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머리만 쓰다 ‘저질 체력’…뜨끔하죠?

이혜인 기자

마녀체력

이영미 지음 | 남해의봄날 | 272쪽 | 1만5000원

[책과 삶]머리만 쓰다 ‘저질 체력’…뜨끔하죠?

누구나 살면서 한 번 정도는 머리가 멍해지도록 강렬한 충격을 받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그 순간은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마녀체력>의 이영미 작가에게는 10년 전쯤인 30대 후반에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부부동반 모임으로 간 지리산 여행에서 그는 약한 체력 탓에 지리산 등반을 하지 못하고 차밭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앉아 하루를 보낸다. 밤늦게서야 환희에 차서 돌아온 지리산 등반 무리는 “허겁지겁 밥을 먹으면서도 즐거운 기운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거대한 자연의 벽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진 나를 발견”한다. 집으로 돌아온 이 작가는 달이 환하게 뜬 어느 날 밤에 공터 한 바퀴를 천천히 걷는다. ‘300미터짜리 공터 한 바퀴를 뛰는 데 익숙해지자, 그리고 언젠가 열 바퀴를 뛰게 되면 난 3㎞를 뛰는 사람이 되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몇년 후, 그는 마라톤을 완주하고 철인3종경기를 해낸다.

<마녀체력>의 스토리를 요약하면 ‘하면 된다’ 식의 자기계발서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나 이 책은 일상의 무게에 눌려 무기력과 친구가 된 직장인이 아주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일기에 가깝다. <마녀체력>의 부제는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다. 25년 넘게 출판 에디터로 살면서 몸이 아닌 머리만 많이 쓰고, 30대에 고혈압을 얻었던 이 작가는 이제 마라톤 풀코스를 10회 뛰고 미시령을 자전거로 오르내리는 강철 체력을 갖게 됐다. 저자가 강조하는 건 ‘공터 한 바퀴라도 걷는 변화’다. “날이 선 정신노동자로 길게 살려면 무엇보다 체력부터 키워야 한다”는 저자는 50대에 접어든 뒤에도 운동과 함께 활기찬 일상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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