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서울시장 왜 나왔냐고? 한국당 박물관 보내려고"

김성욱 입력 2018. 5. 25. 22: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 ②] "'레이버 시티' 서울 원해..4대문 내 교통통제로 미세먼지 막겠다"

[오마이뉴스 김성욱 기자]

# 장면 1.
5월 4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단식 이틀째. 국회 농성장 바로 앞에서 열린 정의당 '갑질과의 전쟁' 발대식 현장.

"마지막으로 저기, 저 정치권 갑질의 대명사 자유한국당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색깔론과 기득권의 마지막 피난처인 자유한국당을 이제는 끝장내야 합니다! 이번 지방선거는 자유한국당을 몰락시키고, 60년 정치 갑질의 시대를 끝장내는 선거입니다! 끝내자 자유한국당!"

# 장면 2.

정의당 김종민 서울시장 후보(가운데)와 당원들이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인 18일 오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자택앞에서 5대 범죄(시민군 최종진압 결정, 계엄군 집단 성폭력, 북한군 투입설 조작, 헬기사격 지시, 고 조비오 신부 명예훼손)와 관련 구속처벌을 촉구했다. ⓒ권우성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 38주기. 서울 연희동 전두환씨 집 앞.

"저도 전두환씨처럼 여기 서서 골목성명을 발표하겠습니다. 국가의 헌정질서를 문란케 한 범죄자이자 과거를 부정하며 거짓말을 일삼는 전두환씨!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순리가 아니겠습니까! 학살자 전두환을 구속 처벌하라!"

외침의 주인공은 모두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였다. <오마이뉴스>가 김 후보를 21일 만났다. 자신을 "서울시민들과 가장 닮은 후보"라고 소개한 그는 "한반도 문제 등 중앙 이슈가 너무 많아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 정의당 같은 작은 정당에겐 더 불리하다"며 답답해했다.

인터뷰는 서울시청 내부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김 후보가 숨을 몰아 쉬며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 선거 운동이 힘들진 않나.
"일정이 빡빡하지만 체력적으로는 문제 없다(웃음). 그것보다 이번 선거에 사람들이 큰 관심이 없는 게 더 힘들다. 관심이 좀 생겨야 저희 같은 작은 정당도 얘기할 데가 생기는 건데, 불운하달까. 오늘도 국회가 홍문종·염동열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니 언론의 관심도 완전히 그쪽에만 가더라. 방금도 김조광수-김승환 커플, 녹색당 신지예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시부터 '동반자 관계증명 조례'를 만들자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온 길인데 다 묻히고... 나름대론 착실히 준비해서 한 건데 아쉽다(웃음)."

답답함 때문인지 김 후보는 말이 빨랐다. 셔츠를 걷어붙인 그는 1시간 30분 동안 서울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쏟아냈다. 그는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눠서 답변하길 즐겼다. 손을 크게 저어가며 설명하는 버릇도 있었다. 세입자 권리 운동에 앞장서온 이력 때문인지 "서울은 세입자들을 위한 도시가 돼야 한다"고 말할 때 눈이 가장 번뜩였다. 미세먼지 대책으로 "4대문 안의 일반차량을 통제하자"는 도발적인 제안을 하며 "반발도 크겠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다"고 자신할 땐 도전자의 패기도 엿보이기도 했다.

"20년 가는 '서울 플랜' 만들겠다...한국당 같은 적폐 정당 그만 사라져야"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서울시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욱
- 그렇게 어려운 선거에 나온 이유는 뭔가.
"첫째는 정의당이 이젠 '서울 플랜(Plan)'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을 통해 '노동이 당당한 나라',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이름으로 나라 전체에 대한 플랜을 내놨다. 진보 정당으로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젠 서울 플랜이다."

김 후보는 지난 대선 때 심상정 당시 정의당 후보 캠프의 서울선대위원장을 맡았다.

"영국 런던에서 노동당의 켄 리빙스톤(Ken Livingstone)이라는 아주 센 좌파가 런던 시장으로 집권한 적이 있다. 리빙스톤이 당선되자마자 한 것이 런던 플랜이었다. 런던을 어떻게 진보적으로 꾸밀지에 대한 계획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도시 각 분야의 주요 전문가들과 정치인은 물론, 런던 시민들이 함께 구성하는 '대런던 시민위원회'를 만들어 도시의 중장기 전략을 짜고 그걸 의회가 승인하는 방식의 틀을 만든 것이 요지였다. 도시 계획의 고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하루 아침에 손바닥 뒤집듯 엎어진다는 것이다. 서울도 10년, 20년 후를 내다보는 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봤다. 서울 플랜도 충분히 가능하다.

