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북-미 대화 조만간 재개될 걸로 낙관"

2018. 5. 25.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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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낙관적 전망
"맥락이 좋은 상황에서 생긴 일이라 긍정적"
문 대통령에 "판 살리기 위한 적극 노력" 주문
"북-미회담 무산은 의제조율·메시지 관리 실패탓"

[한겨레]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비관적으로 보지 않는다”며 “협상재개를 통해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에 긍정적인 (협상)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과의 대화를 조만간 재개할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북-미정상회담 재개 시점에 대해 문 교수는 “판문점 선언에서는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으로 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종전선언에 동의했다”며 “지연시켜서 미국도 북한도 득 볼 게 없고 열기가 식기 전에 생각보다 빠르게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문정인 교수는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사단법인 내나라연구소·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 토론회 기조강연에서 “만약 북한이 계속 핵실험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협상 돌파구가 마련됐다가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면 걱정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한이 억류된 재미한인 3명을 풀어주고 풍계리 핵 실험장을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폐기하는 등 북이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는 ‘맥락이 좋은 상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어서 저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교수는 긍정적인 전망의 주요 근거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마음이 바뀌면 편지나 전화를 하라’고 했고, 또 그 이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과 얼마든지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한 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커넥션이 살아있고, 미국이 백악관 비서실 차장과 안보실 부보좌관을 중심으로 예비접촉 인사를 선정해놓는 등 지도자들이 의지만 보이면 쉽게 재개할 대화채널이 마련돼 있는 점 △‘트럼프 모델’의 윤곽이 보이는 점 등을 들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모델’과 관련해 “누구도 그 답을 주지 못했는데 지난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으로 그 윤곽이 나왔다”고 했다. 문 교수는 △전에는 비핵화의 ‘일괄타결’을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단계적 접근’을 처음으로 발언한 점 △전에는 ‘선 핵폐기, 후 보상’을 주장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22일 문 대통령을 만났을 때 ‘북한이 비핵화 행보를 구체적으로 보이면 미국이 체제보장, 경제지원, 종전선언, 평화조약 체결 등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이는 북한이 주장하던 ‘단계적 동시교환 방식’과 상당한 공통점이 있는 걸로 보이는 점 △자신이 지난 5월 초에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고위인사와 면담하면서 ‘미국은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북-미정상회담) 준비가 덜 된 거 아니냐’고 물었을 때 ‘백악관-국무부-에너지부가 함께 준비를 잘 하고 있다’고 답한 점 등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런 것들이 ‘트럼프 모델’의 요소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협정을 탈퇴했고 북한과도 파국을 맞으면 이란과 북한을 동시에 다뤄야하는데 미국 중간선거가 11월에 있다”며 “이란과는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넜지만 북한과는 얼마든지 협상재개를 통해서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 국내정치를 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조만간 대화재개를 할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6·12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제시했다. 문 교수는 “서한에 나타난 표면적 이유는 북한의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인 적대감’이다. 제가 복기를 하고 취재를 해보니까 (북-미간에) 의제조율이 잘 안됐던 것”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할지 여부, ‘선폐기 후보상’이냐 아니면 ‘핵폐기와 보상을 동시교환’할 것이냐 등 여러 가지 의제에 대해 북-미 간에 조율이 잘 안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미국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리비아 모델’ 발언, 이 두 사람에 대한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비판 등 미국과 북한 모두 ‘메시지 관리’에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 점 △아직 북-미정상회담 여건이 성숙되지 않은 거 같다고 판단하는 ‘강경파’ 볼튼 보좌관과 펜스 부통령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트럼프 대통령의 ‘변심’의 배경으로 분석했다. 문 교수는 “지난 11일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장소와 시간을 밝히고나서 북-미간 실무접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을 좀 갖고 북한과 의제조율을 한 다음에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참모들도 그렇게 얘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제의하고 그 다음주에 실무자 예비접촉을 하자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는데 북측에서 나타나지 않자 미국은 ‘북한이 정말 대화에 나오려는 의지가 있는가’하는 의구심이 생겼다는 게 미국 언론 보도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6·12 북-미정상회담’ 취소라는 ‘돌발상황’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안도 제시됐다. 문 교수는 먼저 “북한이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오늘 김계관 부상의 담화를 보면 상당히 정제돼 있다. 그것도 김정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나온 담화”라며 “정제된 표현으로 미국과의 대화의지를 강력히 표시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계관 부상이 이날 오전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며 북-미정상회담 재개 의사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는 담화를 발표했는데, 문 교수가 이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문 교수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문 교수는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등 판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문 대통령의 공헌이기 때문”이라며 “지금 당장 좌절이 있어도 문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해줘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제안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가격이 마음에 안 맞으면 명함주면서 ‘생각나면 나한테 전화하세요’하는 방식으로 부동산 사업을 하던 분이다. 이번에도 이와 비슷하다”며 “(북-미간에) 생각이 안 맞고 적대적 언사가 오가니까 마음바뀌면 연락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문 교수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또 방송 리얼리티쇼에서 엠시를 보던 분인데 짧고 극적으로 이렇게 하는 건 리얼리티쇼에서의 연기자적 요소가 드러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문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이후 지금 백악관쪽에서 ‘잘 될 것이다, 곧 정상회담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여러군데에 보내고 있는 거 같다. 그렇게 보면 실망할 것 없다. 희망을 갖자”며 “인내심을 갖고 한국정부에 힘을 실어줘야한다”고 했다.

글·사진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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