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만나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관련 질문을 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에 유감스럽다”며 “대화가 재개되고 회담이 성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약속한 것을 모두 이행했다. 핵실험장도 파괴했다”며 회담 무산에 미국의 책임이 있음을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지속돼야 할 과정에서 작은 문제일 뿐”이라며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작업을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무산 소식에 영국 총리실은 “실망스럽다”고 밝혔고,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구테레쉬 총장은 “평화적이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관련국들이 대화를 이어갈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선정돼 준비를 본격화하던 싱가포르도 당혹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선언에 유감을 표명했다. 현지 언론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던 관계자들의 당혹감을 전했다. 싱가포르 시가지 호텔에는 이달부터 외국 취재진의 예약이 쇄도했고, 환불해주지 않는 조건으로 예약을 받은 호텔도 많았다.
각국 주요 언론은 회담 취소 소식을 속보로 전하며 사태의 향후 추이에 주목했다.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은 “앞으로 몇 주 동안 북한이 위험한 과잉반응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막아줘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중 누가 더 위험한지는 아직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다음 달 12일이라는 일정에 연연하지 않아도 그동안 거듭된 북·미 간 교섭 실적은 자산으로 살릴 수 있다”며 “대결 국면으로 회귀해선 안 되고, 비핵화라는 대세를 응시하면서 조용히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도 사설에서 “우리가 운이 좋다면, 이번 일은 지난 70년간 해결책을 찾지 못한 교착상태를 풀어가는 협상에서 딸꾹질과도 같은 일시적인 문제일 것”이라며 “외교를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시간은 여전히 있다”고 강조했다.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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