두번째는 한국 사회에 자유한국당 같은 적폐 정당이 사라져야 한다는 오랜 생각 때문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정도 되는 정당들끼리 정책적으로 경쟁하고, 정치적으로 싸우는 단계가 돼야 시민들의 삶이 훨씬 더 편하고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물론 시민들은 민주당에게 지지를 보냄으로써 한국당을 심판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한국당은 아마 영원히 2등으로 남을 거다. 우리 정치에서 2등으로 남는다는 것은 기득권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참패해도 2등이라면 그 2등은 언젠가 부활하고 정권을 되찾는다. 제1야당을 교체하겠다는 정의당의 주장이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정당 지지율만큼은 정의당이 한국당을 이기는 드라마도 가능하지 않을까. 적폐 정당으로서의 한국당이 남아있는 한 서울의 개혁과 대한민국의 개혁은 너무 더뎌 보인다.

세번째는, 박원순 서울의 변화다. 박 시장이 지난 7년간 잘 하셨다. 굉장히 잘하셨다. 박수 쳐드릴 일이 너무 많다. 그러나 정체시키거나 후진 기어를 넣은 것들도 있었다. 정체된 것은 전월세나 세입자 문제가 특히 그랬다. 진보정당의 주장으로 해결할 여지들이 많다고 본다.

확실한 백(back) 기어도 두 가지는 된다. 하나는 인권이다. 기독교 신자들의 눈치를 보며 서울시 인권헌장을 폐기(2014년)한 것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과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결정이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선 진보 정당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분명하게 정책 대결하겠다. 두번째 백 기어는 한강으로 표현되는 생태 사업이다. 박 시장은 신곡 수중보를 열어 한강을 재자연화하겠다고 했는데 7년째 공약을 안 지키고 있다. 박 시장의 재자연화는 그냥 보도블럭을 좀 더 세우는 거고, 공원 만들기 정도인 건지 묻고 싶다. 그건 오세훈 전 시장이 했던 한강 르네상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 시장이 한강과 관련해선 개발론자의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도 든다."

- 마지막에 언급한 한강 수중보와 관련해 박 시장은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철거 반대론에 대해 철거해야 한다는 쪽의 논지가 불충분하다. 보를 철거할 경우 수위가 낮아지고 한강 본류나 지천의 생태계에 줄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생각이 변한 게 아니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관련 기사 : "지방선거 경쟁 상대는 나 자신...북측 요청한 양묘 사업, 3선 되면 추진").

"이 부분은 정말 곧 있을 TV토론(30일)에서 토론하고 싶은 부분이다. 보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환경단체들에게 수위가 낮아지는 등의 문제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게 아니다. 팔당댐에서 지천에 이르기까지 보완 대책이 이미 많이 논의됐다. 물론 수위가 내려감으로써 보기 싫은 콘크리트 잔해가 드러난다든지 하는 문제가 생기지만 재자연화 과정에서 해결되고 돈 많이 드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박 시장은 관련 토론회에서 주로 반대 의견을 가진 전문가들만 초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박원순 '미세먼지' 정책 민주당에 포위돼 오락가락"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이던 지난 3월 27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유성호
김 후보는 질문하기가 무섭게 열변을 토해냈다. 준비해온 원고 뭉치는 잘 보지 않았다.

- 질문 하나 했는데 내용이 거의 다 나온 것 같다. '서울 플랜'의 핵심은 뭔가.
"첫번째는 '레이버 시티(Labor City)'다. 서울은 '노동 서울'이 돼야 한다. 다만 '노동자 도시'라고 하면 울산을 많이 떠올려서 이름을 그렇게 붙여봤다. 서울도 노조 가입률이 10% 미만이다. 서울이 노조 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동자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서울 아닌가. 노조 조직률을 10%에서 30%로 끌어올리는 게 레이버 시티 구상의 기본이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가 대선 구호였다면, 이제는 '노동조합이 당당한 서울'로 나아가야 할 때다. 사실은 서울시가 노동 문제를 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많다. 대부분 민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니까. 그런데 그 민간에서의 일은 노조가 있으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 그러니까 서울시는 노조 설립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되, 혹여나 노조를 방해하거나 노동자의 노조 할 권리를 침해하는 기업에는 확실한 불이익을 줘야 한다.

두번째는 인권이다. 서울은 이미 굉장히 다양해졌다. 그런데도 아직 존재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앞서도 말했지만 서울시민 인권 헌장은 표결에서 다수 의결이 됐는데도 불구하고 공표를 안 했다. 서울시가 든 이유가 만장일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존재에 찬반을 물을 수 있나. 보편적인 세계가 모두 인정하는 인권의 문제는 찬반 투표나 합의의 영역이 아니다. 그렇게 한 것 자체가 후퇴다. 존재 자체가 매력인, 존재의 다양성이 매력인 서울이 돼야 한다. 인권 친화적 도시를 만들겠다.

