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생들, ‘은하선 강연’ 개최한 총여학생회 폐지 요구···총여학생회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읽음

김지혜 기자
연세대 학생들, ‘은하선 강연’ 개최한 총여학생회 폐지 요구···총여학생회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연세대 학생들, ‘은하선 강연’ 개최한 총여학생회 폐지 요구···총여학생회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연세대학교 일부 학생들이 칼럼니스트 은하선씨의 초청 강연을 진행한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총여학생회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반격)를 넘어 인권 운동 전반에 대한 백래시”라고 밝혔다.

총여학생회 폐지 운동은 지난 24일 연세대 위당관에서 총여학생회와 제2회 인권축제 기획단 주관으로 열린 은하선의 ‘대학 내 인권활동과 백래시’ 강연에 대한 찬반 논란이 격화되면서 벌어졌다.

‘은하선씨의 초청 강연을 반대하는 연세대학교 남여 학우 일동’은 강연 하루 전인 23일 페이스북 ‘연세대 대나무숲’을 통해 “은씨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은 물론 종교에 대한 비하를 드러내는 언행으로 많은 사회적 논란의 시발점이 되어왔다”면서 “은씨의 초청 강연은 취소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과거 은씨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남자들은 강간을 가르치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하고 십자가 예수 형상의 자위기구(딜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는 등 종교를 모독하고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강연 직전 학내에는 “불법과 부도덕의 남성혐오 신성모독자 은하선 작가의 강연을 반대합니다”는 전단지가 배포됐으며 강연을 반대하는 1300여명이 연서명에 참여했다.

총여학생회는 “여성주의는 취소될 수 없다”며 24일 강연을 예정대로 개최했다. 해당 강연이 열린 강의실 밖에서는 40여명의 학생들이 반대 농성을 폈다.

강연 이후 일부 학생들은 “이번 사안의 문제는 총여학생회의 비민주적 의사결정 및 반영에 있다”면서 “총여학생회의 독단적인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총여학생회의 재개편은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총여학생회 ‘모음’의 퇴진과 총여학생회를 재개편하는 학생총투표를 위한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이 내놓은 재개편안을 보면 총여학생회의 명칭을 ‘학생인권위원회(가제)’로 바꾸고 구성원을 여학생이 아닌 학부생 전체로 확장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어 사실상 총여학생회 폐지안에 가깝다.

연세대 학생들, ‘은하선 강연’ 개최한 총여학생회 폐지 요구···총여학생회 “페미니즘에 대한 반격”

총여학생회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인권축제에서는 인권 활동들에 불거진 백래시와 이로 인해 부당한 대우를 당해왔던 개인과 단체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기 때문에 은하선 작가가 적합한 인사라고 판단했다”면서 “(강연에 대해 문제제기 됐던 지점에 대해서는) 다양성이 담보된 채 다양한 담론들이 오갈 수 있어야 하는 대학이라는 공간 내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총여학생회의 소통과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았던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개된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수빈 연세대 총여학생회 부회장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강연 준비가 급박하게 진행되다 보니 학내 구성원과 소통이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일견 공감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연사님(은하선) 개인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총여학생회 차원에서는 문제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총여학생회 폐지 운동에 대해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를 넘어 인권 운동 전반에 대한 백래시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세대 학생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이달 초 서강대에서 벌어진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 지난 10일 서강대에서는 은씨의 강연이 일부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된 바 있다. 일부 서강대생들은 총학생회 페이스북과 서강대 대나무숲 페이지 등을 통해 은씨가 남성혐오 발언을 해왔다며 강사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서강대 총학생회는 “성별, 젠더, 섹슈얼리티와 관계없이 누구나 자신의 몸에 대해 탐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은하선씨를 섭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총학생회 탄핵 연서가 나붙고 수백명이 서명을 진행하자 결국 강연을 취소했다.

25일 은하선씨는 페이스북에 “연세대 총여학생회 폐지 운동은 성적 질서의 교란에 대한 일부 기독교인들의 공포와 흔들리는 가부장제로 인한 남성 권력의 무너짐에 대한 안티페미니스트들의 공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며 그야말로 제대로 된 페미니즘 백래시를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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