을 봐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인구가 25만1000명 늘어나는 동안 취업자 증가는 12만3000명에 그쳐 비율은 49.0%였다.

이 비율은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를 기록했던 작년과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인구 증가보다 취업자 증가가 많았던 달(비율 100% 이상)은 지난해 △2월(104.9%) △3월(136.2%) △4월(125.4%) △5월(114.5%) △9월(101.6%) 등 5개월에 달했다. 작년 평균은 97.0%였다.

올해 양상은 GDP 성장률이 3%를 넘지 못했던 2015년(2.8%), 2016년(2.8%)과 비슷할 조짐이다.

이 두 해 동안 비율이 100%를 넘었던 달은 2015년 12월(100.7%) 단 한 차례뿐이다. 평균값은 2016년 63.6%, 2015년 63.2%였다.

통계청은 "올해 1분기까지 흐름을 보면 인구증가 둔화를 넘어서는 일자리 수 증가 둔화가 있었다"며 "다만 작년 2∼4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커 기저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향후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이은 경기 불황, 청년층 창업 열기 식어

최근 업황 부진으로 청년층의 창업 열기가 식어 소규모 도·소매업체의 취업자 수가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 금융포커스에 게재된 '소규모 사업체 취업자 고용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 1분기 소규모 사업체 취업자 수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만3000명 감소했다.

소규모 사업체는 종사자 수가 1∼4인 규모인 업체를 뜻한다.

업종별로는 도·소매업 취업자 수가 8만6000명 감소, 전체 소규모 사업체 취업자 감소세를 주도했다.

소규모 도·소매업체 취업자 수는 2016년 상반기에도 많이 줄었지만, 올해 1분기와는 양상이 다소 달랐다.

당시에는 전 연령대에 걸쳐 전반적으로 줄어도 30대는 증가했지만 올해는 30대 감소 비중이 컸다.

교육수준별로 초졸 이하와 고졸 취업자 수가 줄었던 2년 전과는 달리 2∼3년제와 4년제 대졸자 취업자 수가 급감했다.

이는 임금 부담으로 임시·일용 근로자가 해고됐다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청년층 창업이 둔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소매업 업황이 부진해 30대 젊은 창업자들이 업계로 진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은 "소규모 사업체 고용 개선을 위해 창업 후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창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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