세번째는 생태 도시다. 한강 재자연화 문제는 앞서 말했으니 미세먼지 문제를 말해보자. 미세먼지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책은 '면' 단위의 교통 통제다. 교통량은 그대로 두면서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말도 안 되는 모순은 이제 극복할 때가 됐다. 현재 서울의 교통 통제 혼잡료는 '선' 단위로 남산터널 구간만 조금 하고 있을 뿐이다. 4대문 안 교통 통제, 해보자는 거다. 강남역 주변 교통 통제를 해보면 어떨까. 교통량이 많은 곳부터 차례로 면 단위 통제를 해야만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정까지 온 것이다. 이는 이미 런던 등 선진 도시들에서 시행되고 있고 실질적인 성과도 많이 냈다. 물론 처음엔 반발이 무척 클 것이다. 당장 일반 자동차가 못 들어오고, 영업하는 분들의 어려움도 예상된다. 그러나 못해볼 것도 없다고 본다. 이미 보완책들도 많이 나와있다. 가장 먼저 원활한 대중교통 확충, 집 앞까지 가는 대중교통으로 보완해야 한다. 북유럽 도시에선 혼잡 통행료를 부유세 방식으로, 그러니까 소득 자산에 따라 달리 매기기는 방법을 쓰기도 하더라. 실질적인 통제가 이뤄질 수 있는 대비책들이다. 그리고 네번째는..."

- 잠깐, 논란이 됐던 박 시장의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대책은 어떻게 봤나. 
"박 시장이 얘기했듯 차량 2부제 도입 등 다른 적극적인 정책 도입을 위해서라도 이런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했다는 말에 동감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대안은 아니다. 대중교통 무료나 대중교통 공공화 제도는 차분히 추진해 갈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거꾸로, 지금 만약 대중교통을 무상화할 정도의 재정이 있다면 즉각 그렇게 하는 것이 미세먼지 저감정책에 훨씬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가 제안한 사대문안 교통 통제보다도 훨씬 더 강력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박 시장은 단 3일 한 게 전부다. 이런 '찔끔' 정책은 효과가 나기 어렵고 되레 반감만 키운다. 물론 워낙 미세먼지에 대한 대책이 없으니까 이런 식으로 충격파를 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박 시장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그럴 거면 더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다. 바로 차량 2부제 실시 등으로 넘어갔다면 진정성이 평가됐을 텐데, 아직은 박 시장도 조금 왔다갔다하는 것 같다. 다르게 보면 사실 박 시장이 민주당 포위가 굉장히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대선의 경험 때문인지, 박 시장이 민주당을 본인 편으로 끌어오려는 정치적 생각에 정책들이 오락가락 하는 부분이 있어 보인다."

2002년 용산 재개발 현장에서 얻은 경험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21일 서울시청 안에 있는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성욱
- 네번째는.
"'서울 플랜'의 마지막 네번째는 서울이 '세입자들을 위한 도시'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입자는 2년 마다 쫓겨나고 폭등하는 전월세 값에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는데, 서울은 아직 답을 못 찾고 있다. 이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네덜란드를 예로 들자. 네덜란드에선 세입자가 집에 불을 지르지 않는 한 계속 살 수가 있다. 오히려 세입자가 원하면 나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이른바 '계속 거주권'이 보장된다는 거다. 네덜란드에서도 물론 전월세를 올리거나 하는 계약은 가능하지만 집에서 나가라 마라는 할 수 없다. 일견 당연한 건데 우리에겐 생소하다. 이런 권한이 세입자에게 보장되는 시대가 열려야 한다. 이미 50% 이상이 세입자다. 세입자 문제가 전월세 상한제 등 법제도의 문제인 것도 사실이지만 서울시도 이에 준하는 제도적 역량을 준비해야 할 때다.

특히 세입자 협회 활성화를 제안한다.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이 있듯이 세입자 조합은 왜 없냐는 거다. 서울시 내에서 인허가를 주고 세입자들이 일정 수 이상이 모이면 집주인들과 협상하는 교섭권, 저항권을 주자는 것이다. 세입자 센터 같은 걸 만들어 법적 조문도 지원하자. 세입자 협회가 그렇게 조금씩 연합해가게 되면 서울 대다수의 세입자들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 세입자 문제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 같다.
"정치를 시작한 계기였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이 한창일 때 재개발이 많았다. 뉴타운 재개발 전인데, 용산에 특히 많았다. 제가 당시 용산 민주노동당 당원이었는데 용산 재개발 세입자 분들이 저를 불렀다. 가서 보니까 용산 미군기지 담벼락에 다닥다닥 붙은 쪽방촌 같은 곳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사는 동네였다. 세입자들 한 200명이 공원에 모여서 멀뚱멀뚱 하고 계시더라. 집회가 뭔지 구호가 뭔지도 모르는 분들이었다. 내가 직접 엠프 조그만 걸 구해 집회를 했다. 그렇게 인연이 이어졌는데 아주 우연하게도 2004년도에 구의원 재보궐선거가 있었다. 싸움이 그때까지 이어진 것이었다. 용산 세입자분들이 그 선거에 나가라고 하시더라. 물론 낙선했다. 그런데 재개발 세입자들이 거의 완벽할 정도의 몰표를 내게 주셨다. 그때 주민 중 한 분이 '종민이 너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 세입자 문제를 다루지 말고 세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치를 해야 해'라고 하셨다. 그게 내 정치 철학이 됐다.

이후 재개발 광풍이 불었고 이명박 정권 때 용산 참사도 있었다. 세입자들이 쫓겨나고 밀려났다. 세입자들에게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있음에도 집 주인들은 이런 권한을 주지 않고 막 내쫓는 것이다. 세입자 권리 운동이 필요했다. 뉴타운 재개발 세입자 권리 찾기 운동본부를 만들었다. 그런 단체가 유일해서 문의가 엄청나게 들어왔고, 소송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뉴타운 재개발 세입자 분들에겐 자신들에게도 그런 권리가 있다는 게 많이 알려졌다. 자연스레 뉴타운 재개발 세입자 연대가 만들어지고, 권리 찾기 운동으로 이어졌다. 전월세 값이 너무 심하게 오르니 상한제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우린 왜 2년마다 쫓겨나야 하나, 계약 갱신 청구권을 세입자에게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등 법제도 개선 운동도 시작됐다. 아직 국회에서 법안들이 최종 통과되진 못했지만 그 직전 상태까진 와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세입자 운동 아이디어 처음 제공했던 게 저였다."

- 그런 활동에도 불구하고 다른 후보들에 비해 서울 유권자들에게 인지도는 많이 떨어진다.
"일단 서울 태생이다(웃음). 그런 후보가 없지 않나. 연희동 출신이고 서울을 떠난 적도 없다. 무엇보다 서울 시민들과 가장 닮은 서울시장 후보라고 말하고 싶다. 전반적으로 시민들이 제 얼굴을 잘 모를 수는 있지만 방금 말한 세입자들이나 힘겹게 살아온 시민들에겐 비교적 많이 알려져있다. 저와 가까운 지인들은 세입자 김씨, 청년 알바 박씨, 성소수자 이씨, 비정규직 최씨 처럼 갑이 아닌 을들이다."

"박원순 잘했지만 '을' 대변 못해...김문수-안철수 단일화? 야합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15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새내역에서 같은 당 최재성 송파을 국회의원 후보와 만나 포옹하고 있다. ⓒ박원순캠프
- 박원순 시장의 7년 서울 시정을 총평한다면.
"일단 이명박·오세훈 때 추락한 서울 시정을 굉장히 정상화 시켰다.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하에서 했다는 게 더 박수 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앙 정부로부터 얼마나 방해를 많이 받았나."

김 후보는 실제로 박수를 쳐가며 말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나 마을 사업, 지역 사회의 변화를 이끈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 등 문재인 정부에서 가져간 사업들도 많다. 훌륭하게 잘했다고 박수 치고 싶다. 그러나 이미 말했듯 크게 보면 인권과 환경은 백(back), 주거와 노동은 중립 기어를 놨다고 표현하겠다. 둘은 전진을 못했고 둘은 아예 후퇴했다.

이번 선거 슬로건도 '갑질 없는 서울, 제1야당 교체'로 잡았다. 서울에도 갑이 있다면 을이 있다. 세입자 김씨는 늘 2년 마다 이사해야 하는 공포가 있다. 성소수자 정씨는 늘 혐오의 대상이 된다. 비정규직 박씨는 늘 해고의 불안과 부당노동행위에 떤다. 이에 대해 서울이 근본적인 변화를 내놓지 못했다. 그런 게 정의당이 할 일이고 김종민이 할 일이다."

-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나.
"김문수 후보에 대해선 '박근혜 석방 집회의 사회자 같다'는 말을 많이 하고 있다. 물론 그분이 사회자는 아니지만 사회자 같은 발언을 계속한다. 나는 자유한국당이 박물관으로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김 후보가 이미 감옥으로 간 정치, 죽은 정치를 자꾸 불러내려는 이유가 뭔지 정말 의심스럽다. 너무 낡았다는 느낌이다. 선거 출마의 이유가 다른 데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구석기 시대 정치인의 표상이다.

안철수 후보는, 좀 과하게 표현하면, 그렇게 관심이 가는 후보는 아니다. 후보의 관심은 여전히 대선에 머물러 있고 당내 공천 갈등의 당사자다. 빨리 서울시장 후보로 돌아오셔야지 그런 것 하실 때가 아니다. 또 이번에 '혁신경영'이란 슬로건 냈더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강하게 연상시키는 슬로건 아닌가. 스스로 'MB 아바타'를 자처하신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 단일화 얘기도 끊이지 않는다.
"서로 사랑은 하는데 사랑한다고 말을 못하는 것 같다. 사랑하긴 하는데 상대방이 나를 더 사랑하는 거 같다, 뭐 이런 식이려나(웃음). 김문수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는 건 정의당과 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했었는데 갑자기 단일화 기류가 흐르는 건 전형적인 야합이고 정치공학이다. 어떤 후보가 싫으니 우리끼리 뭉치자는 건 미래지향적이지도 않고 시민들에게 감동도 못 준다. 삶의 변화를 외치며 촛불을 든 서울 시민들은 이런 단일화에 큰 관심이 없다. 정의당답게 갈 길을 가겠다."

"눈치 안 보고 기득권 깨는 '정의당답게' 가겠다"

김종민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인 18일 오전 서울 연희동 전두환 자택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권우성
- 정의당답다? 지난 18일 전두환씨 집앞 시위에서도 '정의당답게' 선거에 임하겠다고 했다. 정의당답다는 건 뭘까(관련 기사 : 5월 18일, 전두환 집 앞 골목성명 "범죄자에게 국가 경호 제공하지 말라").

"선거 캠페인 과정에서 가장 호응 있었던 것들을 돌이켜 보면 자유한국당이 텐트를 쳤을 때 '갑질 텐트'라고 규정하며 정치 갑질 그만두라고 했던 것,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일가에 항의하는 1박 2일 텐트 농성, 전두환 집 앞 규탄 시위, '세계 다이어트 없는 날'에 성형 광고판 앞에서 외모지상주의 광고판을 없애겠다고 선언한 것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민주당이나 박원순 후보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여기에 정의당답다는 것, 시민들이 정의당에 원하는 것이 담겨있지 않나 한다.

먼저 정의당이 성역, 기득권 성역을 건드리는 모습을 원하시는 것 같다. 눈치 보는 것을 깨는 것이 정의당 다운 게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해도 기득권이 잘 깨지지 않을 때, 정의당의 말이 옳다고 여겨지는 것 같다. 또 하나는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자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소금론' 같은 거다. 민주당이 한국 사회 전체를 어느 정도 개혁 방향으로 이끌고 거기에 정의당이 소금의 역할을 하면 내 삶이 좀 더 변화하겠다는 기대가 드실 때 호응이 크게 온다. 정의당의 고민은 이 두 가지, 즉 성역과 싸우는 한 축과 민생과 삶의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두 축을 모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책임 정치고 하나는 정치적 상상력이다. 한쪽에선 싸워야 하고 한쪽에선 민주당과 얘기해서 곪아터지는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도록 정책을 현실화해야 한다. 어려움은 있지만 이런 게 진보정당이 짊어지고 갈 숙명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아휴, 고민이 많다. 서울시장 선거가 빨리 정책 대결로 갔으면 좋겠다. 제게 유리한 측면에서 그렇게 주장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시민들 입장에서 더 중요하다. 서울시민들은 촛불을 듦으로써 나라를 바꾼 위대한 시민들이다. 서울시민들은 자기 삶의 변화에 대한 열망은 일단 뒤로 미루고 촛불집회에서 '이게 나라냐'고 외쳤다. 비정규직이나 세입자들이 자기 삶을 바꿔달라고 얼마나 하고 싶었겠나. 그렇다면 이번 지방선거야말로 시민들의 삶의 변화를 이루는 정치 대결이 돼야 한다. 그러나 김문수 후보는 우파적 발언 일변도고 안철수 후보는 당내 공천 싸움에만 혈안이다. 박원순 후보도 요즘 민주당 선거운동을 많이 하고 다니는데, 그게 뭐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할지라도 정책 대결의 장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을 위해서라도 셋 다 빨리 돌아오시라."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